4·27 때와 온도 차 보인 프레스센터 반응…이유는?

입력 2018.09.18 (14:51) 수정 2018.09.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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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8일) 오전 10시 9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했다. 문 대통령은 전용기 트랩에서 내려와 자신을 기다리는 김 위원장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다가갔고, 두 정상은 악수한 뒤 서로를 끌어안았다. 역사적인 평양 정상회담의 첫 일정, 첫 장면이었다.


평양에서 송출된 영상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을 통해 2천700여 명 내·외신 기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프레스센터에서 화면을 지켜보던 기자들 중 일부는 김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와 문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에서 내려올 때, 두 정상이 서로를 끌어안는 순간을 '개인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외신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자석 여기저기서 휴대전화로 화면을 찍는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오늘(18일)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모인 외신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오늘(18일)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모인 외신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다만, 남북 정상 간의 첫 대면이 이뤄졌던 지난 4.27 회담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분위기는 오늘보다 훨씬 뜨거웠다.

남·북·미 간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됐던 지난해 말을 지나 마련된 현 정권 최초의 남북 정상 간 회담이었던 만큼 첫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관심도와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3천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프레스센터는 대형 스크린으로 역사적인 장면이 중계될 때마다 환호와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4.27 정상회담 때 프레스센터 모습. 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보며 웃고 있다.4.27 정상회담 때 프레스센터 모습. 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보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프레스센터는 술렁였고,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손을 맞잡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놀란 외신기자의 모습이 KBS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취재진 중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27 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잠시 ‘월북’하는 모습에 놀란 외신기자. 4.27 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잠시 ‘월북’하는 모습에 놀란 외신기자.

당시 상황과 비교해보면, 5개월 뒤 열린 평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반응은 꽤나 달라진 것이다.

북한 땅에서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았지만, 지난번과 달리 감탄사나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눈물짓는 기자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다수 기자들은 그저 조용히 생중계 화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몇몇 기자들을 제외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몇몇 기자들을 제외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일간지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진 측면이 있다 보니 이제 기자들도 보이는 그림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정상회담 때도 취재했었지만, 그때보다 감동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레나 쉬퍼(Lena Schipper) 기자는 "나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 다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그 자체보다는 회담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말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결정 날 거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대도 크진 않다. 이는 다른 많은 외신 기자들이 공통으로 가진 생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의 영어주관방송사인 아리랑TV의 박희준 기자는 "진정 고대했던 회담은 지난 4.27 정상회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남북 간 만남이 반복되면서 그런 모습에 좀 무뎌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또 "사실 예상됐던 그림이다 보니 첫 번째 감동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존 델러리(John Delury)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와 함께 중계 화면을 봤는데, `과거 DJ 때 그림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을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들이 이젠 '만남의 감동'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다보니 감성적 반응도 1차 회담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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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14:51:12
    • 수정2018-09-18 17:29:32
    취재K
오늘(18일) 오전 10시 9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기다리고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했다. 문 대통령은 전용기 트랩에서 내려와 자신을 기다리는 김 위원장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다가갔고, 두 정상은 악수한 뒤 서로를 끌어안았다. 역사적인 평양 정상회담의 첫 일정, 첫 장면이었다.


평양에서 송출된 영상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메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을 통해 2천700여 명 내·외신 기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프레스센터에서 화면을 지켜보던 기자들 중 일부는 김 위원장이 등장했을 때와 문 대통령 내외가 비행기에서 내려올 때, 두 정상이 서로를 끌어안는 순간을 '개인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외신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자석 여기저기서 휴대전화로 화면을 찍는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오늘(18일)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 모인 외신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다만, 남북 정상 간의 첫 대면이 이뤄졌던 지난 4.27 회담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분위기는 오늘보다 훨씬 뜨거웠다.

남·북·미 간 일촉즉발의 긴장이 조성됐던 지난해 말을 지나 마련된 현 정권 최초의 남북 정상 간 회담이었던 만큼 첫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관심도와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3천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프레스센터는 대형 스크린으로 역사적인 장면이 중계될 때마다 환호와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4.27 정상회담 때 프레스센터 모습. 기자들이 생중계 화면을 보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자 프레스센터는 술렁였고,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손을 맞잡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사진을 찍는 '깜짝 이벤트'를 벌이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놀란 외신기자의 모습이 KBS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취재진 중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4.27 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잠시 ‘월북’하는 모습에 놀란 외신기자.
당시 상황과 비교해보면, 5개월 뒤 열린 평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기자들의 반응은 꽤나 달라진 것이다.

북한 땅에서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았지만, 지난번과 달리 감탄사나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조용히 눈물짓는 기자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대다수 기자들은 그저 조용히 생중계 화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몇몇 기자들을 제외하면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일간지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진 측면이 있다 보니 이제 기자들도 보이는 그림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차 정상회담 때도 취재했었지만, 그때보다 감동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긴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레나 쉬퍼(Lena Schipper) 기자는 "나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 다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그 자체보다는 회담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말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결정 날 거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대도 크진 않다. 이는 다른 많은 외신 기자들이 공통으로 가진 생각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상회담의 영어주관방송사인 아리랑TV의 박희준 기자는 "진정 고대했던 회담은 지난 4.27 정상회담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남북 간 만남이 반복되면서 그런 모습에 좀 무뎌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또 "사실 예상됐던 그림이다 보니 첫 번째 감동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존 델러리(John Delury)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와 함께 중계 화면을 봤는데, `과거 DJ 때 그림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을 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들이 이젠 '만남의 감동'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다보니 감성적 반응도 1차 회담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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