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의 비결 ‘사과 꼭지’, 딸 필요 없어요”

입력 2018.09.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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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사과는 대개 꼭지가 없거나 바짝 잘려 있습니다. 예전에 농가에서 꼭지가 달린 채로 사과를 운반하다가 자칫 옆 과실에 흠집이 날까봐 잘라왔던 게 관행으로 굳어진 겁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까요?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 팔고 있는 사과들을 살펴보면 꼭지가 온전히 달린 채로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과/독일·이탈리아·호주 사과우리나라 사과/독일·이탈리아·호주 사과

지금은 우리나라도 사과 꼭지를 굳이 자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포장 기술의 발달로 사과가 '난좌'라고 불리는 용기에 들어앉아 꼭지가 옆 사과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꼭지 무절단 사과꼭지 무절단 사과

한국농수산대학 정혜웅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만 유독 사과의 꼭지를 잘라서 출하하기 때문에 농가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과일의 신선도는 떨어져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 교수의 시험 결과, 꼭지를 절단하면서 땄을 때 1시간에 115kg 수확하던 것이 사과를 그냥 바로 따면 같은 시간에 140kg를 수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비용으로 치환할 경우, "전국적으로 사과 꼭지 절단을 위해 해마다 193억 4천4백만 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합니다.

비용도 더 들지만, 꼭지가 잘려나가면서 사과의 신선도가 쉽게 손실된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냉장 상태에서 꼭지가 없는 사과는 4주 만에 중량이 4.2% 감소했지만, 꼭지가 있는 사과는 같은 기간 2.2%만 감소했습니다. 꼭지가 있으면 수분 손실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입니다. 과육의 단단한 정도와 당 함량 등의 조사 지표 모두 꼭지가 있는 사과에서 더 잘 유지됐습니다.

사과 꼭지 유무별 과중 변화율(자료 : 한국농수산대학 정혜웅 명예교수)사과 꼭지 유무별 과중 변화율(자료 : 한국농수산대학 정혜웅 명예교수)

신선함의 비결을 지닌 사과 꼭지를 지키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부터 '사과꼭지 무절단' 시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충북 원예농협에서 꼭지를 남긴 사과를 출하했고, 전북 장수군에서 생산하는 사과도 99%가 꼭지를 자르지 않고 있습니다. ICOOP 생협연대와 한살림 등에서 유통하는 사과도 꼭지가 달린 채로 소비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농가에서는 꼭지를 자르는 이중의 수고를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농식품부 홍보 포스터농식품부 홍보 포스터

햇사과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요즘, 기존의 생산 관행을 꼭 고집할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과수 농민과 중도매인협회, 유통업계와 소비자까지 지혜를 한 데 모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맛 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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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함의 비결 ‘사과 꼭지’, 딸 필요 없어요”
    • 입력 2018-09-30 15:31:07
    취재K
우리 주변의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사과는 대개 꼭지가 없거나 바짝 잘려 있습니다. 예전에 농가에서 꼭지가 달린 채로 사과를 운반하다가 자칫 옆 과실에 흠집이 날까봐 잘라왔던 게 관행으로 굳어진 겁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까요? 유럽이나 호주 등에서 팔고 있는 사과들을 살펴보면 꼭지가 온전히 달린 채로 유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과/독일·이탈리아·호주 사과
지금은 우리나라도 사과 꼭지를 굳이 자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포장 기술의 발달로 사과가 '난좌'라고 불리는 용기에 들어앉아 꼭지가 옆 사과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꼭지 무절단 사과
한국농수산대학 정혜웅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만 유독 사과의 꼭지를 잘라서 출하하기 때문에 농가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과일의 신선도는 떨어져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 교수의 시험 결과, 꼭지를 절단하면서 땄을 때 1시간에 115kg 수확하던 것이 사과를 그냥 바로 따면 같은 시간에 140kg를 수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비용으로 치환할 경우, "전국적으로 사과 꼭지 절단을 위해 해마다 193억 4천4백만 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합니다.

비용도 더 들지만, 꼭지가 잘려나가면서 사과의 신선도가 쉽게 손실된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냉장 상태에서 꼭지가 없는 사과는 4주 만에 중량이 4.2% 감소했지만, 꼭지가 있는 사과는 같은 기간 2.2%만 감소했습니다. 꼭지가 있으면 수분 손실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입니다. 과육의 단단한 정도와 당 함량 등의 조사 지표 모두 꼭지가 있는 사과에서 더 잘 유지됐습니다.

사과 꼭지 유무별 과중 변화율(자료 : 한국농수산대학 정혜웅 명예교수)
신선함의 비결을 지닌 사과 꼭지를 지키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부터 '사과꼭지 무절단' 시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충북 원예농협에서 꼭지를 남긴 사과를 출하했고, 전북 장수군에서 생산하는 사과도 99%가 꼭지를 자르지 않고 있습니다. ICOOP 생협연대와 한살림 등에서 유통하는 사과도 꼭지가 달린 채로 소비자들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농가에서는 꼭지를 자르는 이중의 수고를 계속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농식품부 홍보 포스터
햇사과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요즘, 기존의 생산 관행을 꼭 고집할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과수 농민과 중도매인협회, 유통업계와 소비자까지 지혜를 한 데 모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맛 좋은 사과를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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