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서 사라진 인터폴 총재…중국이 후폭풍 감수한 이유?

입력 2018.10.09 (07:00) 수정 2018.10.0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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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중국 공안 2인자 출신 인터폴 총재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의 총재, 멍훙웨이가 10여 일 전 돌연 사라졌다. 중국 공안 2인자인 공안부 부부장까지 올라갔던 인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2016년 11월 인터폴 수장에 올랐던 인물이다. 인터폴의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것이다.

그가 남긴 마지막 SNS 메시지는?

부인인 그레이스 멍은 남편과의 연락이 끊긴 9월 25일, 남편으로부터 마지막 SNS 메시지를 받았다.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였다. 그 직전 멍훙웨이로부터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메시지가 왔었지만, 이후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할 수 없는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 분명했다.

멍훙웨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모양 이모티콘’멍훙웨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모양 이모티콘’

이 사건이 공론화된 건 부인인 그레이스 멍이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그녀는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레이스 멍의 기자회견 직후 몇몇 외신들이 익명의 소스로부터 받은 내용을 인용해 '멍훙웨이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사정 당국에 의해 연행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국제 실종자 수사의 담당 기구이기도 한 인터폴이 정작 자신들의 수장이 실종된 초유의 일을 맞닥뜨리는 건 여간 모순적일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인터폴은 즉시 베이징에 멍훙웨이에 대한 정보 요청을 공식 질의했다. 하지만 중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정부의 체포 사실 확인…. 이어진 총재직 사임

7일간의 긴 국경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일요일, 자정 직전에 중국의 사정·감찰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짤막하게 멍훙웨이의 체포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터폴은 멍훙웨이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어떤 방법으로 그의 사임 의사를 전달받았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였다.

거세지는 후폭풍…. 중국은 왜?

일련의 사태에 후폭풍이 거세다. 아무리 자국민일지라도 멍훙웨이는 현직 국제협력기구의 수장이다. 이런 식으로 납치하다시피 체포하는 건 외교관계까지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중국이 그간 공을 들여온 국제 형사 공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중국은 멍훙웨이를 인터폴 총재직에 올린 이후 지난해 베이징에서 인터폴 총회를 개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제 형사 공조 부분에서 그간 중국이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일소하고 적극적인 공조 참여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공든 탑은 무너지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중국의 국제기구 참여가 쉽지 않아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인터폴은 물론 다른 국제기구의 수장에 중국인이 임명될 가능성을 현격히 낮추게 될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걸 몰랐을까? 중국도 이런 행위가 이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걸 모르고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릅쓸 정도로 뭔가 다급하고 중대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중국은 체면을 매우 중시한다. 이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체면을 잃었다. 체면을 잃는 걸 무릅쓰고 이런 긴급한 행동을 취한 이유가 결코 단순한 부패 사건 때문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저우융캉 숙청의 연장선상?.. 고위층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도

멍훙웨이의 혐의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법을 위반해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체포를 저우융캉 잔존 세력의 마지막 숙청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분석들도 제기되고 있다.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 때문이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부패 사건 이상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때라고 생각한다. 멍훙웨이의 지위로 봤을 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오직 중국 최고위급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에서는 최근 잇달아 CCTV 등 주요 매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집 프로그램이 주요 시간대에 배치돼 방송됐다. 이른바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정치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던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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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중국서 사라진 인터폴 총재…중국이 후폭풍 감수한 이유?
    • 입력 2018-10-09 07:00:35
    • 수정2018-10-09 07:07:49
    특파원 리포트
사라진 중국 공안 2인자 출신 인터폴 총재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의 총재, 멍훙웨이가 10여 일 전 돌연 사라졌다. 중국 공안 2인자인 공안부 부부장까지 올라갔던 인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2016년 11월 인터폴 수장에 올랐던 인물이다. 인터폴의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 뒤 연락이 끊긴 것이다.

그가 남긴 마지막 SNS 메시지는?

부인인 그레이스 멍은 남편과의 연락이 끊긴 9월 25일, 남편으로부터 마지막 SNS 메시지를 받았다.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였다. 그 직전 멍훙웨이로부터 '내 전화를 기다려'라는 메시지가 왔었지만, 이후 전화는 끝내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할 수 없는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 분명했다.

멍훙웨이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모양 이모티콘’
이 사건이 공론화된 건 부인인 그레이스 멍이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그녀는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레이스 멍의 기자회견 직후 몇몇 외신들이 익명의 소스로부터 받은 내용을 인용해 '멍훙웨이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사정 당국에 의해 연행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국제 실종자 수사의 담당 기구이기도 한 인터폴이 정작 자신들의 수장이 실종된 초유의 일을 맞닥뜨리는 건 여간 모순적일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인터폴은 즉시 베이징에 멍훙웨이에 대한 정보 요청을 공식 질의했다. 하지만 중국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중국정부의 체포 사실 확인…. 이어진 총재직 사임

7일간의 긴 국경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일요일, 자정 직전에 중국의 사정·감찰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짤막하게 멍훙웨이의 체포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터폴은 멍훙웨이가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어떤 방법으로 그의 사임 의사를 전달받았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였다.

거세지는 후폭풍…. 중국은 왜?

일련의 사태에 후폭풍이 거세다. 아무리 자국민일지라도 멍훙웨이는 현직 국제협력기구의 수장이다. 이런 식으로 납치하다시피 체포하는 건 외교관계까지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중국이 그간 공을 들여온 국제 형사 공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중국은 멍훙웨이를 인터폴 총재직에 올린 이후 지난해 베이징에서 인터폴 총회를 개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제 형사 공조 부분에서 그간 중국이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를 일소하고 적극적인 공조 참여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공든 탑은 무너지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중국의 국제기구 참여가 쉽지 않아질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인터폴은 물론 다른 국제기구의 수장에 중국인이 임명될 가능성을 현격히 낮추게 될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일제히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걸 몰랐을까? 중국도 이런 행위가 이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걸 모르고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릅쓸 정도로 뭔가 다급하고 중대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중국은 체면을 매우 중시한다. 이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큰 체면을 잃었다. 체면을 잃는 걸 무릅쓰고 이런 긴급한 행동을 취한 이유가 결코 단순한 부패 사건 때문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저우융캉 숙청의 연장선상?.. 고위층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도

멍훙웨이의 혐의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법을 위반해 국가감찰위원회의 감시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체포를 저우융캉 잔존 세력의 마지막 숙청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분석들도 제기되고 있다. 저우융캉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안부장 재임 시절 멍 총재가 공안부 부부장으로 임명된 점 때문이다. 저우융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부패 수사 대상으로 지목돼 2015년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부패 사건 이상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볼 때라고 생각한다. 멍훙웨이의 지위로 봤을 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오직 중국 최고위급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중국에서는 최근 잇달아 CCTV 등 주요 매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집 프로그램이 주요 시간대에 배치돼 방송됐다. 이른바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정치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던 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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