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적자 산더미’ 서울 지하철역…광고를 없앤다?

입력 2018.10.02 (08:28) 수정 2018.10.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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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시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바로 광고입니다.

그런데 지하철 모든 곳을 도배하다시피 한 광고 홍수에 여론이 나빠지자 최근 서울시는 지하철역에서 상업광고를 없애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눈덩이같은 쌓이는 적자는 방치한채 탁상행정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이용객 20여만명인 서울 강남역.

역 안을 들어서는 순간, 현란한 광고들이 눈앞을 가로 막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안, 벽면마다 거대한 광고가 가득 들어찼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며 마주봐야하는 스크린 도어 역시 광고 일색인데요.

[박근학/서울시 강서구 : “너무 많아서 몇 개정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셀 수가 없을 거 같은데요.”]

취재진이 직접 세어보니 승강장에 붙은 광고만 96개.

역 내부에 있는 광고까지 다 더하면 수 백여개에 달합니다.

승객들은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손영훈/강원도 양양군 : “광고가 너무 많으면 눈이 피로해질 때가 많고 그게 LED잖아요. 그래서 눈이 너무 아프고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아요.”]

이렇게 많다보니, 광고를 제대로 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조용득/충북 단양군 : “눈에 보이는 곳이 다 광고예요. 광고가 너무 넘쳐나요. 사람들이 광고를 하는 이유가 그걸 보고 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건데 지금 사람들 자체가 광고를 아예 안 본다는 얘기죠. 너무 식상하다는 얘기에요.”]

강남의 중심지 3호선 압구정역입니다.

이곳 역시 역내부와 승강장이 광고로 가득합니다.

직접 세어보니 승강장 광고만 56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병원광고라는 겁니다. 인근에 성형외과가 밀집해서 인지 유난히 성형에 대한 광고가 많은데요.

[김정숙/서울시 은평구 : “성형외과 (광고) 같은 것이 너무 많고 의사가 허리 아프다고 하는 것 있잖아요. 정형외과 (광고) 같은 것. 이런 것도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한 정거장 차이인 신사역도 마찬가지인데요.

성형을 부추기는 사진이나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보니 승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지영/서울시 강남구 : “여자는 예뻐야 하고 성형으로 예뻐져야 한다는 그런 인식을 보편화시키는 것 같아서 그게 기분이 나쁜 거 같아요.”]

[노연선/경기도 성남시 : “아무래도 성형 광고만 있다 보면 불쾌하죠. 당연히 기분이.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외국인들 많은 곳은 창피하기도 하고…….”]

반면,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런 역과는 전혀 다른 역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통한 우이신설경전철 신설동역.

역 내 어느 곳에서도 상업광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자리 잡은 것은 유명 작가의 작품들.

환승 통로를 전시장으로 활용해 지하철을 타러가는 승객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우이신설경전철이 광고가 없는 문화 철도로 계획되었기 때문인데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김덕순/경기도 남양주시 :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이 너무 예쁘고 깔끔하고 보기에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좋은 것 같아요.”]

[조덕현/서울시 성북구 : “정서에 좋고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이 작품을 모르지만 음미를 해볼 수 있고 이런 여러 가지가 상업 광고보다 훨씬 낫죠.”]

박원순 시장은 지난 달 17일, 한 포럼에 참가해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에 상업 광고를 없애고 예술역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우이신설경전철처럼 공공 미술관을 지향하는 예술역으로 만들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예산입니다.

서울 교통공사가 지하철로 얻는 광고수익 440억을 포기해야 광고 없는 지하철이 가능한데요.

서울 지하철의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은 5,2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수송 수입은 줄어든 반면, 무임승차 비율은 꾸준히 늘어난데다 노후화된 전동차 교체 등 시설투자비 부담을 서울교통공사에서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진석/한국교통연구원 고속철도 산업연구팀장 : “40년이 넘었잖아요. 그러니까 매년 굉장히 많은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요. 그다음에 무임승차에 대해서는요. (서울시에서) 보상을 많이 안 해주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상업광고까지 없앨 경우, 서울 지하철의 재정악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김주성/경기도 안산시 : “광고 중에는 유익한 광고도 있을 수 있고 지하철 입장에서도 그런 수익을 창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광고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도경/서울시 강북구 : “솔직히 우이신설경전철처럼 좀 더 작품이 많고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서울 교통공사는 지난해부터 성형광고의 단계적 전면 금지와 상업광고 없는 전철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광고 없는 지하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지하철역에서 상업광고를 없애는 것은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고요. 운영 주체인 교통공사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더 큰 비용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그런 구조로 간다고 하면 상업광고를 폐지하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적자에 허덕이지만 그래도 광고 없는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서울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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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적자 산더미’ 서울 지하철역…광고를 없앤다?
    • 입력 2018-10-02 08:34:21
    • 수정2018-10-02 08:39:57
    아침뉴스타임
[앵커]

서울 시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바로 광고입니다.

그런데 지하철 모든 곳을 도배하다시피 한 광고 홍수에 여론이 나빠지자 최근 서울시는 지하철역에서 상업광고를 없애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눈덩이같은 쌓이는 적자는 방치한채 탁상행정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하루 평균 이용객 20여만명인 서울 강남역.

역 안을 들어서는 순간, 현란한 광고들이 눈앞을 가로 막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안, 벽면마다 거대한 광고가 가득 들어찼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며 마주봐야하는 스크린 도어 역시 광고 일색인데요.

[박근학/서울시 강서구 : “너무 많아서 몇 개정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셀 수가 없을 거 같은데요.”]

취재진이 직접 세어보니 승강장에 붙은 광고만 96개.

역 내부에 있는 광고까지 다 더하면 수 백여개에 달합니다.

승객들은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손영훈/강원도 양양군 : “광고가 너무 많으면 눈이 피로해질 때가 많고 그게 LED잖아요. 그래서 눈이 너무 아프고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아요.”]

이렇게 많다보니, 광고를 제대로 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조용득/충북 단양군 : “눈에 보이는 곳이 다 광고예요. 광고가 너무 넘쳐나요. 사람들이 광고를 하는 이유가 그걸 보고 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건데 지금 사람들 자체가 광고를 아예 안 본다는 얘기죠. 너무 식상하다는 얘기에요.”]

강남의 중심지 3호선 압구정역입니다.

이곳 역시 역내부와 승강장이 광고로 가득합니다.

직접 세어보니 승강장 광고만 56개.

특이한 점은, 대부분이 병원광고라는 겁니다. 인근에 성형외과가 밀집해서 인지 유난히 성형에 대한 광고가 많은데요.

[김정숙/서울시 은평구 : “성형외과 (광고) 같은 것이 너무 많고 의사가 허리 아프다고 하는 것 있잖아요. 정형외과 (광고) 같은 것. 이런 것도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한 정거장 차이인 신사역도 마찬가지인데요.

성형을 부추기는 사진이나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보니 승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지영/서울시 강남구 : “여자는 예뻐야 하고 성형으로 예뻐져야 한다는 그런 인식을 보편화시키는 것 같아서 그게 기분이 나쁜 거 같아요.”]

[노연선/경기도 성남시 : “아무래도 성형 광고만 있다 보면 불쾌하죠. 당연히 기분이.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외국인들 많은 곳은 창피하기도 하고…….”]

반면, 광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런 역과는 전혀 다른 역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통한 우이신설경전철 신설동역.

역 내 어느 곳에서도 상업광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자리 잡은 것은 유명 작가의 작품들.

환승 통로를 전시장으로 활용해 지하철을 타러가는 승객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우이신설경전철이 광고가 없는 문화 철도로 계획되었기 때문인데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김덕순/경기도 남양주시 : “전시되어있는 그림들이 너무 예쁘고 깔끔하고 보기에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좋은 것 같아요.”]

[조덕현/서울시 성북구 : “정서에 좋고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이 작품을 모르지만 음미를 해볼 수 있고 이런 여러 가지가 상업 광고보다 훨씬 낫죠.”]

박원순 시장은 지난 달 17일, 한 포럼에 참가해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에 상업 광고를 없애고 예술역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우이신설경전철처럼 공공 미술관을 지향하는 예술역으로 만들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예산입니다.

서울 교통공사가 지하철로 얻는 광고수익 440억을 포기해야 광고 없는 지하철이 가능한데요.

서울 지하철의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은 5,2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수송 수입은 줄어든 반면, 무임승차 비율은 꾸준히 늘어난데다 노후화된 전동차 교체 등 시설투자비 부담을 서울교통공사에서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진석/한국교통연구원 고속철도 산업연구팀장 : “40년이 넘었잖아요. 그러니까 매년 굉장히 많은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요. 그다음에 무임승차에 대해서는요. (서울시에서) 보상을 많이 안 해주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상업광고까지 없앨 경우, 서울 지하철의 재정악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문제인데요,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김주성/경기도 안산시 : “광고 중에는 유익한 광고도 있을 수 있고 지하철 입장에서도 그런 수익을 창출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광고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도경/서울시 강북구 : “솔직히 우이신설경전철처럼 좀 더 작품이 많고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서울 교통공사는 지난해부터 성형광고의 단계적 전면 금지와 상업광고 없는 전철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광고 없는 지하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최진봉/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지하철역에서 상업광고를 없애는 것은 이용자 편익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고요. 운영 주체인 교통공사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더 큰 비용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그런 구조로 간다고 하면 상업광고를 폐지하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적자에 허덕이지만 그래도 광고 없는 지하철을 만들겠다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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