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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사실일까?
입력 2018.10.07 (08:00) 수정 2018.10.10 (11:16) 팩트체크K
[팩트체크]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사실일까?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한창이던 4일 오후, 때 아닌 ‘운동권 용어’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지난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도로 열렸던 ‘당·정·청 전원회의’의 명칭에 대해 ‘전원회의’라는 이름은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라며 이낙연 총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이 총리에게 청와대에서 사용한 ‘전원회의’라는 명칭은 ‘운동권 용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전원회의, 최저임금위원회도 전원회의를 가지고 있다. 국회법에도 전원위원회가 있다”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원래) 연석회의, 합동회의, 이런 말을 썼다. 전원회의란 말 안썼다”고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의원의 질문과 이 총리의 답변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정말 ‘전원회의’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운동권 용어’인 걸까? 양측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지난 9월 ‘당정청 전원회의’ 관련 KBS 보도화면 지난 9월 ‘당정청 전원회의’ 관련 KBS 보도화면

남북 모두‘전원회의’용어 사용

우선 북한이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의 당 중앙위원회는 당 대회에서 선출된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모두 참여한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 내외 문제들을 논의·의결한다.

하지만 전원회의는 1년에 1번 소집하도록 되어있어 전원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기간에는 그 권한이 당 정치국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로 위임된다. 결국 전원회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의사결정기구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만을 두고 전원회의가 사회주의권 국가들만 사용하는 용어라거나 ‘운동권 용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 총리의 답변처럼 우리나라의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든 예시를 먼저 살펴보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설치와 운영의 근거가 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 제5조 1항은 “과학기술자문회의의 회의는 전원회의, 자문회의 및 심의회의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운영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심의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7조의2에 따라 전원회의를 설치 운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의는 전원회의와 소회의로 구분되는데, 이 중 전원회의는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는 회의를 말한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법령이나 규칙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사항, 제53조(이의신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 소회의에서 의결되지 아니하거나 소회의가 전원회의에서 처리하도록 결정한 사항, 규칙 또는 고시의 제정 또는 변경, 경제적 파급효과가 중대한 사항 기타 전원회의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관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 제3조에 따라 회의를 ‘전원회의’, ‘전문위원회 회의’, ‘운영위원회 회의’ 그리고 ‘연구위원회 회의’로 구분한다. 이 중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는 전원회의다.


‘국회법’ 역시 제63조의2에서 ‘전원위원회’의 설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안건을 다루기 위해 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상임위를 전원위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만 국회 내 각 상임위에서는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통상적으로 ‘전체회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각 상임위 내 소위원회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이 총리가 든 사례 외에도 전원회의 또는 전원위원회를 법률이나 시행령 또는 내부적인 운영규칙에 근거해 운영하는 정부부처가 있는지 살펴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은 제2장에서 전원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다룬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원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전원으로 구성”되며 인권위의 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국민권익위원회인데, 권익위는 법령에 전원위원회라는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업무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전원위원회가 어떤 법령에 근거하는지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익위법 제19조 등에 나오는 ‘위원회’는 ‘소위원회’라는 별도의 표기가 없다면 전원위원회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헌법재판소의 ‘전원부 평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등이 ‘전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북한도 ‘연석회의’, ‘합동회의’라는 말 써

지난 5월 1일 KBS 보도화면 지난 5월 1일 KBS 보도화면

한편 박 의원은 그간 우리 정부가 전원회의 대신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표현을 써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마치 북한은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우리 정부는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용어를 배타적으로 사용해왔다는 투로 들린다. 하지만 북한 역시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올해 5월 1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평양에서는 ‘당·국가·경제·무력기관 간부 연석회의’가 열렸다. 또 북한이 대남 관련 문제를 토의하는 회의체인 ‘정부, 정당, 단체 합동회의'도 존재한다. 사실상 우리 정부와 북한 정부가 각자의 용어를 고수하는 게 아니라 편의에 따라 선택해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선중앙방송 보도화면조선중앙방송 보도화면

[검증 결과]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다" → 전혀 사실아님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우리 정부가 지금껏 전원회의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닐뿐더러 전원회의를 명시하는 관련 법 조항들이 존재하므로 청와대가 '운동권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전원회의가 아닌 연석회의나 합동회의가 우리 정부가 사용해온 용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도 경우에 따라 해당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라는 박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한 사실검증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우리 정치권엔 이와 비슷한 의혹제기가 좀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슬로건인 '사람중심경제'가 이른바 '김일성 주체사상'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나,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표기는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색깔론적인 의혹 제기는 다수 국민이 걱정하는 안보문제와 직결되어있어 효과적인 정쟁의 수단일 수는 있지만 결국 이념적인 논쟁만을 남겨 소모적이다.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도 전에 '편'을 갈라 숙의를 방해하는 건 물론이다. 최근 급성장한 여러 '가짜뉴스' 유통채널은 이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규제하겠다고 법안도 내놓은 상황이지만 규제가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정치풍토 전반이 바뀌지 않는 한 어제와 같은 상황은 그 모습만 바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 [팩트체크]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사실일까?
    • 입력 2018.10.07 (08:00)
    • 수정 2018.10.10 (11:16)
    팩트체크K
[팩트체크]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사실일까?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한창이던 4일 오후, 때 아닌 ‘운동권 용어’ 논란이 일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지난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도로 열렸던 ‘당·정·청 전원회의’의 명칭에 대해 ‘전원회의’라는 이름은 “북한이 사용하는 용어”라며 이낙연 총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이 총리에게 청와대에서 사용한 ‘전원회의’라는 명칭은 ‘운동권 용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전원회의, 최저임금위원회도 전원회의를 가지고 있다. 국회법에도 전원위원회가 있다”며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원래) 연석회의, 합동회의, 이런 말을 썼다. 전원회의란 말 안썼다”고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의원의 질문과 이 총리의 답변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정말 ‘전원회의’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운동권 용어’인 걸까? 양측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지난 9월 ‘당정청 전원회의’ 관련 KBS 보도화면 지난 9월 ‘당정청 전원회의’ 관련 KBS 보도화면

남북 모두‘전원회의’용어 사용

우선 북한이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조선노동당의 당 중앙위원회는 당 대회에서 선출된 위원과 후보위원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모두 참여한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 내외 문제들을 논의·의결한다.

하지만 전원회의는 1년에 1번 소집하도록 되어있어 전원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기간에는 그 권한이 당 정치국과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로 위임된다. 결국 전원회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의사결정기구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만을 두고 전원회의가 사회주의권 국가들만 사용하는 용어라거나 ‘운동권 용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이 총리의 답변처럼 우리나라의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든 예시를 먼저 살펴보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설치와 운영의 근거가 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 제5조 1항은 “과학기술자문회의의 회의는 전원회의, 자문회의 및 심의회의로 구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운영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심의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7조의2에 따라 전원회의를 설치 운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의는 전원회의와 소회의로 구분되는데, 이 중 전원회의는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는 회의를 말한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전원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법령이나 규칙 등의 해석적용에 관한 사항, 제53조(이의신청)의 규정에 의한 이의신청, 소회의에서 의결되지 아니하거나 소회의가 전원회의에서 처리하도록 결정한 사항, 규칙 또는 고시의 제정 또는 변경, 경제적 파급효과가 중대한 사항 기타 전원회의에서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관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 제3조에 따라 회의를 ‘전원회의’, ‘전문위원회 회의’, ‘운영위원회 회의’ 그리고 ‘연구위원회 회의’로 구분한다. 이 중 최저임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는 전원회의다.


‘국회법’ 역시 제63조의2에서 ‘전원위원회’의 설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안건을 다루기 위해 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상임위를 전원위원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만 국회 내 각 상임위에서는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통상적으로 ‘전체회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각 상임위 내 소위원회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이 총리가 든 사례 외에도 전원회의 또는 전원위원회를 법률이나 시행령 또는 내부적인 운영규칙에 근거해 운영하는 정부부처가 있는지 살펴봤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은 제2장에서 전원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다룬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원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전원으로 구성”되며 인권위의 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국민권익위원회인데, 권익위는 법령에 전원위원회라는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업무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전원위원회가 어떤 법령에 근거하는지 묻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권익위법 제19조 등에 나오는 ‘위원회’는 ‘소위원회’라는 별도의 표기가 없다면 전원위원회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헌법재판소의 ‘전원부 평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등이 ‘전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북한도 ‘연석회의’, ‘합동회의’라는 말 써

지난 5월 1일 KBS 보도화면 지난 5월 1일 KBS 보도화면

한편 박 의원은 그간 우리 정부가 전원회의 대신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표현을 써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마치 북한은 전원회의라는 용어를, 우리 정부는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용어를 배타적으로 사용해왔다는 투로 들린다. 하지만 북한 역시 연석회의나 합동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올해 5월 1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평양에서는 ‘당·국가·경제·무력기관 간부 연석회의’가 열렸다. 또 북한이 대남 관련 문제를 토의하는 회의체인 ‘정부, 정당, 단체 합동회의'도 존재한다. 사실상 우리 정부와 북한 정부가 각자의 용어를 고수하는 게 아니라 편의에 따라 선택해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선중앙방송 보도화면조선중앙방송 보도화면

[검증 결과]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다" → 전혀 사실아님

이와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우리 정부가 지금껏 전원회의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이 아닐뿐더러 전원회의를 명시하는 관련 법 조항들이 존재하므로 청와대가 '운동권 용어'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전원회의가 아닌 연석회의나 합동회의가 우리 정부가 사용해온 용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도 경우에 따라 해당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원회의는 운동권 용어"라는 박 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한 사실검증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우리 정치권엔 이와 비슷한 의혹제기가 좀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슬로건인 '사람중심경제'가 이른바 '김일성 주체사상'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나,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표기는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색깔론적인 의혹 제기는 다수 국민이 걱정하는 안보문제와 직결되어있어 효과적인 정쟁의 수단일 수는 있지만 결국 이념적인 논쟁만을 남겨 소모적이다.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도 전에 '편'을 갈라 숙의를 방해하는 건 물론이다. 최근 급성장한 여러 '가짜뉴스' 유통채널은 이런 의혹을 확대 재생산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를 규제하겠다고 법안도 내놓은 상황이지만 규제가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정치풍토 전반이 바뀌지 않는 한 어제와 같은 상황은 그 모습만 바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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