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40억 날린 ‘천원’ 풍등?…불붙은 안전성 논란

입력 2018.10.11 (08:27) 수정 2018.10.11 (09: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풍등입니다.

인터넷 검색해보면 비싸도 천 원이면 살수 있는 이 풍등이 휘발유 260만 리터, 약 40억 원을 날려버렸습니다.

앞서 친절한 뉴스에서도 전해드렸던 이번 사건 수사와 별도로 풍등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에 풍등을 날린 인근 초등학교는 물론 지역 축제마다 풍등 날리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오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서울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목격될 정도로 불길은 거셌는데요.

저유소 인근 주민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화재 목격자 : "불길이 10m 이상 올라왔어요. 폭탄 하나 터진 것처럼 연기가 그렇게 올라왔으니까."]

[화재 목격자 : "되게 소름 끼쳤어요. 연기가 집에 들어올까 봐 무서웠어요."]

그곳이 저유소라는 걸 아는 주민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습니다.

[김옥자/경기도 고양시 : "큰일 나 여기 정말로. 석유가 저 산에 얼마나 많이 탱크에 묻혀있다고……. 저게 잘못될까 봐 진짜 마음이 불안해서 떨고 서 있었지."]

[박문심/경기도 고양시 : "동사무소에서 나를 데려가 버리더라고 '만약에 여기 불이 붙으면 정말 안됩니다.'하고 그날 저녁에 동사무소 복지관에서 자고 왔어."]

휘발유 260만 리터, 약 40억 원대의 피해를 내고 화재는 17시간 만에 진압이 됐습니다.

당시 CCTV를 볼까요,

저유소 인근 터널 공사장에서 붉은 색 물채가 날아오르더니 누군가 다급히 뒤쫓아 갑니다.

네, 바로 풍등인데요,

약 300미터 가량을 4분 정도 날아간 풍등은 저유소 옆 잔디밭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잠시 뒤 잔디밭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18분 뒤엔 폭발하는 장면까지 포착됐습니다.

풍등을 날린 사람은 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20대의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장종익/고양경찰서 형사과장 : "저유소가 어떤 중요한 시설인 것은 구체적으로 모르고 저기가 기름을 저장하는 장소라는 것은 알고 있었죠."]

경찰은 잔디를 태우던 불꽃이 저유탱크 유증 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최정규/피의자 변호인 : "화재나 폭발이 과연 풍등으로 인한 것인지,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될 거 같고요. 과실 자체가 있는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환기구 입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이 제 기능을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작은 화염이나 불씨들은 다 막을 수 있게끔 설계가 돼 있는 곳이라는 거죠. 제대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화염을 못 막았다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러면 기술적 공학적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근무자 6명이, 연기가 피어오르던 18분 동안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저유소 측 대응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잔디에 불이 붙고 연기가 나는 상황은 확실하게 보이거든요.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안전 관리사가 뛰어 올라가서 확인을 했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지름 40cm, 높이 60cm의 이 풍등은 화재 전날 저유소에서 800미터 떨어진 한 초등학교에서 날아온 것.

풍등 날리기는 학교의 연례 행사였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한 6~7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너무 많은 가족이 참여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제한도 했고 올해는 77가족이 참가하게 됐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170여 명이 80여 개의 풍등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유소 근처 야산에서도 발견됐고, 터널 공사현장에도 2개가 떨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협조 공문을 띄워야 하는데 경찰서에는 띄웠지만 소방서에는 띄우지 못했습니다."]

몇 해 전 관할 소방서로부터 풍등 날리기에 대한 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소방서에서) 실시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는 법적인 뚜렷한 근거가 없었어요. 저유소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그런데, 사실 풍등으로 인한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한 오토캠핑장에서는 여행객이 날린 풍등이 갈대숲에 떨어져 300여 제곱미터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지역 축제 현장에서 날린 풍등으로 화재가 난 경우도 있는데요.

지난해 부산의 한 정월대보름 축제에서 띄운 풍등은 도로가에 떨어져 낙엽 등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산으로 바로 낙하했다면 충분히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죠."]

당시에는 다행히 대기 중이던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화재를 진압했는데요.

[부산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에서 3천 명 이상 되는 행사를 하면 저희가 소방차하고 인원을 근접 대기시킵니다."]

풍등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에는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소방법이 개정됐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임일석/고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 "어떤 풍등 날리기를 한다고 해서 소방서에 신고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 지역 축제에서 풍등 행사 폐지 움직임도 보입니다.

매년 9월 강원도 평창의 효석문화제에서 풍등 날리기는 특히 인기 있는 행사입니다.

[김성기/이효석문학선양회 본부장 : "풍등 때문에 예약하는 관광객들이 매우 많아요. 풍등을 해라. 그래야 우리가 봉평에 놀러 가겠다. 요청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풍등 날리기를 올해 단 1회로 축소하고 내년부터는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성기/이효석문학선양회 본부장 : "풍등이 수거하지 못하는 지역으로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화재 위험도 있어요."]

진주 유등축제는 안전상 이유로 전기등으로 바꾼 지 오래고, 2012년부터 수천 개의 풍등을 날리던 대구 풍등 축제도 내년부턴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대형 화재로 이어진 풍등 날리기와 저유소 안전 관리 문제.

풍등의 유래나 풍등 행사의 의미는 일단 안전 문제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40억 날린 ‘천원’ 풍등?…불붙은 안전성 논란
    • 입력 2018-10-11 08:29:21
    • 수정2018-10-11 09:46:22
    아침뉴스타임
[기자]

풍등입니다.

인터넷 검색해보면 비싸도 천 원이면 살수 있는 이 풍등이 휘발유 260만 리터, 약 40억 원을 날려버렸습니다.

앞서 친절한 뉴스에서도 전해드렸던 이번 사건 수사와 별도로 풍등의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에 풍등을 날린 인근 초등학교는 물론 지역 축제마다 풍등 날리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7일 오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서울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목격될 정도로 불길은 거셌는데요.

저유소 인근 주민들에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화재 목격자 : "불길이 10m 이상 올라왔어요. 폭탄 하나 터진 것처럼 연기가 그렇게 올라왔으니까."]

[화재 목격자 : "되게 소름 끼쳤어요. 연기가 집에 들어올까 봐 무서웠어요."]

그곳이 저유소라는 걸 아는 주민들은 더욱 공포에 떨었습니다.

[김옥자/경기도 고양시 : "큰일 나 여기 정말로. 석유가 저 산에 얼마나 많이 탱크에 묻혀있다고……. 저게 잘못될까 봐 진짜 마음이 불안해서 떨고 서 있었지."]

[박문심/경기도 고양시 : "동사무소에서 나를 데려가 버리더라고 '만약에 여기 불이 붙으면 정말 안됩니다.'하고 그날 저녁에 동사무소 복지관에서 자고 왔어."]

휘발유 260만 리터, 약 40억 원대의 피해를 내고 화재는 17시간 만에 진압이 됐습니다.

당시 CCTV를 볼까요,

저유소 인근 터널 공사장에서 붉은 색 물채가 날아오르더니 누군가 다급히 뒤쫓아 갑니다.

네, 바로 풍등인데요,

약 300미터 가량을 4분 정도 날아간 풍등은 저유소 옆 잔디밭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잠시 뒤 잔디밭에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18분 뒤엔 폭발하는 장면까지 포착됐습니다.

풍등을 날린 사람은 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20대의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장종익/고양경찰서 형사과장 : "저유소가 어떤 중요한 시설인 것은 구체적으로 모르고 저기가 기름을 저장하는 장소라는 것은 알고 있었죠."]

경찰은 잔디를 태우던 불꽃이 저유탱크 유증 환기구를 통해 들어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최정규/피의자 변호인 : "화재나 폭발이 과연 풍등으로 인한 것인지, 법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될 거 같고요. 과실 자체가 있는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될 것 같아요."]

환기구 입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이 제 기능을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작은 화염이나 불씨들은 다 막을 수 있게끔 설계가 돼 있는 곳이라는 거죠. 제대로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화염을 못 막았다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러면 기술적 공학적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근무자 6명이, 연기가 피어오르던 18분 동안 화재를 인지하지 못한 저유소 측 대응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잔디에 불이 붙고 연기가 나는 상황은 확실하게 보이거든요.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안전 관리사가 뛰어 올라가서 확인을 했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지름 40cm, 높이 60cm의 이 풍등은 화재 전날 저유소에서 800미터 떨어진 한 초등학교에서 날아온 것.

풍등 날리기는 학교의 연례 행사였습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한 6~7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너무 많은 가족이 참여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제한도 했고 올해는 77가족이 참가하게 됐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170여 명이 80여 개의 풍등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유소 근처 야산에서도 발견됐고, 터널 공사현장에도 2개가 떨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협조 공문을 띄워야 하는데 경찰서에는 띄웠지만 소방서에는 띄우지 못했습니다."]

몇 해 전 관할 소방서로부터 풍등 날리기에 대한 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소방서에서) 실시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는 법적인 뚜렷한 근거가 없었어요. 저유소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그런데, 사실 풍등으로 인한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의 한 오토캠핑장에서는 여행객이 날린 풍등이 갈대숲에 떨어져 300여 제곱미터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지역 축제 현장에서 날린 풍등으로 화재가 난 경우도 있는데요.

지난해 부산의 한 정월대보름 축제에서 띄운 풍등은 도로가에 떨어져 낙엽 등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산으로 바로 낙하했다면 충분히 산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죠."]

당시에는 다행히 대기 중이던 소방대원들이 신속히 화재를 진압했는데요.

[부산소방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자체에서 3천 명 이상 되는 행사를 하면 저희가 소방차하고 인원을 근접 대기시킵니다."]

풍등으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에는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소방법이 개정됐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임일석/고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 "어떤 풍등 날리기를 한다고 해서 소방서에 신고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 지역 축제에서 풍등 행사 폐지 움직임도 보입니다.

매년 9월 강원도 평창의 효석문화제에서 풍등 날리기는 특히 인기 있는 행사입니다.

[김성기/이효석문학선양회 본부장 : "풍등 때문에 예약하는 관광객들이 매우 많아요. 풍등을 해라. 그래야 우리가 봉평에 놀러 가겠다. 요청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풍등 날리기를 올해 단 1회로 축소하고 내년부터는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성기/이효석문학선양회 본부장 : "풍등이 수거하지 못하는 지역으로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자연환경오염 문제도 있고 화재 위험도 있어요."]

진주 유등축제는 안전상 이유로 전기등으로 바꾼 지 오래고, 2012년부터 수천 개의 풍등을 날리던 대구 풍등 축제도 내년부턴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대형 화재로 이어진 풍등 날리기와 저유소 안전 관리 문제.

풍등의 유래나 풍등 행사의 의미는 일단 안전 문제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