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하나님께 감사? 공산당에 감사하라!

입력 2018.10.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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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베이징 최대 시온교회 강제 철거

지난 9월 9일 일요일 중국 베이징 시온(錫安)교회에 천육백여 명의 중국인 신도들이 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순간 갑자기 중국 공안들이 출동해 교회 건물을 에워쌌다. 간판을 떼고 일부는 교회 안으로 들어와 집기등을 몰수하고 예배당을 봉쇄해 버렸다. 경찰 버스와 구급차, 트럭 등이 동원된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신속한 교회 폐쇄조치였다. 시온 교회 관계자는 사전에 조짐이 있었다고 말한다. "당국에서 예배당 안에 감시용 CCTV를 설치하라고 했는데 거부했어요. 그 이후부터 핍박이 시작되다가 사태가 이지경에 이른겁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시온교회는 완전히 폐쇄돼 있었다.기자가 찾아갔을 때 시온교회는 완전히 폐쇄돼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베이징 차오양구 인민정부 민족종교판공실 명의의 통고문이 붙어있었다. 교회 폐쇄 이유는 '시온 교회가 등록을 하지 않고 사회단체 명의로 활동을 전개해' 종교사무조례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 기독교 번창한 중국 남부에선 더 가혹

기독교가 번성하고 있는 중국 남부에서는 더 가혹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홍콩 명보의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 허난성 정부는 성내 교회 4천여 곳의 십자가를 무더기로 철거하고 예배당 집기를 몰수하거나 심지어 불태웠다. 저장성과 광둥성, 푸젠성 등에서도 교회와 신학교가 강제 폐쇄되고 선교사들이 추방당하고 있다. 이런 탄압은 미등록 교회인 이른바 '가정(家庭)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불교, 신장 위구르 지역을 중심으로한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저장성 교인들이 자신의 몸을 십자가와 끈으로 묶으며 철거에 저항하고 있다.저장성 교인들이 자신의 몸을 십자가와 끈으로 묶으며 철거에 저항하고 있다.

□ 교회에 시진핑 초상화를 걸라구?

비교적 세련된 중국 베이징의 공안들은 법규 위반을 교회 폐쇄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중국 남부의 공안들은 노골적이다. 십자가 대신 중국 국기를 내걸라는 요구부터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를 걸라는 요구까지 한다. 예배당 안까지 들어와 설교 내용을 감시하는 공안들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설교 대신 공산당에 감사하는 설교 내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거부하면 교회는 베이징의 시온교회처럼 가차없이 폐쇄된다. 이들은 무슨 근거로 이러는 것일까?

□ 종교사무조례와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

지난 2월,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령으로 종교사무조례가 발표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첫번째 1장 1조, 2조가 "중국 국민의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 공민은 종교적 자유가 있다."이다. 하지만 본심은 4조에 나타난다. "종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천해야 하며, 국가통일과 민족단결에 기여해야 한다."

종교사무조례가 발표된 바로 그 때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행사가 장쑤성 난징에서 열리고 있었다. 국가 종교사무국과 관제 기독교 협회(삼자기독교회+기독교협회=양회), 그리고 공산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기독교 중국화 5개년 사업추진 요강'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2년까지 '중국에 있는 기독교'를 '중국의 기독교'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기독교란 중국의 발전된 제도와 이론, 문화를 인정하고 융합한 기독교이며 추진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받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선도하는 것이라는 아주 자세한 추진 방향까지 발표했다.

선양 기독교(삼자애국교회) 성가대가 공산당 창건 90주년 기념 합창을 하고 있다.선양 기독교(삼자애국교회) 성가대가 공산당 창건 90주년 기념 합창을 하고 있다.

□ 중국 특색의 삼자(三自)교회 VS 가정(家庭)교회

이미 중국은 삼자교회라는 것만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삼자(三自)란 자치(自治)·자양(自養)·자전(自傳)인데 쉽게 풀어 말하면 외국 교회나 선교사들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또 중국 사회주의 건설에 부합하는 예배를 수용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관제 교회인데 이를 거부하고 순수신앙을 추구하며 지하로 숨어든 교회는 이른바 가정(家庭)교회라 불린다. 폐쇄당한 베이징 시온교회가 가정교회이며, 중국 당국의 주된 탄압 대상이다. 가정 교회들은 삼자교회와 달리 외국 교회나 선교사들과 교류를 하는데 중국 당국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 "중국 공산당이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교회, 가정교회는 상당히 퍼지고 있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까지 불리는 중국 저장성 윈저우시는 주민의 15%가량이 기독교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기독교 인구가 1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서구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공산당원 수는 2017년 말 기준으로 8천 956만 4천 명이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공산당원 수자를 능가하는 기독교인들의 증가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 중국이 여러 종교 가운데 특히 기독교에 민감한 이유다. 중국의 한 목사는 "중국 공산당이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에 당정 기구 개편이 있었다. 그동안 종교를 관장하던 국무원 산하의 국가종교 사무국과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국가 민족사무위원회가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감독을 받게 됐다. 중국이 이제 종교를 국가 통일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고, 직접 옥죄기로 결정했다는 명확한 증거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늘 공산당의 지배를 확대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 공언대로 지금 중국에서 공산당 독재는 무소불위다.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까지도 불안해 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마오쩌둥 시대로 돌리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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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하나님께 감사? 공산당에 감사하라!
    • 입력 2018-10-03 13:19:26
    특파원 리포트
□ 중국 베이징 최대 시온교회 강제 철거

지난 9월 9일 일요일 중국 베이징 시온(錫安)교회에 천육백여 명의 중국인 신도들이 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순간 갑자기 중국 공안들이 출동해 교회 건물을 에워쌌다. 간판을 떼고 일부는 교회 안으로 들어와 집기등을 몰수하고 예배당을 봉쇄해 버렸다. 경찰 버스와 구급차, 트럭 등이 동원된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신속한 교회 폐쇄조치였다. 시온 교회 관계자는 사전에 조짐이 있었다고 말한다. "당국에서 예배당 안에 감시용 CCTV를 설치하라고 했는데 거부했어요. 그 이후부터 핍박이 시작되다가 사태가 이지경에 이른겁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시온교회는 완전히 폐쇄돼 있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베이징 차오양구 인민정부 민족종교판공실 명의의 통고문이 붙어있었다. 교회 폐쇄 이유는 '시온 교회가 등록을 하지 않고 사회단체 명의로 활동을 전개해' 종교사무조례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 기독교 번창한 중국 남부에선 더 가혹

기독교가 번성하고 있는 중국 남부에서는 더 가혹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홍콩 명보의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 허난성 정부는 성내 교회 4천여 곳의 십자가를 무더기로 철거하고 예배당 집기를 몰수하거나 심지어 불태웠다. 저장성과 광둥성, 푸젠성 등에서도 교회와 신학교가 강제 폐쇄되고 선교사들이 추방당하고 있다. 이런 탄압은 미등록 교회인 이른바 '가정(家庭)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천주교와 불교, 신장 위구르 지역을 중심으로한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저장성 교인들이 자신의 몸을 십자가와 끈으로 묶으며 철거에 저항하고 있다.
□ 교회에 시진핑 초상화를 걸라구?

비교적 세련된 중국 베이징의 공안들은 법규 위반을 교회 폐쇄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중국 남부의 공안들은 노골적이다. 십자가 대신 중국 국기를 내걸라는 요구부터 시진핑 주석의 초상화를 걸라는 요구까지 한다. 예배당 안까지 들어와 설교 내용을 감시하는 공안들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설교 대신 공산당에 감사하는 설교 내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거부하면 교회는 베이징의 시온교회처럼 가차없이 폐쇄된다. 이들은 무슨 근거로 이러는 것일까?

□ 종교사무조례와 ‘기독교 중국화 5개년 계획’

지난 2월,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령으로 종교사무조례가 발표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첫번째 1장 1조, 2조가 "중국 국민의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 공민은 종교적 자유가 있다."이다. 하지만 본심은 4조에 나타난다. "종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천해야 하며, 국가통일과 민족단결에 기여해야 한다."

종교사무조례가 발표된 바로 그 때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행사가 장쑤성 난징에서 열리고 있었다. 국가 종교사무국과 관제 기독교 협회(삼자기독교회+기독교협회=양회), 그리고 공산당 통일전선부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기독교 중국화 5개년 사업추진 요강'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2년까지 '중국에 있는 기독교'를 '중국의 기독교'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기독교란 중국의 발전된 제도와 이론, 문화를 인정하고 융합한 기독교이며 추진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받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선도하는 것이라는 아주 자세한 추진 방향까지 발표했다.

선양 기독교(삼자애국교회) 성가대가 공산당 창건 90주년 기념 합창을 하고 있다.
□ 중국 특색의 삼자(三自)교회 VS 가정(家庭)교회

이미 중국은 삼자교회라는 것만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삼자(三自)란 자치(自治)·자양(自養)·자전(自傳)인데 쉽게 풀어 말하면 외국 교회나 선교사들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한다. 또 중국 사회주의 건설에 부합하는 예배를 수용한다는 뜻이다. 일종의 관제 교회인데 이를 거부하고 순수신앙을 추구하며 지하로 숨어든 교회는 이른바 가정(家庭)교회라 불린다. 폐쇄당한 베이징 시온교회가 가정교회이며, 중국 당국의 주된 탄압 대상이다. 가정 교회들은 삼자교회와 달리 외국 교회나 선교사들과 교류를 하는데 중국 당국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 "중국 공산당이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교회, 가정교회는 상당히 퍼지고 있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까지 불리는 중국 저장성 윈저우시는 주민의 15%가량이 기독교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기독교 인구가 1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서구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공산당원 수는 2017년 말 기준으로 8천 956만 4천 명이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공산당원 수자를 능가하는 기독교인들의 증가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 중국이 여러 종교 가운데 특히 기독교에 민감한 이유다. 중국의 한 목사는 "중국 공산당이 종교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국에 당정 기구 개편이 있었다. 그동안 종교를 관장하던 국무원 산하의 국가종교 사무국과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국가 민족사무위원회가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감독을 받게 됐다. 중국이 이제 종교를 국가 통일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고, 직접 옥죄기로 결정했다는 명확한 증거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이후 늘 공산당의 지배를 확대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 공언대로 지금 중국에서 공산당 독재는 무소불위다. 종교인들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까지도 불안해 하고 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마오쩌둥 시대로 돌리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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