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2차에 택시비까지 접대…일본 관료사회 도덕성 휘청

입력 2018.09.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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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료 사회가 ‘독직’사건으로 휘청이고 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최근 국장급 간부 2명이 독직사건으로 잇따라 체포돼 기소됐다. 문부성 자체 조사 결과, 9명이 외부의 ‘접대’를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 가운데 4명은 감봉 등 징계조치를 받았다. 최고위급 관료인 사무차관과 국장은 결국 사임했다. 문부과학성은 교육·과학정책의 주무부서이다. 유관부서로 체육 정책 등을 총괄하는 스포츠청이 있다.

차관부터 과장까지…‘식대’에서 ‘택시비’까지

문부과학성은 지난 8월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만들어, 독직사건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를 벌여, 21일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 보고서에 따르면, 도다니 차관 등은, 앞서 독직사건으로 기소된 문부성 전 간부의 소개로 뇌물 제공 측의 전직 임원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다니 가즈오 문부과학성 사무차관(61세)은 2015년 10월 요츠야의 음식점과 긴자의 클럽에서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1,2차 접대를 받았고, 택시요금도 지원받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만 2천 엔(약62만원)에 해당한다.


다카하시 미치야스 초등·중등교육국장(57세)은 2017년 6월 신바시의 음식점에서 열린 스포츠 단체 모임에 참석해 최소 2만 엔(약20만 원) 가량의 접대를 받았다. 해당 단체는 스포츠청 공모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였고, 당시 다카하시 국장은 스포츠청 차장이었다. 양측은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요시모토 히로시 고등교육국장(56세)은 2017년 9월 신바시와 긴자의 클럽에서 국회의원 관계자 등이 있는 모임에서 10만 엔(약 100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 10월에도 다른 간부와 함께 만5천 엔(15만 원)가량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가키타 야스요시 총무과장(53세)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계과장 취임 축하를 명목으로 신바시의 음식점과 긴자의 클럽에서 접대를 받고, 귀가 택시비용까지 지원받았다. 10만 엔(약 100만 원) 어치에 해당한다.

이들은 식사자리에 동석한 정치인이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법률과 윤리규정 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나, 일부 비용을 지불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위는 이러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강력한 ‘공무원윤리법과 윤리규정’

일본은 우리나라의 ‘김영란법’과 유사한 법규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접대를 막고 있다. 20년 전인 1998년, 대장성(재무성의 전신) 관료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접대를 받은 사건, 이른바 “대장성 접대 독직사건‘이 전환점이 됐다. 2,000년부터 국가공무원윤리법이 시행되고 윤리규정도 제정됐다. 국가공무원은 직무 관련 이해관계자로부터 음식접대를 받거나 이들과 골프를 함께 치는 행위가 금지됐다.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대상이 된다.

이해 관계자가 아니어도, 과장보좌급 이상 직원이 5천 엔(약 5만 원)이상의 접대를 받는 경우에는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음식 값을 분담 지불해도, 실제 부담액이 불충분할 때는 ’접대‘로 간주된다. 정치인과 해당 사무소 관계자의 경우 이해당사자에 해당한다면 역시 금지대상이다. 법 규정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랜 접대관행에 익숙한 관료들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

‘접대’받은 사무차관·국장 사임

지난 21일, 일본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도다니 사무차관과 다카하시 초등·중등 교육국장의 사임 안건을 승인했다.

문부성은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도다니 전 차관 등 관료 4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발표했다. 도다니 사무차관은 감봉 3개월, 다카하시 국장은 감봉 2개월, 요시모토 국장 감봉 1개월, 가키타 총무과장 훈고(중대 경고)처분 등이다. 감봉 규모는 급여액의 10%이다.

도나니 전 차관은 1980년 당시 과학기술청에 들어와 문부과학성의 관방장과 문부과학심의관 등을 지냈다. 2017년 1월 마에카와 전 차관이 ‘조직적 낙하산 인사’ 문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래, 문부성 사무차관이 연속해서 불명예 퇴진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사무차관은 직업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전문성과 조직 충성도 등이 검증된 극소수에게만 허용된다. 직업관료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높다. 사무차관의 불명예 퇴진은 관료집단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도다니 차관은 "대단히 죄송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죄송하다” “몰랐다”

다카하시 국장은 1984년 당시 교육부에 들어왔다. 회계과장, 스포츠청 차장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초등·중등교육국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취재진에게 “국민과 스포츠 관계자의 신뢰를 저버려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접대는 국회의원의 초대에 따른 것으로 (규정)위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주의력이 없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사죄했다.

요시모토 고등교육국장은 “기소된 문부성 동기로부터 초대받았고, 국회의원 관계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윤리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과 윤리 규정을 위반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조사위는 “정치인 등도 사업자 또는 이해 관계자 대리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식 장소에서 특별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여러 가지 상담과 요청이 있었다면 국민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간부 비리가 잇따르는데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르겠다” “평소 간부들 발언에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자, '부적절한 접대’에 대한 관료들의 경계심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견고하고 고루한 관료사회…


일본의 국가기구와 사회구조는 강력한 관료제가 떠받치고 있다. 고도로 전문화된 관료조직은 일본 정부의 자랑이다. 그러나, 여느 국가의 공무원 조직과 마찬가지로 ‘관료적’이라는 어휘가 지칭하는, 고루한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테면 과도한 선민의식이나 엘리트 의식은 부적절한 접대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하기 쉽다.

문부성은 “이번 사태는 매우 엄중한 일이며, 직원 복무규율을 더욱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은 문부성이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에서는 고위 관료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성희롱 혐의를 받아 사퇴하는 등 불명예 퇴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문부성의 사노 후토시 과학기술·학술정책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도쿄의과대학에 합격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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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2차에 택시비까지 접대…일본 관료사회 도덕성 휘청
    • 입력 2018-09-23 16:26:17
    특파원 리포트
일본 관료 사회가 ‘독직’사건으로 휘청이고 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최근 국장급 간부 2명이 독직사건으로 잇따라 체포돼 기소됐다. 문부성 자체 조사 결과, 9명이 외부의 ‘접대’를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이 가운데 4명은 감봉 등 징계조치를 받았다. 최고위급 관료인 사무차관과 국장은 결국 사임했다. 문부과학성은 교육·과학정책의 주무부서이다. 유관부서로 체육 정책 등을 총괄하는 스포츠청이 있다.

차관부터 과장까지…‘식대’에서 ‘택시비’까지

문부과학성은 지난 8월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만들어, 독직사건 수사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를 벌여, 21일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 보고서에 따르면, 도다니 차관 등은, 앞서 독직사건으로 기소된 문부성 전 간부의 소개로 뇌물 제공 측의 전직 임원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다니 가즈오 문부과학성 사무차관(61세)은 2015년 10월 요츠야의 음식점과 긴자의 클럽에서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1,2차 접대를 받았고, 택시요금도 지원받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만 2천 엔(약62만원)에 해당한다.


다카하시 미치야스 초등·중등교육국장(57세)은 2017년 6월 신바시의 음식점에서 열린 스포츠 단체 모임에 참석해 최소 2만 엔(약20만 원) 가량의 접대를 받았다. 해당 단체는 스포츠청 공모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였고, 당시 다카하시 국장은 스포츠청 차장이었다. 양측은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요시모토 히로시 고등교육국장(56세)은 2017년 9월 신바시와 긴자의 클럽에서 국회의원 관계자 등이 있는 모임에서 10만 엔(약 100만 원) 어치의 접대를 받았다. 10월에도 다른 간부와 함께 만5천 엔(15만 원)가량의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가키타 야스요시 총무과장(53세)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계과장 취임 축하를 명목으로 신바시의 음식점과 긴자의 클럽에서 접대를 받고, 귀가 택시비용까지 지원받았다. 10만 엔(약 100만 원) 어치에 해당한다.

이들은 식사자리에 동석한 정치인이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법률과 윤리규정 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나, 일부 비용을 지불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위는 이러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강력한 ‘공무원윤리법과 윤리규정’

일본은 우리나라의 ‘김영란법’과 유사한 법규에 따라 공무원에 대한 과도한 접대를 막고 있다. 20년 전인 1998년, 대장성(재무성의 전신) 관료가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접대를 받은 사건, 이른바 “대장성 접대 독직사건‘이 전환점이 됐다. 2,000년부터 국가공무원윤리법이 시행되고 윤리규정도 제정됐다. 국가공무원은 직무 관련 이해관계자로부터 음식접대를 받거나 이들과 골프를 함께 치는 행위가 금지됐다.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대상이 된다.

이해 관계자가 아니어도, 과장보좌급 이상 직원이 5천 엔(약 5만 원)이상의 접대를 받는 경우에는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음식 값을 분담 지불해도, 실제 부담액이 불충분할 때는 ’접대‘로 간주된다. 정치인과 해당 사무소 관계자의 경우 이해당사자에 해당한다면 역시 금지대상이다. 법 규정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랜 접대관행에 익숙한 관료들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

‘접대’받은 사무차관·국장 사임

지난 21일, 일본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도다니 사무차관과 다카하시 초등·중등 교육국장의 사임 안건을 승인했다.

문부성은 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도다니 전 차관 등 관료 4명에 대한 징계 처분을 발표했다. 도다니 사무차관은 감봉 3개월, 다카하시 국장은 감봉 2개월, 요시모토 국장 감봉 1개월, 가키타 총무과장 훈고(중대 경고)처분 등이다. 감봉 규모는 급여액의 10%이다.

도나니 전 차관은 1980년 당시 과학기술청에 들어와 문부과학성의 관방장과 문부과학심의관 등을 지냈다. 2017년 1월 마에카와 전 차관이 ‘조직적 낙하산 인사’ 문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래, 문부성 사무차관이 연속해서 불명예 퇴진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사무차관은 직업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전문성과 조직 충성도 등이 검증된 극소수에게만 허용된다. 직업관료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높다. 사무차관의 불명예 퇴진은 관료집단의 불명예이기도 하다.

도다니 차관은 "대단히 죄송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죄송하다” “몰랐다”

다카하시 국장은 1984년 당시 교육부에 들어왔다. 회계과장, 스포츠청 차장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초등·중등교육국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취재진에게 “국민과 스포츠 관계자의 신뢰를 저버려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접대는 국회의원의 초대에 따른 것으로 (규정)위반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주의력이 없었음을 깊이 반성한다”며 사죄했다.

요시모토 고등교육국장은 “기소된 문부성 동기로부터 초대받았고, 국회의원 관계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윤리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과 윤리 규정을 위반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사임을 거부했다.

조사위는 “정치인 등도 사업자 또는 이해 관계자 대리인 등에 해당하는 경우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식 장소에서 특별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여러 가지 상담과 요청이 있었다면 국민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간부 비리가 잇따르는데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르겠다” “평소 간부들 발언에 무게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경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자, '부적절한 접대’에 대한 관료들의 경계심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견고하고 고루한 관료사회…


일본의 국가기구와 사회구조는 강력한 관료제가 떠받치고 있다. 고도로 전문화된 관료조직은 일본 정부의 자랑이다. 그러나, 여느 국가의 공무원 조직과 마찬가지로 ‘관료적’이라는 어휘가 지칭하는, 고루한 관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테면 과도한 선민의식이나 엘리트 의식은 부적절한 접대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하기 쉽다.

문부성은 “이번 사태는 매우 엄중한 일이며, 직원 복무규율을 더욱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은 문부성이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에서는 고위 관료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성희롱 혐의를 받아 사퇴하는 등 불명예 퇴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문부성의 사노 후토시 과학기술·학술정책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도쿄의과대학에 합격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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