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특파원리포트] 잃어버린 10년 끝낸 일본…한·일 경제성장률 역전의 시대
입력 2018.09.23 (09:02) 수정 2018.09.23 (10:36)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잃어버린 10년 끝낸 일본…한·일 경제성장률 역전의 시대
가끔 그런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언제 쯤이면 한국 경제가 일본을 앞지를 거라는 전망치가 나왔다는 것. 몇십 년 후의 이야기이지만 보고 있노라면 왠지 뿌듯해지는 그런 부류의 기사들이다.

보통 이러한 기사들의 근거는 한일 양국의 경제 성장률이다.

80~90년대 만큼 한국이 고성장률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대의 저성장 기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아서 이 추세를 이어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예측 기사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이러한 추론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일본 3.0%, 한국 2.8%…한일 경제 성장률 역전의 시대

이달 초 비슷한 시기 한국과 일본은 각각 2/4분기 GDP 성장률을 공개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0.6%.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즉 실질 GDP가 397조 9천592억 원으로 1분기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었다.

연간 성장률로 보면 2분기와 상반기 전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성장했고, 올해 전체 성장률도 2.8%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목표치였던 2.9%에 미치지 못하고, 3% 성장은 점점 요원해지는 수치에 어려운 국내 경제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발표였다.


반면 일본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10일 2/4분기 GDP가 전기 대비 0.7% 늘어,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지난 8월 발표했던 연 1.9% 성장을 크게 뛰어넘어 3.0%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4분기 기업통계를 새롭게 반영해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산케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선 성장률 역전의 시대를 보게 될 줄이야.

□ 돈 풀어 경기 떠받친 日…천문학적 재정악화

수치에서도 볼 수 있듯 일본 경제는 최근 호황이다.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렸지만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 3연임의 길을 연 것도 결국은 '먹고 살기 좋아졌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본도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일본의 천문학적인 재정악화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도와 규모.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채비율이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75.4%에서 2018년 4월 236%로 크게 악화됐다. 미국은 64.6%에서 108%로, 유럽에서도 재정 상황이 안 좋다는 이탈리아도 99.8%에서 129.7%로 늘었을 뿐이니 일본에 비하면 양호한 정도다.

세계적 경기 불황에 맞춰 일본은 금융위기 당시 약 30조 엔, 우리돈 300조 원에 이르는 경제 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경기 회복과 동반해 각국은 예산 지출을 조절했지만, 일본만은 계속 지출을 늘렸고, 특히 2012년 아베 정권 수립 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시장에서 대규모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린다"는 의미의 '헬기 머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막대한 돈을 퍼부었다.

도쿄 신문은 이 같은 일본의 재정 악화 기조에 대해 14일 "일본보다 여력이 있는 미국조차 다음 경기 후퇴에 대비하는 위기감이 강하다. 일본은 보통의 경기 후퇴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실었다.

즉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푸는 정책을 계속 펼 경우 정작 다시 위기가 올 때 내놓을 카드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日도 슬슬 허리띠 조이기에…우리의 선택은?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지난 14일 일본 기자 클럽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현재 일본 은행이 취하고 있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금융 완화정책'에 대해 "계속 그렇게 해도 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임기 내에는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다음 임기인 3년 이내에 금융 완화를 축소하는 '출구 전략'에 대한 의사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이 이토록 관심을 가진 이유는 아베 총리가 출구 전략을 언급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

아베 총리는 또 현재 8%인 소비세를 내년 10월에 10%로 올리는 문제에 있어서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재정 악화, 그리고 경기가 하향을 그리는 순간에 대비하기 시작한 분위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일본은행은 금융 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 장기 금리는 일정 폭 오르는 것을 용인하는 등 '마이너스 금리'정책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미국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경제 호황을 배경으로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면, 앞서 경제성장률에서 보듯 사뭇 국내 분위기는 다른듯하다. 전 정권에서부터 재정 부양이라는 같은 길을 추구했지만, 경기의 전반적인 개선보다는 부동산값만 잔뜩 오른 우리의 경우 마냥 한 가지만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 [특파원리포트] 잃어버린 10년 끝낸 일본…한·일 경제성장률 역전의 시대
    • 입력 2018.09.23 (09:02)
    • 수정 2018.09.23 (10:36)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잃어버린 10년 끝낸 일본…한·일 경제성장률 역전의 시대
가끔 그런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언제 쯤이면 한국 경제가 일본을 앞지를 거라는 전망치가 나왔다는 것. 몇십 년 후의 이야기이지만 보고 있노라면 왠지 뿌듯해지는 그런 부류의 기사들이다.

보통 이러한 기사들의 근거는 한일 양국의 경제 성장률이다.

80~90년대 만큼 한국이 고성장률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1%대의 저성장 기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아서 이 추세를 이어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예측 기사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이러한 추론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일본 3.0%, 한국 2.8%…한일 경제 성장률 역전의 시대

이달 초 비슷한 시기 한국과 일본은 각각 2/4분기 GDP 성장률을 공개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 0.6%. 2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즉 실질 GDP가 397조 9천592억 원으로 1분기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상황이었다.

연간 성장률로 보면 2분기와 상반기 전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성장했고, 올해 전체 성장률도 2.8%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목표치였던 2.9%에 미치지 못하고, 3% 성장은 점점 요원해지는 수치에 어려운 국내 경제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발표였다.


반면 일본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10일 2/4분기 GDP가 전기 대비 0.7% 늘어,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지난 8월 발표했던 연 1.9% 성장을 크게 뛰어넘어 3.0%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4분기 기업통계를 새롭게 반영해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산케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선 성장률 역전의 시대를 보게 될 줄이야.

□ 돈 풀어 경기 떠받친 日…천문학적 재정악화

수치에서도 볼 수 있듯 일본 경제는 최근 호황이다.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렸지만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 3연임의 길을 연 것도 결국은 '먹고 살기 좋아졌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본도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일본의 천문학적인 재정악화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도와 규모.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채비율이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75.4%에서 2018년 4월 236%로 크게 악화됐다. 미국은 64.6%에서 108%로, 유럽에서도 재정 상황이 안 좋다는 이탈리아도 99.8%에서 129.7%로 늘었을 뿐이니 일본에 비하면 양호한 정도다.

세계적 경기 불황에 맞춰 일본은 금융위기 당시 약 30조 엔, 우리돈 300조 원에 이르는 경제 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경기 회복과 동반해 각국은 예산 지출을 조절했지만, 일본만은 계속 지출을 늘렸고, 특히 2012년 아베 정권 수립 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시장에서 대규모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린다"는 의미의 '헬기 머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막대한 돈을 퍼부었다.

도쿄 신문은 이 같은 일본의 재정 악화 기조에 대해 14일 "일본보다 여력이 있는 미국조차 다음 경기 후퇴에 대비하는 위기감이 강하다. 일본은 보통의 경기 후퇴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실었다.

즉 지금처럼 막대한 돈을 푸는 정책을 계속 펼 경우 정작 다시 위기가 올 때 내놓을 카드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日도 슬슬 허리띠 조이기에…우리의 선택은?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지난 14일 일본 기자 클럽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현재 일본 은행이 취하고 있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금융 완화정책'에 대해 "계속 그렇게 해도 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임기 내에는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다음 임기인 3년 이내에 금융 완화를 축소하는 '출구 전략'에 대한 의사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이 이토록 관심을 가진 이유는 아베 총리가 출구 전략을 언급한 것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

아베 총리는 또 현재 8%인 소비세를 내년 10월에 10%로 올리는 문제에 있어서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재정 악화, 그리고 경기가 하향을 그리는 순간에 대비하기 시작한 분위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일본은행은 금융 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 장기 금리는 일정 폭 오르는 것을 용인하는 등 '마이너스 금리'정책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미국도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경제 호황을 배경으로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면, 앞서 경제성장률에서 보듯 사뭇 국내 분위기는 다른듯하다. 전 정권에서부터 재정 부양이라는 같은 길을 추구했지만, 경기의 전반적인 개선보다는 부동산값만 잔뜩 오른 우리의 경우 마냥 한 가지만을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