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00여 년 전통의 ‘서머타임’…생사기로에 서다

입력 2018.10.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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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서머타임'이 시행되고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7개월 동안 한 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이 서머타임에 대해 말이 많다. 서머타임이 생체 리듬을 깨뜨려 건강만 해칠 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 서머타임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나라는 핀란드다.
그도 그럴 것이 핀란드 북부 지역은 여름에는 해가 온종일 지지 않는 반면 겨울에는 아예 해가 뜨지 않는다. 이런 만큼 서머 타임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올해 초 7만 명이 서머타임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핀란드는 자체적으로 서머타임을 폐지할 수 없다.

개별 회원국의 서머타임 폐지를 금지하는 2000년 유럽연합(EU) 지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시장 안에서 통일된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은 핀란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의회는 EU에 서머타임 폐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서머타임 반대론자들은 인위적인 시간 조작은 생체 리듬을 깨뜨려 건강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 부족 현상이 일어나 뇌졸중·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급기야 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28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서머타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 4일부터 8월 16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4%가 서머타임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독일 신문인 '베스트팔렌 포스트'는 여론조사 참가자가 460만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00만 명 이상이 독일 거주자였다고 보도했다.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EU 내부에서는 서머타임 실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돼 왔다. 폐지론자들은 건강 문제 등을 제기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서머타임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실외 레저 활동 등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가 최종적으로 서머타임을 폐지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선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에 서머타임 폐지를 공식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내년 3월까지 회원국들의 입장을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에서는 서머타임 폐지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고 내부 의견 수렴 시간도 빠듯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래저래 난관에 봉착해 있다.


서머타임 존폐 문제는 쉽게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EU 28개 회원국이 동일한 시간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견 일치를 봐야 하고, 무엇보다도 유럽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쨌든 1916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시행돼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널리 퍼진 서머타임이 100여 년 만에 생사기로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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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100여 년 전통의 ‘서머타임’…생사기로에 서다
    • 입력 2018-10-10 10:19:34
    특파원 리포트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서머타임'이 시행되고 있다.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7개월 동안 한 시간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최근 들어 이 서머타임에 대해 말이 많다. 서머타임이 생체 리듬을 깨뜨려 건강만 해칠 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 서머타임을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나라는 핀란드다.
그도 그럴 것이 핀란드 북부 지역은 여름에는 해가 온종일 지지 않는 반면 겨울에는 아예 해가 뜨지 않는다. 이런 만큼 서머 타임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올해 초 7만 명이 서머타임 폐지를 촉구하는 청원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핀란드는 자체적으로 서머타임을 폐지할 수 없다.

개별 회원국의 서머타임 폐지를 금지하는 2000년 유럽연합(EU) 지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시장 안에서 통일된 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머타임 폐지 움직임은 핀란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의회는 EU에 서머타임 폐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서머타임 반대론자들은 인위적인 시간 조작은 생체 리듬을 깨뜨려 건강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낮이 길어지면서 수면 부족 현상이 일어나 뇌졸중·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급기야 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28개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서머타임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7월 4일부터 8월 16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4%가 서머타임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독일 신문인 '베스트팔렌 포스트'는 여론조사 참가자가 460만 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00만 명 이상이 독일 거주자였다고 보도했다.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EU 내부에서는 서머타임 실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돼 왔다. 폐지론자들은 건강 문제 등을 제기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서머타임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실외 레저 활동 등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가 최종적으로 서머타임을 폐지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선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유럽 의회와 회원국들에 서머타임 폐지를 공식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 전에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하고 내년 3월까지 회원국들의 입장을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에서는 서머타임 폐지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고 내부 의견 수렴 시간도 빠듯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래저래 난관에 봉착해 있다.


서머타임 존폐 문제는 쉽게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EU 28개 회원국이 동일한 시간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견 일치를 봐야 하고, 무엇보다도 유럽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쨌든 1916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시행돼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널리 퍼진 서머타임이 100여 년 만에 생사기로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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