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땅에 창업주 묘?…삼성물산의 ‘특별관리’

입력 2018.09.24 (21:25) 수정 2018.09.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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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삼성 그룹입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묘는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안에 있는데요.

이 땅은 삼성물산 소유인데, 삼성물산은 임대료도 받지 않은 채 묘역 관리까지 직접 하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덕훈 기자입니다.

[연관기사][단독/앵커&리포트] 한진 조양호, 부친 묘소 관리에 ‘계열사 동원’

[리포트]

수 백미터 길이의 높은 돌담 길이 둘러 싸고 있는 곳.

일반인 접근을 막고 있는 울타리 너머 널따란 잔디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에서 본 담벼락 안쪽,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묘가 있습니다.

묘 앞에는 이 전 회장 동상이 보이고, 총수 일가를 맞는 영빈관도 있습니다.

묘는 산을 등지고 호수를 바라보는, 배산임수 지형입니다.

정돈된 조경수와 잔디, 그리고 연못.

사실상 거대한 정원입니다.

삼성 계열사들이 경비와 조경 등 모든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노동조합 관계자 : "(묘는)호암미술관, 창조관, 인력개발원이 있는 곳은 한 단지로 구성돼 있어서 삼성에스원이 경비 업무를 하는 걸로 알고 있고, 조경이나 묘역 관리 역시 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하고 있기 때문에..."]

묘역이 조성된 건 1987년. 당시 관할 관청은 묘와 상석, 비석 자리를 합쳐 499㎡만 허가를 내줬습니다.

당시 가족묘 법적 허용치는 500㎡까지였습니다.

하지만 동상과 영빈관까지 묘역 관련 시설이 있는 땅을 전부 합치면 5만 제곱미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묘와 부속시설을 쓴 부분만 얘기를 해야죠. (땅 전체를 묘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묘가 있는 땅의 등기부를 보니, 소유주는 삼성 물산입니다.

땅의 용도는 유원지.

에버랜드가 있는 회사 땅 일부를 총수 일가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가족묘로 쓰고 있는 겁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묘지 대장에) 1987년 11월 23일자로 허가가 난 게 있네요. 설치자가 이건희고요."]

이건희 회장 측이 삼성물산에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묘역과 관련 시설이 들어선 5만 제곱미터의 땅 임대료만 추산해도, 30년 동안 최소 110억 원에 이릅니다.

삼성물산이 그만큼 손해를 본 겁니다.

[김남근/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회사에 이익에 반해서 특정 개인의 묏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습니다."]

경비와 조경 등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금액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KBS 취재가 이어지자, 삼성물산은 회장 일가와 임차 계약을 추진하는 등 뒤늦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음성변조 : "(1987년) 묘소의 설치와 관리에 대해 (회장 일가와 회사 간) 상호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가 된다면 향후 비용 문제 처리에 대해 검토하겠습니다."]

30년 넘게 회사가 총수 개인 묘역을 관리해 왔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겁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우리 재벌가들의 또 다른 민낯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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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회사땅에 창업주 묘?…삼성물산의 ‘특별관리’
    • 입력 2018-09-24 21:30:25
    • 수정2018-09-24 2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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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삼성 그룹입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묘는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안에 있는데요.

이 땅은 삼성물산 소유인데, 삼성물산은 임대료도 받지 않은 채 묘역 관리까지 직접 하고 있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덕훈 기자입니다.

[연관기사][단독/앵커&리포트] 한진 조양호, 부친 묘소 관리에 ‘계열사 동원’

[리포트]

수 백미터 길이의 높은 돌담 길이 둘러 싸고 있는 곳.

일반인 접근을 막고 있는 울타리 너머 널따란 잔디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늘에서 본 담벼락 안쪽,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묘가 있습니다.

묘 앞에는 이 전 회장 동상이 보이고, 총수 일가를 맞는 영빈관도 있습니다.

묘는 산을 등지고 호수를 바라보는, 배산임수 지형입니다.

정돈된 조경수와 잔디, 그리고 연못.

사실상 거대한 정원입니다.

삼성 계열사들이 경비와 조경 등 모든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노동조합 관계자 : "(묘는)호암미술관, 창조관, 인력개발원이 있는 곳은 한 단지로 구성돼 있어서 삼성에스원이 경비 업무를 하는 걸로 알고 있고, 조경이나 묘역 관리 역시 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하고 있기 때문에..."]

묘역이 조성된 건 1987년. 당시 관할 관청은 묘와 상석, 비석 자리를 합쳐 499㎡만 허가를 내줬습니다.

당시 가족묘 법적 허용치는 500㎡까지였습니다.

하지만 동상과 영빈관까지 묘역 관련 시설이 있는 땅을 전부 합치면 5만 제곱미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실질적으로 묘와 부속시설을 쓴 부분만 얘기를 해야죠. (땅 전체를 묘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묘가 있는 땅의 등기부를 보니, 소유주는 삼성 물산입니다.

땅의 용도는 유원지.

에버랜드가 있는 회사 땅 일부를 총수 일가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가족묘로 쓰고 있는 겁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묘지 대장에) 1987년 11월 23일자로 허가가 난 게 있네요. 설치자가 이건희고요."]

이건희 회장 측이 삼성물산에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묘역과 관련 시설이 들어선 5만 제곱미터의 땅 임대료만 추산해도, 30년 동안 최소 110억 원에 이릅니다.

삼성물산이 그만큼 손해를 본 겁니다.

[김남근/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회사에 이익에 반해서 특정 개인의 묏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습니다."]

경비와 조경 등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금액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KBS 취재가 이어지자, 삼성물산은 회장 일가와 임차 계약을 추진하는 등 뒤늦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 관계자/음성변조 : "(1987년) 묘소의 설치와 관리에 대해 (회장 일가와 회사 간) 상호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가 된다면 향후 비용 문제 처리에 대해 검토하겠습니다."]

30년 넘게 회사가 총수 개인 묘역을 관리해 왔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겁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우리 재벌가들의 또 다른 민낯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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