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류 입은 삼바 브라질…“아이는 K-팝, 엄마는 한식·드라마”

입력 2018.09.1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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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 대로에는 K-팝 열기 가득

휴일이면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 거리는 교통이 통제되고 청소년 동아리나 세계 각국의 문화팀이 공연을 흥겹게 펼친다. 삼바의 나라답게 다양한 삼바 학교팀들이 거리로 나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 축제 속에서 거리에 나온 브라질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K-팝이다. 그룹을 구성한 브라질 청소년들이 평소 갈고닦은 기량을 K-팝 음악에 맞춰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춤을 거리에서 마음껏 자랑한다. 이들은 거리 공연을 카메라에 담고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뒤 자신들의 유튜브에 올려 조회 수를 늘려간다. 이들에게 K-팝은 자긍심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한류

최근 브라질에서 K-팝 등 한류를 즐기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만의 한류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한류를 찾고 즐긴다는 것이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상파울루 최대 전시장에서는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한류 엑스포'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 맞는 한류 문화 축제다. K-팝 공연은 물론이고 현지 일반인들 간의 한식 경연대회와 한복 입어보기, 태권도 체험, 그리고 조선 시대 안방 문화를 살펴보는 그야말로 한국 문화를 총정리한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부모나 부부, 친척 등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문한 현지인들의 거주 지역도 다양해졌다. 상파울루에 머물지 않고 미나스 제라이스와 리우데자네이루, 쿠리치바 등에서 3시간 정도 차를 몰고 오거나, 심지어 항공기를 타고 와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을 찾은 4, 50대 중반 현지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한국 문화가 다양하고 매력적인지 몰랐습니다. 일본 등 다른 동양 문화와 확연히 다릅니다."라고 입을 모아 한국 문화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류를 즐겼던 젊은 층이 성장해 결혼한 뒤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한류는 교육적"

최근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K-팝 강좌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K-팝 강사를 초청해 브라질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들은 늦은 밤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강습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장소는 브라질 대표적인 지역 문화공간으로 꼽히는 SESC(세스키)다. SESC측이 장소를 흔쾌히 내준 건 K-팝의 교육적 효과 때문, 나탈리 상파울루 세스키 프로그램 담당자는 "청소년들의 10%가 마약을 접하는 환경에서 청소년들을 모이게 하고 마약 등 사회 문제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K-팝에 대한 교육적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습현장에는 K-팝을 배우려는 학생뿐 아니라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한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K-팝이 아이들에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고 한국의 예의 문화를 알게 해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K-팝이 남미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대안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육을 받기 위해 자녀들의 한국 유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엑스포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딸이 어떻게 한국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2곳의 상파울루 사설 유학원은 올해 60여 명을 한국으로 유학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지 방송국 스튜디오 마련, 취재 보도

브라질 현지 방송국인 헤지 브라지우 TV는 한류 엑스포 행사장에 현장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엑스포를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 방송국은 올해 한국을 촬영한 영상으로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하고 한국 드라마도 방송할 예정일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다. SBT 등 다른 방송국 취재팀들도 엑스포 현장을 돌며 다양한 한국 문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사진전을 촬영하면서 기자에게 남북 관계를 묻기도 했다. 이들은 한글로 된 '평화, 새로운 미래' 표어의 뜻을 묻는 등 남북 분단의 역사와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려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헤지 브라지우 TV는 엑스포에서 공연을 마친 아이돌 그룹을 방송국으로 초청해 대담을 이어가면서 브라질 현지인들의 공연에 대한 반응이 다른 나라 팬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아이는 K-팝, 엄마는 한식·드라마"

브라질 현지인들에게 매력적인 한류의 또 다른 면은 한식 문화다. 브라질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로 상파울루는 그야말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상파울루에서 최근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이 한식이다. 대표적인 중심 대로인 파울리스타 인근 한 한식 음식점에는 점심때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즐기는 음식은 비빔밥,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에게 고추장이 섞인 비빔밥은 그리 맵지 않고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식 문화는 브라질 주부들에게도 퍼져가고 있다. 아이들은 K-팝과 한국 언어를 배우며 즐기고, 엄마는 한식과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브라질 주부들의 얘기가 한류 문화가 생활 구석구석에 파고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올해는 브라질에 한국인이 정착을 한 지 55주년 되는 해다. 5만 명의 교민이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은 110주년 이민 역사에 이민자가 1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일본 열도를 제외하고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이민 역사를 기념해 지난 7월에는 일본 일왕의 장손녀인 마코 공주가 브라질 각 도시를 돌기도 했다. 이민 역사만큼 일본 문화가 곳곳에 스며든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 한류가 K-팝을 뛰어넘어 다양하고도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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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한류 입은 삼바 브라질…“아이는 K-팝, 엄마는 한식·드라마”
    • 입력 2018-09-18 14:52:53
    특파원 리포트
상파울루 대로에는 K-팝 열기 가득

휴일이면 남미 최대도시 브라질 상파울루 도심 거리는 교통이 통제되고 청소년 동아리나 세계 각국의 문화팀이 공연을 흥겹게 펼친다. 삼바의 나라답게 다양한 삼바 학교팀들이 거리로 나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 축제 속에서 거리에 나온 브라질 현지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건 K-팝이다. 그룹을 구성한 브라질 청소년들이 평소 갈고닦은 기량을 K-팝 음악에 맞춰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춤을 거리에서 마음껏 자랑한다. 이들은 거리 공연을 카메라에 담고 뮤직비디오로 제작한 뒤 자신들의 유튜브에 올려 조회 수를 늘려간다. 이들에게 K-팝은 자긍심이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한류

최근 브라질에서 K-팝 등 한류를 즐기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만의 한류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한류를 찾고 즐긴다는 것이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상파울루 최대 전시장에서는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최로 '한류 엑스포'가 열렸다. 올해 두 번째 맞는 한류 문화 축제다. K-팝 공연은 물론이고 현지 일반인들 간의 한식 경연대회와 한복 입어보기, 태권도 체험, 그리고 조선 시대 안방 문화를 살펴보는 그야말로 한국 문화를 총정리한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특이한 점은 청소년들 뿐 아니라 부모나 부부, 친척 등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았다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문한 현지인들의 거주 지역도 다양해졌다. 상파울루에 머물지 않고 미나스 제라이스와 리우데자네이루, 쿠리치바 등에서 3시간 정도 차를 몰고 오거나, 심지어 항공기를 타고 와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을 찾은 4, 50대 중반 현지인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한국 문화가 다양하고 매력적인지 몰랐습니다. 일본 등 다른 동양 문화와 확연히 다릅니다."라고 입을 모아 한국 문화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냈다. 한류를 즐겼던 젊은 층이 성장해 결혼한 뒤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기도 했다.


"한류는 교육적"

최근 주 브라질 한국문화원은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K-팝 강좌를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K-팝 강사를 초청해 브라질 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있다. 청소년들은 늦은 밤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강습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장소는 브라질 대표적인 지역 문화공간으로 꼽히는 SESC(세스키)다. SESC측이 장소를 흔쾌히 내준 건 K-팝의 교육적 효과 때문, 나탈리 상파울루 세스키 프로그램 담당자는 "청소년들의 10%가 마약을 접하는 환경에서 청소년들을 모이게 하고 마약 등 사회 문제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K-팝에 대한 교육적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습현장에는 K-팝을 배우려는 학생뿐 아니라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한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K-팝이 아이들에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고 한국의 예의 문화를 알게 해 교육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K-팝이 남미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교육적 대안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육을 받기 위해 자녀들의 한국 유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엑스포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딸이 어떻게 한국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2곳의 상파울루 사설 유학원은 올해 60여 명을 한국으로 유학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지 방송국 스튜디오 마련, 취재 보도

브라질 현지 방송국인 헤지 브라지우 TV는 한류 엑스포 행사장에 현장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엑스포를 생생하게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 방송국은 올해 한국을 촬영한 영상으로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송하고 한국 드라마도 방송할 예정일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다. SBT 등 다른 방송국 취재팀들도 엑스포 현장을 돌며 다양한 한국 문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사진전을 촬영하면서 기자에게 남북 관계를 묻기도 했다. 이들은 한글로 된 '평화, 새로운 미래' 표어의 뜻을 묻는 등 남북 분단의 역사와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려는 한반도 정세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헤지 브라지우 TV는 엑스포에서 공연을 마친 아이돌 그룹을 방송국으로 초청해 대담을 이어가면서 브라질 현지인들의 공연에 대한 반응이 다른 나라 팬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아이는 K-팝, 엄마는 한식·드라마"

브라질 현지인들에게 매력적인 한류의 또 다른 면은 한식 문화다. 브라질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로 상파울루는 그야말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다. 이러한 상파울루에서 최근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이 한식이다. 대표적인 중심 대로인 파울리스타 인근 한 한식 음식점에는 점심때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즐기는 음식은 비빔밥,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에게 고추장이 섞인 비빔밥은 그리 맵지 않고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식 문화는 브라질 주부들에게도 퍼져가고 있다. 아이들은 K-팝과 한국 언어를 배우며 즐기고, 엄마는 한식과 드라마에 빠져 있다는 브라질 주부들의 얘기가 한류 문화가 생활 구석구석에 파고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올해는 브라질에 한국인이 정착을 한 지 55주년 되는 해다. 5만 명의 교민이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은 110주년 이민 역사에 이민자가 16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일본 열도를 제외하고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이민 역사를 기념해 지난 7월에는 일본 일왕의 장손녀인 마코 공주가 브라질 각 도시를 돌기도 했다. 이민 역사만큼 일본 문화가 곳곳에 스며든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 한류가 K-팝을 뛰어넘어 다양하고도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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