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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포트] 임대차 10년 보호받지만…임차인 사각지대 ‘여전’
입력 2018.10.08 (21:27) 수정 2018.10.10 (17:07)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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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포트] 임대차 10년 보호받지만…임차인 사각지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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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는 지금 이른바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의 연남동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곳은 5년 전쯤부터 개성 있는 상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서울의 명소로 급부상했는데요.

이렇게 상권이 확 뜨면 일대 땅값이나 상가 임대료가 오르기 십상인데, 피해는 원래 있던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치솟은 임대료 부담을 못 견디고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진통을 줄이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시행되는데요,

5년이던 보호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나, 이 기간 동안 건물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습니다.

상인들 입장에선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무거운 한숨 속에 가게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0대 노부부가 운영 중인 서울 시내의 한 식당입니다.

5년 전, 권리금 5천만 원에 내부 수리비 8천만 원까지, 목돈을 들여 자리를 잡았는데 곧 장사를 접어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건물주로부터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이연식/식당 운영 : "(전에) 청진동 와서 돈 좀 벌려고 그러니까 재개발 때문에 한 5년 동안 또 투쟁하다 다 날려 먹었죠. 여기는 재개발 아니니까 쫓겨날 일 없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앞으로는 임대 계약 보장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나지만, 이 씨처럼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는 법 적용이 안 됩니다.

재건축ㆍ재개발로 상가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도 제외돼 있습니다.

강남에서 네일아트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 3월, 건물이 재건축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임대 계약을 맺은 지 불과 넉 달만이었습니다.

현재 김 씨만 홀로 버티고 있습니다.

[김○○/네일가게 운영 : "'언제까지 비워줄 수 있겠느냐?' 서로 합의를 할 줄 알았지 그냥 나가라고 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기존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 현재 100곳 중 대여섯 곳꼴로 점포가 비어있습니다.

이렇게 빈 점포가 많으면 임대료는 자연히 낮아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곳 삼청동의 경우 매출이 종로구 전체 평균 매출보다 적은데도, 임대료는 오히려 높은 수준입니다.

건물주가, 임대료 하락이 상가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걸 우려해 손해가 나더라도 일단 버티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은 5%로 정해져 있지만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이 상한제 보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뜨는 상권' '비싼 상권'에서는 계약기간 10년 보호를 받을 임차인이 많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상혁/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른 더 유망하면서도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서 본인만의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거고요."]

주택에 비해서 상가 시장은 거래 정보가 폐쇄적이라,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아 임차인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은경/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 : "임차인 입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공정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인들이 마음 놓고 터를 잡아 장사할 수 있도록 바뀐 상가임대차보호법에도 사각지대는 없는지, 촘촘한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일본은 백 년 전부터 임대료 상승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차지차가법'이라 불리는 임차인 보호법을 만들어 소상공인 권익을 지켜왔습니다.

임차인을 약자로 보고 이를 보호해 온 일본의 전통이 오늘날 특색있는 백 년 가게를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윤지연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동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본 도쿄 신주쿠 역.

역사 안에 40㎡ 남짓한 작은 음식점이 있습니다.

수십 년 째 같은 커피 값에 저렴한 음식, 다양한 문화 활동에 반해 하루 천5백 명이 이곳을 찾습니다.

[나카야마 마코토/손님 : "다 합치면 500번 정도 온 것 같아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죠."]

대를 이어 이곳을 지켜온 지 50년.

10여 년 전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료 인상을 포함해 새로운 계약서를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자동갱신권'을 보장한 법률과 손님 2만 명 지지서명 등의 도움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노 도모야/'베르크' 사장 :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많은 빚을 지고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할 생각으로 가게를 차리죠. 2년 계약이라고 해도 2년 뒤 나가야 한다면 음식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 임대차보호법은 약자인 임차인을 임대인으로부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조차 '환산보증금' 제도 등을 통해 건물주의 권리를 중시하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코/고베국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 "일본에서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며 나가라고 하는 사례는 있습니다만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2~3배 올리거나 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법률과 소상공인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작은 가게들은 도시의 활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노 도모야/'베르크' 사장 : "(프랜차이즈 점포가 도시를 뒤덮는다면) 거리의 광경은 지루해지고 무미건조해지고 말겠죠. 이렇게 개성이 있는 가게도 있어야... 사람도 각양각색이잖아요."]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 [앵커&리포트] 임대차 10년 보호받지만…임차인 사각지대 ‘여전’
    • 입력 2018.10.08 (21:27)
    • 수정 2018.10.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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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리포트] 임대차 10년 보호받지만…임차인 사각지대 ‘여전’
[앵커]

저는 지금 이른바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의 연남동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곳은 5년 전쯤부터 개성 있는 상점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서울의 명소로 급부상했는데요.

이렇게 상권이 확 뜨면 일대 땅값이나 상가 임대료가 오르기 십상인데, 피해는 원래 있던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치솟은 임대료 부담을 못 견디고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진통을 줄이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시행되는데요,

5년이던 보호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나, 이 기간 동안 건물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습니다.

상인들 입장에선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무거운 한숨 속에 가게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홍진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0대 노부부가 운영 중인 서울 시내의 한 식당입니다.

5년 전, 권리금 5천만 원에 내부 수리비 8천만 원까지, 목돈을 들여 자리를 잡았는데 곧 장사를 접어야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건물주로부터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은 겁니다.

[이연식/식당 운영 : "(전에) 청진동 와서 돈 좀 벌려고 그러니까 재개발 때문에 한 5년 동안 또 투쟁하다 다 날려 먹었죠. 여기는 재개발 아니니까 쫓겨날 일 없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앞으로는 임대 계약 보장 기간이 최장 10년으로 늘어나지만, 이 씨처럼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는 법 적용이 안 됩니다.

재건축ㆍ재개발로 상가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도 제외돼 있습니다.

강남에서 네일아트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지난 3월, 건물이 재건축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임대 계약을 맺은 지 불과 넉 달만이었습니다.

현재 김 씨만 홀로 버티고 있습니다.

[김○○/네일가게 운영 : "'언제까지 비워줄 수 있겠느냐?' 서로 합의를 할 줄 알았지 그냥 나가라고 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기존 상인들이 하나둘 떠나, 현재 100곳 중 대여섯 곳꼴로 점포가 비어있습니다.

이렇게 빈 점포가 많으면 임대료는 자연히 낮아져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곳 삼청동의 경우 매출이 종로구 전체 평균 매출보다 적은데도, 임대료는 오히려 높은 수준입니다.

건물주가, 임대료 하락이 상가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걸 우려해 손해가 나더라도 일단 버티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은 5%로 정해져 있지만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부유한 임차인'으로 분류돼 이 상한제 보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뜨는 상권' '비싼 상권'에서는 계약기간 10년 보호를 받을 임차인이 많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상혁/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른 더 유망하면서도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서 본인만의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거고요."]

주택에 비해서 상가 시장은 거래 정보가 폐쇄적이라,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아 임차인들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남은경/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 : "임차인 입장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공정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상인들이 마음 놓고 터를 잡아 장사할 수 있도록 바뀐 상가임대차보호법에도 사각지대는 없는지, 촘촘한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앵커]

일본은 백 년 전부터 임대료 상승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차지차가법'이라 불리는 임차인 보호법을 만들어 소상공인 권익을 지켜왔습니다.

임차인을 약자로 보고 이를 보호해 온 일본의 전통이 오늘날 특색있는 백 년 가게를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윤지연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동 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본 도쿄 신주쿠 역.

역사 안에 40㎡ 남짓한 작은 음식점이 있습니다.

수십 년 째 같은 커피 값에 저렴한 음식, 다양한 문화 활동에 반해 하루 천5백 명이 이곳을 찾습니다.

[나카야마 마코토/손님 : "다 합치면 500번 정도 온 것 같아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죠."]

대를 이어 이곳을 지켜온 지 50년.

10여 년 전 건물주가 바뀌면서 임대료 인상을 포함해 새로운 계약서를 요구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자동갱신권'을 보장한 법률과 손님 2만 명 지지서명 등의 도움으로 영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노 도모야/'베르크' 사장 :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많은 빚을 지고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할 생각으로 가게를 차리죠. 2년 계약이라고 해도 2년 뒤 나가야 한다면 음식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 임대차보호법은 약자인 임차인을 임대인으로부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조차 '환산보증금' 제도 등을 통해 건물주의 권리를 중시하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나카무라 도모히코/고베국제대학 경제학부 교수 : "일본에서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며 나가라고 하는 사례는 있습니다만 장사가 잘된다는 이유로 임대료를 2~3배 올리거나 하는 사례는 없습니다."]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법률과 소상공인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작은 가게들은 도시의 활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노 도모야/'베르크' 사장 : "(프랜차이즈 점포가 도시를 뒤덮는다면) 거리의 광경은 지루해지고 무미건조해지고 말겠죠. 이렇게 개성이 있는 가게도 있어야... 사람도 각양각색이잖아요."]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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