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법 7년 “세상 바꿨지만 나에게 남은 건…”

입력 2018.09.30 (21:20) 수정 2018.09.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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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 90년대 보안사 사찰 등 역사를 바꾼 사건들에는 반드시 내부고발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도입된 지 오늘(30일)로 꼭 7년이 됐는데요.

사각지대는 없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김지숙 박민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였던 최순실 태블릿 PC, 그 존재가 알려졌을 때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태블릿 PC가 나온 걸 저도 보고 이런 일은 정말 말이 안되지 않느냐. 내가 얘기를 안 하면 안되겠다 생각했죠."]

국면마다 박씨는 결정적인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박헌영/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2016.12 : "(독일) 비덱으로 바로 돈을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박헌영/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12차 변론기일/2017.2 : "대통령이 순방을 한다든지 이런 건 극비 문서에 해당하는 건데 그런 걸 보여주시면서…"]

바깥에선 용기있는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지만, 직장인 재단 안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재단을 떠나야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제가 그냥 사직서를 내게 됐죠. 예전에 스키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겨울 시즌에는 그런 일들 하면서 있었고요."]

박씨는 지금은 공익신고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조직을 옳게 바꾸기 위해서 조직이 잘못되는 걸 막기 위해서 제보를 하시고 그 후에도 조직에 남아서 끝까지 투쟁하고 싸우고 계시는 분들 많고. 이런 부분을 많이 알려야 되거든요."]

이종헌 씨는 2014년 자신이 일하던 농약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역시 공익신고자로 인정됐지만, 회사의 보복은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이종헌/팜한농 산업재해 은폐 공익신고자 : "관리직인데 낫 주고 회사에 구내에 제초 작업 시킨다거나 화장실도 쓰지 말라고 그러시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종헌/팜한농 산업재해 은폐 공익신고자 : "제 나이에 어디 나가서 마땅히 찾을 만한 직업도 솔직히 없죠. 정당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떠밀리다시피 나간다면 누가 앞으로 이런 공익제보를 할 것인가."]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리포트]

두 분의 사례, 어떻게 보셨나요.

이런 불이익을 줄여보고자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도입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공익신고가 2만 6천여 건이나 접수됐으니,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대기업 직원이 총수의 은밀한 비자금을 발견해, 용기를 내서 국민권익위나 수사기관에 신고를 합니다.

해당 기업이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합니다.

이럴 경우 권익위에 도움을 청해도 공익신고로 인정받지 못 해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대표적 기업 범죄인 횡령, 배임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정한 '공익침해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를 포함해 모든 형법상 범죄가 빠져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예를들어, 해당 기관이 보복 차원에서 공익신고자를 '해임'하면 권익위가 보호조치를 내려 이를 막습니다.

그런데 '정직'으로 바꿔 다시 보복하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악의적 보복 조치를 즉시 막아줄 규정이 없습니다.

'양심 선언을 해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얘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죠.

이런 허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지금까지 10여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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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익신고자 보호법 7년 “세상 바꿨지만 나에게 남은 건…”
    • 입력 2018-09-30 21:25:01
    • 수정2018-09-30 21:52:22
    뉴스 9
[앵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 90년대 보안사 사찰 등 역사를 바꾼 사건들에는 반드시 내부고발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도입된 지 오늘(30일)로 꼭 7년이 됐는데요.

사각지대는 없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김지숙 박민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였던 최순실 태블릿 PC, 그 존재가 알려졌을 때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태블릿 PC가 나온 걸 저도 보고 이런 일은 정말 말이 안되지 않느냐. 내가 얘기를 안 하면 안되겠다 생각했죠."]

국면마다 박씨는 결정적인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박헌영/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2016.12 : "(독일) 비덱으로 바로 돈을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박헌영/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12차 변론기일/2017.2 : "대통령이 순방을 한다든지 이런 건 극비 문서에 해당하는 건데 그런 걸 보여주시면서…"]

바깥에선 용기있는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지만, 직장인 재단 안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난해 7월 재단을 떠나야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제가 그냥 사직서를 내게 됐죠. 예전에 스키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겨울 시즌에는 그런 일들 하면서 있었고요."]

박씨는 지금은 공익신고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박헌영/前 K스포츠재단 과장 : "조직을 옳게 바꾸기 위해서 조직이 잘못되는 걸 막기 위해서 제보를 하시고 그 후에도 조직에 남아서 끝까지 투쟁하고 싸우고 계시는 분들 많고. 이런 부분을 많이 알려야 되거든요."]

이종헌 씨는 2014년 자신이 일하던 농약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했다는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역시 공익신고자로 인정됐지만, 회사의 보복은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이종헌/팜한농 산업재해 은폐 공익신고자 : "관리직인데 낫 주고 회사에 구내에 제초 작업 시킨다거나 화장실도 쓰지 말라고 그러시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종헌/팜한농 산업재해 은폐 공익신고자 : "제 나이에 어디 나가서 마땅히 찾을 만한 직업도 솔직히 없죠. 정당한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떠밀리다시피 나간다면 누가 앞으로 이런 공익제보를 할 것인가."]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리포트]

두 분의 사례, 어떻게 보셨나요.

이런 불이익을 줄여보고자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도입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공익신고가 2만 6천여 건이나 접수됐으니,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 대기업 직원이 총수의 은밀한 비자금을 발견해, 용기를 내서 국민권익위나 수사기관에 신고를 합니다.

해당 기업이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합니다.

이럴 경우 권익위에 도움을 청해도 공익신고로 인정받지 못 해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대표적 기업 범죄인 횡령, 배임은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정한 '공익침해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를 포함해 모든 형법상 범죄가 빠져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예를들어, 해당 기관이 보복 차원에서 공익신고자를 '해임'하면 권익위가 보호조치를 내려 이를 막습니다.

그런데 '정직'으로 바꿔 다시 보복하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악의적 보복 조치를 즉시 막아줄 규정이 없습니다.

'양심 선언을 해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얘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죠.

이런 허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지금까지 10여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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