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푸른 하늘 사수! “베이징, 디젤차 아예 없앤다”

입력 2018.09.26 (11:48) 수정 2018.09.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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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에서는 도로 청소차도 전기차로 운용하고 있다.

□ 중국 베이징시 '디젤차량 프리존' 선언!

중국 베이징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베이징 내 7백만 대에 이르는 새털같이 많은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는 한 대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대신 중국산 BYD와 테슬라 등 연두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등록된 10만개 자동차 신규 번호판 가운데 6만대는 전기차에, 4만대는 가솔린차에 배정했다. 경유차량을 위한 신규 번호판은 아예 없다.

중국 당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량까지 퇴출시키겠다고 나섰다. 중국 교통부는 9월 21일부터, 베이징시내 6환(순환도로)내에 경유 화물차량 진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배출가스로 차량 등급을 나누는데 화물차 대부분이 해당하는 배출 등급(국가 3등급) 차량들의 도심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발표다. 베이징은 도심을 중심으로 2환부터 더 큰 반경으로 도로의 숫자가 커지는데, 외곽 6환에도 화물차 진입이 안된다면, 사실상 화물차는 베이징에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이제 베이징 시내에선 경유차를 볼 수 없게 됐다.이제 베이징 시내에선 경유차를 볼 수 없게 됐다.

□ 경유 화물차가 미세먼지의 주범

중국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베이징시 당국이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전통의 강호(?) 석탄을 제치고 자동차 배출가스가 45%를 차지해 1등 오염원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자동차 배출가스의 주범은 경유 화물차로 드러났다. 베이징 전체 차량의 4%에 불과한 경유 화물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베이징 전체 자동차 배기가스의 69%에서 9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8월까지 베이징의 경유 화물차 141만 8천여 대를 검사해서 29만 9천여 대를 환경기준 위반으로 적발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10만 8천 9백여대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차량들은 운행이 제한되고 강제 폐차를 유도한다. 중국의 경유차 단속은 이렇게 촘촘하면서도 집요하다.

허베이성에서 베이징 경계로 들어가려면 엄격한 배기가스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허베이성에서 베이징 경계로 들어가려면 엄격한 배기가스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 푸른 하늘 지키기 투쟁(蓝天保卫战)에 관용은 없다.

화물차 기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특히 소형 화물차는 동서를 막론하고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트럭 기사들이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어 차량을 개조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한번 수립되면 좀처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경직성(?)을 자랑한다. 지난 겨울 석탄 난방 금지 정책으로 수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보일러를 놔두고도 벌벌 떨어야 했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난방이 안되니 차라리 햇볕이라도 쬐자며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진풍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오는 2020년까지 베이징 전 지역에서 경유 화물차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베이징을 명실상부한 경유차, 디젤차 프리존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다만 물류 현실을 감안해 2년 과도기를 정해 생필품과 농산물 등의 경유 화물차 수송은 새벽 0시부터 6시 사이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중국 공무원들 입장에선 그나마 상당히 배려를 한 것이다.

9월 25일 오후 1시 기준 베이징 대기가 1등급으로 나와있다. (중국 환경보호부 자료)9월 25일 오후 1시 기준 베이징 대기가 1등급으로 나와있다. (중국 환경보호부 자료)

□ 겨울이 무서웠던 베이징...상전벽해

사실 미세먼지 대책은 겨울이 되기 전인 지금 서두르는 게 맞다. 왜냐하면 매년 중국의, 그것도 베이징의 악명높은 스모그는 겨울에 정점을 찍어왔기 때문이다. 공기품질지수(AQI)가 500을 넘어 2000까지 찍었던 때는 대부분 겨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베이징에 부임한 필자는, 그 정도의 암담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중국의 석탄 난방 퇴출 정책이 이미 지난해부터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0월 베이징시는 3년 동안 PM 2.5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60㎍/㎥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2017년 연평균 58㎍/㎥로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0%를 더 감축하겠다고 공언했고,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그것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을 베이징 하늘은 청명하다. 아프리카 정상회의 때문에 중국 당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 탓도 있겠지만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지금까지 계속 '푸른 하늘'이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였던 '공기'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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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푸른 하늘 사수! “베이징, 디젤차 아예 없앤다”
    • 입력 2018-09-26 11:48:22
    • 수정2018-09-26 14:14:15
    특파원 리포트
▲ 베이징에서는 도로 청소차도 전기차로 운용하고 있다.

□ 중국 베이징시 '디젤차량 프리존' 선언!

중국 베이징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베이징 내 7백만 대에 이르는 새털같이 많은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는 한 대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대신 중국산 BYD와 테슬라 등 연두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국 당국은 올해 등록된 10만개 자동차 신규 번호판 가운데 6만대는 전기차에, 4만대는 가솔린차에 배정했다. 경유차량을 위한 신규 번호판은 아예 없다.

중국 당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량까지 퇴출시키겠다고 나섰다. 중국 교통부는 9월 21일부터, 베이징시내 6환(순환도로)내에 경유 화물차량 진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배출가스로 차량 등급을 나누는데 화물차 대부분이 해당하는 배출 등급(국가 3등급) 차량들의 도심 진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발표다. 베이징은 도심을 중심으로 2환부터 더 큰 반경으로 도로의 숫자가 커지는데, 외곽 6환에도 화물차 진입이 안된다면, 사실상 화물차는 베이징에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이제 베이징 시내에선 경유차를 볼 수 없게 됐다.
□ 경유 화물차가 미세먼지의 주범

중국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베이징시 당국이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전통의 강호(?) 석탄을 제치고 자동차 배출가스가 45%를 차지해 1등 오염원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자동차 배출가스의 주범은 경유 화물차로 드러났다. 베이징 전체 차량의 4%에 불과한 경유 화물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이 베이징 전체 자동차 배기가스의 69%에서 9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8월까지 베이징의 경유 화물차 141만 8천여 대를 검사해서 29만 9천여 대를 환경기준 위반으로 적발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10만 8천 9백여대는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차량들은 운행이 제한되고 강제 폐차를 유도한다. 중국의 경유차 단속은 이렇게 촘촘하면서도 집요하다.

허베이성에서 베이징 경계로 들어가려면 엄격한 배기가스 검사부터 받아야 한다.
□ 푸른 하늘 지키기 투쟁(蓝天保卫战)에 관용은 없다.

화물차 기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특히 소형 화물차는 동서를 막론하고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트럭 기사들이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어 차량을 개조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은 한번 수립되면 좀처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경직성(?)을 자랑한다. 지난 겨울 석탄 난방 금지 정책으로 수많은 베이징 시민들이 보일러를 놔두고도 벌벌 떨어야 했고, 초등학교 학생들이 난방이 안되니 차라리 햇볕이라도 쬐자며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진풍경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오는 2020년까지 베이징 전 지역에서 경유 화물차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베이징을 명실상부한 경유차, 디젤차 프리존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다만 물류 현실을 감안해 2년 과도기를 정해 생필품과 농산물 등의 경유 화물차 수송은 새벽 0시부터 6시 사이에 한해 허용키로 했다. 중국 공무원들 입장에선 그나마 상당히 배려를 한 것이다.

9월 25일 오후 1시 기준 베이징 대기가 1등급으로 나와있다. (중국 환경보호부 자료)
□ 겨울이 무서웠던 베이징...상전벽해

사실 미세먼지 대책은 겨울이 되기 전인 지금 서두르는 게 맞다. 왜냐하면 매년 중국의, 그것도 베이징의 악명높은 스모그는 겨울에 정점을 찍어왔기 때문이다. 공기품질지수(AQI)가 500을 넘어 2000까지 찍었던 때는 대부분 겨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베이징에 부임한 필자는, 그 정도의 암담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중국의 석탄 난방 퇴출 정책이 이미 지난해부터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0월 베이징시는 3년 동안 PM 2.5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60㎍/㎥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로 2017년 연평균 58㎍/㎥로 목표를 달성했다. 중국은 2020년까지 30%를 더 감축하겠다고 공언했고,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그것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을 베이징 하늘은 청명하다. 아프리카 정상회의 때문에 중국 당국이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 탓도 있겠지만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지금까지 계속 '푸른 하늘'이다. 중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였던 '공기' 문제가 해결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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