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없다]③ 화면 촬영은 무죄?…두 번 우는 성폭력 피해자

입력 2018.09.26 (21:29) 수정 2018.09.27 (21: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사회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입법 과제들을 살펴보는 연속기획, 오늘(26일)은 세 번째 순서입니다.

오늘(26일)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좌절하도록 만드는 카메라 범죄 처벌법규의 문제점을 강병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그 아저씨는 인터넷 화상채팅에서 만났습니다.

옷을 벗고 알몸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안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카메라로 모니터에서 제 몸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 아닐까요?

이 남성, 다행히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왜 일까요?

이 남성의 죄목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이었습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유포하면 처벌합니다.

여기 다른 사람의 신체가 중요합니다.

제가 이 휴대전화로 이 모니터 속 다른 사람 몸을 찍으면, 저는 이 사람의 몸을 찍은 걸까요?

아니면 모니터에 뜬 이미지를 찍은 것일까요?

법원은 제가 이미지를 찍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몸을 '직접' 촬영한 경우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극단적으로 직접 촬영한 화면을 다시 촬영하면 처벌이 안될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피해자에겐 직접 찍은 촬영물이나 다시 찍은 재촬영물이나 똑같은 끔찍한 흉기일 뿐입니다.

법 조항이 잘못됐습니다.

이 조항은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란 말 때문에 자신의 은밀한 신체를 찍어 유포하면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국회는 재작년부터 10건이 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신체를 촬영하거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촬영하는 것도 모두 처벌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통과된 법안은 없습니다.

[김숙희/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 "타인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고 편집할 수 있고 유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법은 다 처벌 하도록 따라갈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지 않습니다."]

갈 길이 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그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법이없다]③ 화면 촬영은 무죄?…두 번 우는 성폭력 피해자
    • 입력 2018-09-26 21:35:55
    • 수정2018-09-27 21:40:20
    뉴스 9
[앵커]

우리사회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난 입법 과제들을 살펴보는 연속기획, 오늘(26일)은 세 번째 순서입니다.

오늘(26일)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두 번, 세 번 좌절하도록 만드는 카메라 범죄 처벌법규의 문제점을 강병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그 아저씨는 인터넷 화상채팅에서 만났습니다.

옷을 벗고 알몸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안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 카메라로 모니터에서 제 몸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 아닐까요?

이 남성, 다행히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왜 일까요?

이 남성의 죄목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이었습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유포하면 처벌합니다.

여기 다른 사람의 신체가 중요합니다.

제가 이 휴대전화로 이 모니터 속 다른 사람 몸을 찍으면, 저는 이 사람의 몸을 찍은 걸까요?

아니면 모니터에 뜬 이미지를 찍은 것일까요?

법원은 제가 이미지를 찍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몸을 '직접' 촬영한 경우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극단적으로 직접 촬영한 화면을 다시 촬영하면 처벌이 안될 수도 있단 얘기입니다.

피해자에겐 직접 찍은 촬영물이나 다시 찍은 재촬영물이나 똑같은 끔찍한 흉기일 뿐입니다.

법 조항이 잘못됐습니다.

이 조항은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란 말 때문에 자신의 은밀한 신체를 찍어 유포하면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국회는 재작년부터 10건이 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신체를 촬영하거나, 자신의 몸을 스스로 촬영하는 것도 모두 처벌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통과된 법안은 없습니다.

[김숙희/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 "타인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고 편집할 수 있고 유포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법은 다 처벌 하도록 따라갈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지 않습니다."]

갈 길이 먼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그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KBS 뉴스 강병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