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는 게 일상”…소방관 감정노동 ‘서비스업의 2배’

입력 2018.09.22 (21:12) 수정 2018.09.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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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건, 사고 현장의 최전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소방관들.

전국 소방관들의 정신건강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소방관의 직무는 매우 힘든 '감정 노동'에 속한다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급차에 탄 취객이 느닷없이 119대원을 폭행합니다.

[구급대원 : "상처 난 거면 저희가 그냥 소독해드리고 집으로 가셔도 되는데..."]

욕설과 폭언은 일상입니다.

[구급대원 : "발로 그만 차세요. (쳐 봐. 이 XXX야. XX놈아.)"]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구급대원 : "왜 자꾸 손대시는 거예요. (내가 당신의 적이야? 당신은 나를 치료해줄 사람이잖아. 내가 건드려도 참아줘야 되는거야.)"]

환자를 옮기다가 폭행당한 구급 대원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결국 숨지기도 합니다.

[박중우 소방사/당시 출동 대원 : "계속 속으로는 화가 나 있지만 꾹꾹 눌러 참고..."]

7년 차 구급대원 박국웅 씨는 참는 게 일상이라고 말합니다.

[박국웅/서울 강서소방서 소방교 :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폭행과 폭언은 그 순간에는 꾹 참고 누그러뜨리고 다가가야 하는..."]

현장 구조대원들은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손선중/서울 강서소방서 소방위 : "저희한테 성질 낸다고 같이 성질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계속 듣고만 있는 거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소방청이 전국의 소방관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참혹한 사건 현장에 노출되는 경우가 한해 평균 7.7회나 됐습니다.

전체 소방관의 15%가 15번 이상 이런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전체의 45%는 감정 노동에 시달려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직보다 2배 가까이 높습니다.

10명 중 3명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심리적 손상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연/임상 심리전문가/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이 심각할수록 자살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데, 그 가능성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감정노동일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조사에서 소방관 10명 중 한 명은 최근 1년 새 한 번 이상 극단적인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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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참는 게 일상”…소방관 감정노동 ‘서비스업의 2배’
    • 입력 2018-09-22 21:14:31
    • 수정2018-09-22 22:24:45
    뉴스 9
[앵커]

사건, 사고 현장의 최전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는 소방관들.

전국 소방관들의 정신건강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소방관의 직무는 매우 힘든 '감정 노동'에 속한다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구급차에 탄 취객이 느닷없이 119대원을 폭행합니다.

[구급대원 : "상처 난 거면 저희가 그냥 소독해드리고 집으로 가셔도 되는데..."]

욕설과 폭언은 일상입니다.

[구급대원 : "발로 그만 차세요. (쳐 봐. 이 XXX야. XX놈아.)"]

말려도 소용없습니다.

[구급대원 : "왜 자꾸 손대시는 거예요. (내가 당신의 적이야? 당신은 나를 치료해줄 사람이잖아. 내가 건드려도 참아줘야 되는거야.)"]

환자를 옮기다가 폭행당한 구급 대원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결국 숨지기도 합니다.

[박중우 소방사/당시 출동 대원 : "계속 속으로는 화가 나 있지만 꾹꾹 눌러 참고..."]

7년 차 구급대원 박국웅 씨는 참는 게 일상이라고 말합니다.

[박국웅/서울 강서소방서 소방교 :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폭행과 폭언은 그 순간에는 꾹 참고 누그러뜨리고 다가가야 하는..."]

현장 구조대원들은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손선중/서울 강서소방서 소방위 : "저희한테 성질 낸다고 같이 성질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계속 듣고만 있는 거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소방청이 전국의 소방관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참혹한 사건 현장에 노출되는 경우가 한해 평균 7.7회나 됐습니다.

전체 소방관의 15%가 15번 이상 이런 현장을 경험했습니다.

전체의 45%는 감정 노동에 시달려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직보다 2배 가까이 높습니다.

10명 중 3명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심리적 손상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연/임상 심리전문가/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이 심각할수록 자살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데, 그 가능성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감정노동일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조사에서 소방관 10명 중 한 명은 최근 1년 새 한 번 이상 극단적인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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