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들통난 이유?

입력 2018.09.28 (08:26) 수정 2018.09.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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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쿠키를 들고 나왔습니다.

2개 인데요, 하나는 대형 마트의 150원짜리, 다른 하나는 유기농 수제로 3배 가격인 450원 수준입니다.

구분 하시겠습니까?

재료도 가격도 다르지만, 너무도 닮아있는 두 개의 쿠키. 사실은 같은 대형 마트 제품이었습니다.

유기농 수제로 유명세를 탄 업체가 대형 마트 제품에 포장만 바꿔 판 겁니다.

연일 검색어 상위를 장식하고 있는 수제 쿠키 둔갑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세 살, 여섯 살 두 자녀를 둔 주부 이 모 씨.

농산물 직거래 인터넷 카페에서 유기농 수제 쿠키와 빵을 판매하는 업체를 알게 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1분 만에 정말 완판이에요. 100% 유기농, 국산 제품으로 만든대요. 좀 비싸더라고요."]

비싼 데다가 쉽게 살 수도 없는 제품이었지만, 어린 자녀들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구매를 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몇 주 만에 한 번 샀거든요. '이건 귀한 거다. 엄마가 줄 서서 산 거다.' 이러면서 다 먹였거든요."]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충북 음성의 한 제과점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었는데요. 이 업체의 빵과 쿠키는 입소문을 타고 지역에서 유명해졌습니다.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맛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조금씩만 만들어 팔아서 몇 번을 못 샀었거든요."]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주방도 다 오픈되어있고 오븐이 다 있고, 구워서 꺼내놓고 하니까.]

첨가물을 넣지 않고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건강한 쿠키라고 홍보하며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줄을 서거나, 예약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2~30명씩 줄 섰다고 한 거 같아요. 잠깐 열었다가도 품절돼서 바로 닫아버리고…."]

그런데, 이곳의 유기농 빵과 쿠키를 받은 고객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성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아무래도 전문가라 다른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조금 시판 빵이랑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공장에서 찍어낸 빵처럼 반듯한 모양이었던 겁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또 다른 구매자.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을 둔 김모 씨는 유기농이라는 말만 믿고 마카롱을 구매했는데요.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저희 아이가 먹고 있는데 입을 봤는데 혓바닥이 마카롱 색깔이랑 똑같이 물이 들어있는 거예요."]

여기에다 마카롱을 먹고 난 뒤, 가려움증이 심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저희 아이가 '엄마 자꾸 간지러워.' 그러더라고요. '유기농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먹어도 안심이 된다고 했는데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이 카페에 하나의 글이 올라옵니다.

유기농 수제 쿠키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쿠키와 똑같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수제 쿠키 아닌 거 알고 사셨냐고 글을 올려놨더라고요. 그때부터 난리가 난 거죠. 그날 아예 잠 못 잤어요. 밤에."]

날벼락 같은 주장에 순식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자, 해당 업체에서는 해명 글을 올렸는데요.

대형 마트에 납품되는 냉동생지와 똑같은 것을 받아서 썼을 뿐, 해당 매장에서 굽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제품은 모두 매장에서 수제로 만들었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카페 회원들이 비교 사진을 올리는 등 추궁하자 이번에는 완제품을 구매해 섞어 팔았다고 고백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몇 시간 만에 시인하더라고요. '대형 마트 제품을 소분해서 팔았던 거다.'"]

하지만,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의심은 커졌고 얼마 뒤, 롤케이크 역시 대형 마트의 롤케이크와 흡사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그럼 무게를 한 번 재봅시다. 대형마트 제품이 275g이에요. 이걸 재봤더니 284g이에요. 포장하나 벗기면 그게 그걸 거 같아요. 사이즈도 다 똑같고 모양도 똑같고 기가 막힌 거예요."]

얼마 뒤, 해당 업체는 롤케이크 역시 완제품을 사온 뒤 재포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일손이 모자라다보니 완제품과, 냉동생지를 이용한 제품을 섞어 판매했다는 건데요.

[나성필/제과기능장 : "반죽을 해서 냉동을 한 손쉽게 구울 수 있는 (반제품이) '냉동 생지'이고요. 계량하고 반죽하고 발효를 시키고 굽기까지 다 하고 난 뒤에 내가 포장까지 다 한 것들을 '수제'라고 생각합니다."]

구매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업체는 대형 마트에서 사와 재포장한 롤케이크와 쿠키에 대한 환불 입장을 밝혔는데요,

가게는 문을 닫았고, 연락도 두절된 상탭니다.

소비자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속여 팔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아기 이름을 걸고 하는 쿠키래요. 아기 태명이래요. 자기 아이들도 이런 걸 먹일까. 먹을 거로 장난을 친다는 건 이건 정말 죄죠. 죄."]

[윤성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아이한테 제일 미안했어요. 저희 아이들한테. 자기자녀를 내세워서 했기 때문에 더 믿었는데 배신감 느꼈죠."]

여기에다, 해당 업체를 소개한 인터넷 카페에도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입점 절차도 아주 까다롭고 회원 수도 굉장히 많잖아요. 이 정도면 당연히 믿고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여기서 구매를 한 거고…."]

그렇다면, 이 업체는 어떻게 10만 명이 넘는 대형 카페에서 판매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판매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허가하는 방식으로 사업자 등록증, 가게 사진 등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판매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직거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음성변조) : "저희가 서류 검사를 해서 등록하는 거죠. 공문서를 받아요."]

하지만, 등록 후에 관리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거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음성변조) :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으니까 밝히고 환불하고 해라. 자료 준비해서 공개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안 하더라고요."]

카페 측은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불은 물론 소송 대리 입장도 밝혔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크림 카스테라와 마카롱에 대해선 성분검사도 의뢰할 예정입니다.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을 악용한 이번 사건에 국민 청원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자체는 물론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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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 쿠키로…들통난 이유?
    • 입력 2018-09-28 08:32:13
    • 수정2018-09-28 08: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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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쿠키를 들고 나왔습니다.

2개 인데요, 하나는 대형 마트의 150원짜리, 다른 하나는 유기농 수제로 3배 가격인 450원 수준입니다.

구분 하시겠습니까?

재료도 가격도 다르지만, 너무도 닮아있는 두 개의 쿠키. 사실은 같은 대형 마트 제품이었습니다.

유기농 수제로 유명세를 탄 업체가 대형 마트 제품에 포장만 바꿔 판 겁니다.

연일 검색어 상위를 장식하고 있는 수제 쿠키 둔갑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세 살, 여섯 살 두 자녀를 둔 주부 이 모 씨.

농산물 직거래 인터넷 카페에서 유기농 수제 쿠키와 빵을 판매하는 업체를 알게 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1분 만에 정말 완판이에요. 100% 유기농, 국산 제품으로 만든대요. 좀 비싸더라고요."]

비싼 데다가 쉽게 살 수도 없는 제품이었지만, 어린 자녀들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구매를 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몇 주 만에 한 번 샀거든요. '이건 귀한 거다. 엄마가 줄 서서 산 거다.' 이러면서 다 먹였거든요."]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충북 음성의 한 제과점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었는데요. 이 업체의 빵과 쿠키는 입소문을 타고 지역에서 유명해졌습니다.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맛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조금씩만 만들어 팔아서 몇 번을 못 샀었거든요."]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주방도 다 오픈되어있고 오븐이 다 있고, 구워서 꺼내놓고 하니까.]

첨가물을 넣지 않고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건강한 쿠키라고 홍보하며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줄을 서거나, 예약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2~30명씩 줄 섰다고 한 거 같아요. 잠깐 열었다가도 품절돼서 바로 닫아버리고…."]

그런데, 이곳의 유기농 빵과 쿠키를 받은 고객들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성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아무래도 전문가라 다른가?' 라는 생각도 했지만 조금 시판 빵이랑 비슷하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공장에서 찍어낸 빵처럼 반듯한 모양이었던 겁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또 다른 구매자.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을 둔 김모 씨는 유기농이라는 말만 믿고 마카롱을 구매했는데요.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저희 아이가 먹고 있는데 입을 봤는데 혓바닥이 마카롱 색깔이랑 똑같이 물이 들어있는 거예요."]

여기에다 마카롱을 먹고 난 뒤, 가려움증이 심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저희 아이가 '엄마 자꾸 간지러워.' 그러더라고요. '유기농이라고 했는데 아이들이 먹어도 안심이 된다고 했는데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이 카페에 하나의 글이 올라옵니다.

유기농 수제 쿠키가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쿠키와 똑같다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수제 쿠키 아닌 거 알고 사셨냐고 글을 올려놨더라고요. 그때부터 난리가 난 거죠. 그날 아예 잠 못 잤어요. 밤에."]

날벼락 같은 주장에 순식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자, 해당 업체에서는 해명 글을 올렸는데요.

대형 마트에 납품되는 냉동생지와 똑같은 것을 받아서 썼을 뿐, 해당 매장에서 굽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제품은 모두 매장에서 수제로 만들었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카페 회원들이 비교 사진을 올리는 등 추궁하자 이번에는 완제품을 구매해 섞어 팔았다고 고백합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몇 시간 만에 시인하더라고요. '대형 마트 제품을 소분해서 팔았던 거다.'"]

하지만,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의심은 커졌고 얼마 뒤, 롤케이크 역시 대형 마트의 롤케이크와 흡사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그럼 무게를 한 번 재봅시다. 대형마트 제품이 275g이에요. 이걸 재봤더니 284g이에요. 포장하나 벗기면 그게 그걸 거 같아요. 사이즈도 다 똑같고 모양도 똑같고 기가 막힌 거예요."]

얼마 뒤, 해당 업체는 롤케이크 역시 완제품을 사온 뒤 재포장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일손이 모자라다보니 완제품과, 냉동생지를 이용한 제품을 섞어 판매했다는 건데요.

[나성필/제과기능장 : "반죽을 해서 냉동을 한 손쉽게 구울 수 있는 (반제품이) '냉동 생지'이고요. 계량하고 반죽하고 발효를 시키고 굽기까지 다 하고 난 뒤에 내가 포장까지 다 한 것들을 '수제'라고 생각합니다."]

구매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업체는 대형 마트에서 사와 재포장한 롤케이크와 쿠키에 대한 환불 입장을 밝혔는데요,

가게는 문을 닫았고, 연락도 두절된 상탭니다.

소비자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속여 팔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OO/미미 쿠키 구매 고객(음성변조) : "아기 이름을 걸고 하는 쿠키래요. 아기 태명이래요. 자기 아이들도 이런 걸 먹일까. 먹을 거로 장난을 친다는 건 이건 정말 죄죠. 죄."]

[윤성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아이한테 제일 미안했어요. 저희 아이들한테. 자기자녀를 내세워서 했기 때문에 더 믿었는데 배신감 느꼈죠."]

여기에다, 해당 업체를 소개한 인터넷 카페에도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김경희/미미 쿠키 구매 고객 : "입점 절차도 아주 까다롭고 회원 수도 굉장히 많잖아요. 이 정도면 당연히 믿고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여기서 구매를 한 거고…."]

그렇다면, 이 업체는 어떻게 10만 명이 넘는 대형 카페에서 판매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판매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허가하는 방식으로 사업자 등록증, 가게 사진 등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판매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직거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음성변조) : "저희가 서류 검사를 해서 등록하는 거죠. 공문서를 받아요."]

하지만, 등록 후에 관리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거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음성변조) :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으니까 밝히고 환불하고 해라. 자료 준비해서 공개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안 하더라고요."]

카페 측은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불은 물론 소송 대리 입장도 밝혔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크림 카스테라와 마카롱에 대해선 성분검사도 의뢰할 예정입니다.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을 악용한 이번 사건에 국민 청원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자체는 물론 경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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