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보다 재밌는(?) 책 4권’ 골라봤습니다.

입력 2018.09.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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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의 대명절로 꼽히는 추석입니다. 추석을 낀 닷새간의 긴 연휴에 책이라도 한 권 읽어볼까? 하는 분들을 위해, '고스톱보다 책이 더 재밌다'고 주장하는 문화부 기자들이 모여 책을 골라봤습니다. 추석에 먼 길 떠나야 하는 분들이나 둘러앉아 고스톱을 즐겨줄 친지들이 없는 분들, 한 번쯤 책방에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17년 전 일본으로 유학을 간 한국인 박철현 씨.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가 넷입니다. 헉, 아이가 넷이라고요?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돈 많이 버나보다'고 감탄하는 '아이 넷 딸린' 아빠로서,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렇게 아빠가 된다'는 영화 제목처럼,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건데? 라고 묻습니다.

아빠 직업을 묻는 말에 "신문에 글도 쓰고, 인테리어도 하고, 술집도 하고 그래"라고 답하는 딸을 보며 가슴이 덜컥하는 아빠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공부에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는 생활이 아니라, '공부는 숙제 정도만' 하고 지역 축제에 참가하고 봉사하며 커가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가는군요.

저자는 한국과 일본을 단순 비교해서 본받자거나 비난하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분위기, 그리고 '술집 마스터' 역시 교수나 공무원 못지 않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는 우리 현실과 비교해 부럽기도 합니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을 만나러 갈 때, 혹은 가족들과 헤어져 나의 생활로 돌아올 때 읽는다면 잔잔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돼?』박철현, 어크로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해도 사람은 쉽게 살인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살인의 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군요. 저자는 "계기가 없으면 살인자가 되는 문을 통과하지는 못하죠. 물론 통과하지 못하는 편이 낫지만 말입니다" 라고 형사의 입을 빌려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되면 그 문을 열게 되는 걸까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살인의 문'을 통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살인을 저지를 인물은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누굴 죽이고 싶은지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인공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악마처럼 나타나 수렁에 빠트리는데, 현대 일본에서 등장하는 각종 사기 수법은 죄다 등장하는 것 같고, 함정에 번번이 걸려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참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 모든 인생이 확 뒤집어지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기분이 듭니다. 누가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알면서도 뒤통수를 맞는 기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이게 추리소설의 맛이겠죠. 왠지 답답하긴 하지만 한번 책을 손에 들면 계속 읽게 하는 힘,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권으로 분량이 꽤 되지만, 긴 연휴에 느긋하게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합니다. 『살인의 문 1,2』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옮김, 재인


제목이 무슨 뜻이야? 싶으시다면, '중드'를 모르는 분이시군요.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날들에 부쳐'라고 합니다. 중국의 베스트셀러이자 같은 제목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데, 한마디로 재밌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살던 쟝천을 좋아해서, 그 애정을 감추지 않고 쫓아다닌 천샤오시. 자연스럽게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이가 되었다가, 3년을 헤어져 지냈다가 다시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학창시절의 연애 얘기가 알싸하게 다가오는 데다, 천샤오시의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도 예쁘고 쟝천의 표현하지 못하고 툭툭 거리던 사랑 이야기도 짠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박력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천샤오시의 위트 넘치는 표현 덕분에 책을 읽다가 몇 번씩 현실 웃음이 터집니다. 중국어의 비슷한 발음을 갖고 댓구를 맞추는 작가의 중국어 센스는 일일이 우리말 각주를 읽어봐야 위트를 즐길 수 있지만,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고스톱보다 충분히 재밌습니다.『치아문단순적소미호』자오첸첸, 남혜선 옮김, 달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가수 윤종신의 노래 '오래전 그날' 입니다.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오는 이 가사만 들으면 대학 시절 첫 사랑을 시작하던 그때로 돌아가게 되죠. 이렇게 윤종신의 노랫말에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서사의 힘'이 있습니다.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윤종신이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토록 마음을 콕콕 찌르는 현실적인 가사를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게 마련입니다.

그가 처음 펴낸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는 그런 궁금증을 가져왔던 그의 팬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윤종신의 노래와 가사 가운데 40곡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00편이 넘는 곡 가운데 40곡이라면 정말 추리고 추린 이야길 겁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가사를 쓰기 위해 어떤 감정과 상황을 생각하는 그의 과정이 놀랍기만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윤종신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 것도 추천합니다. 노래를 함께 들으며 책을 읽으면 마치 콘서트장에 앉아 그에게 곡에 담긴 감정과 상황을 설명을 듣는 관객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계절은 너에게 배웠어』윤종신, 문학동네

문화부 이수연, 서병립,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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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스톱보다 재밌는(?) 책 4권’ 골라봤습니다.
    • 입력 2018-09-24 11:11:05
    취재K
※ 민족의 대명절로 꼽히는 추석입니다. 추석을 낀 닷새간의 긴 연휴에 책이라도 한 권 읽어볼까? 하는 분들을 위해, '고스톱보다 책이 더 재밌다'고 주장하는 문화부 기자들이 모여 책을 골라봤습니다. 추석에 먼 길 떠나야 하는 분들이나 둘러앉아 고스톱을 즐겨줄 친지들이 없는 분들, 한 번쯤 책방에 들러보시면 어떨까요?


17년 전 일본으로 유학을 간 한국인 박철현 씨.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가 넷입니다. 헉, 아이가 넷이라고요?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돈 많이 버나보다'고 감탄하는 '아이 넷 딸린' 아빠로서, 일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렇게 아빠가 된다'는 영화 제목처럼,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건데? 라고 묻습니다.

아빠 직업을 묻는 말에 "신문에 글도 쓰고, 인테리어도 하고, 술집도 하고 그래"라고 답하는 딸을 보며 가슴이 덜컥하는 아빠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공부에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는 생활이 아니라, '공부는 숙제 정도만' 하고 지역 축제에 참가하고 봉사하며 커가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가는군요.

저자는 한국과 일본을 단순 비교해서 본받자거나 비난하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분위기, 그리고 '술집 마스터' 역시 교수나 공무원 못지 않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는 우리 현실과 비교해 부럽기도 합니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을 만나러 갈 때, 혹은 가족들과 헤어져 나의 생활로 돌아올 때 읽는다면 잔잔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른은 어떻게 돼?』박철현, 어크로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해도 사람은 쉽게 살인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살인의 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군요. 저자는 "계기가 없으면 살인자가 되는 문을 통과하지는 못하죠. 물론 통과하지 못하는 편이 낫지만 말입니다" 라고 형사의 입을 빌려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되면 그 문을 열게 되는 걸까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살인의 문'을 통과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살인을 저지를 인물은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누굴 죽이고 싶은지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인공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악마처럼 나타나 수렁에 빠트리는데, 현대 일본에서 등장하는 각종 사기 수법은 죄다 등장하는 것 같고, 함정에 번번이 걸려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대체 언제까지 참을 건데?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 모든 인생이 확 뒤집어지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 기분이 듭니다. 누가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알면서도 뒤통수를 맞는 기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이게 추리소설의 맛이겠죠. 왠지 답답하긴 하지만 한번 책을 손에 들면 계속 읽게 하는 힘,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권으로 분량이 꽤 되지만, 긴 연휴에 느긋하게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합니다. 『살인의 문 1,2』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옮김, 재인


제목이 무슨 뜻이야? 싶으시다면, '중드'를 모르는 분이시군요.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날들에 부쳐'라고 합니다. 중국의 베스트셀러이자 같은 제목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데, 한마디로 재밌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살던 쟝천을 좋아해서, 그 애정을 감추지 않고 쫓아다닌 천샤오시. 자연스럽게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이가 되었다가, 3년을 헤어져 지냈다가 다시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학창시절의 연애 얘기가 알싸하게 다가오는 데다, 천샤오시의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도 예쁘고 쟝천의 표현하지 못하고 툭툭 거리던 사랑 이야기도 짠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박력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천샤오시의 위트 넘치는 표현 덕분에 책을 읽다가 몇 번씩 현실 웃음이 터집니다. 중국어의 비슷한 발음을 갖고 댓구를 맞추는 작가의 중국어 센스는 일일이 우리말 각주를 읽어봐야 위트를 즐길 수 있지만,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고스톱보다 충분히 재밌습니다.『치아문단순적소미호』자오첸첸, 남혜선 옮김, 달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가수 윤종신의 노래 '오래전 그날' 입니다. 멜로디와 함께 흘러나오는 이 가사만 들으면 대학 시절 첫 사랑을 시작하던 그때로 돌아가게 되죠. 이렇게 윤종신의 노랫말에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서사의 힘'이 있습니다.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다 보면 윤종신이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토록 마음을 콕콕 찌르는 현실적인 가사를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게 마련입니다.

그가 처음 펴낸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는 그런 궁금증을 가져왔던 그의 팬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윤종신의 노래와 가사 가운데 40곡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00편이 넘는 곡 가운데 40곡이라면 정말 추리고 추린 이야길 겁니다. 책을 읽다 보면 가사를 쓰기 위해 어떤 감정과 상황을 생각하는 그의 과정이 놀랍기만 합니다.

책을 읽을 때 윤종신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 것도 추천합니다. 노래를 함께 들으며 책을 읽으면 마치 콘서트장에 앉아 그에게 곡에 담긴 감정과 상황을 설명을 듣는 관객이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계절은 너에게 배웠어』윤종신, 문학동네

문화부 이수연, 서병립,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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