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태풍 피해 복구 ‘막막’…무관심에 두 번 우는 영덕

입력 2018.10.12 (08:28) 수정 2018.10.1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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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입니다.

380mm 이상의 집중 호우는 지난 1주일 동안의 복구에도 불구하고, 태풍 흔적을 곳곳에 남겨놨습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태풍이 지나간 지금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오전 경북 영덕의 강구시장 시장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상인들은 배를 타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우영갑/강구시장 상인 : "겨우 몸만 빠져나오고 있던 사람들은 목까지 물이 차서 나오고. 지금 시장 가옥이 2층이다 보니 1층에서 대피 못 한 사람은 2층으로 대피하고……."]

태풍이 지나간 지 1주일째인 어제.

시장안 골목 골목마다 각종 가재도구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시장 입구의 한 마트.

진열대는 텅텅 빈 채 흙더미를 덮어썼고 팔리지도 않은 새 상품들은 흙탕물을 뒤집어 썼습니다.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학교 담벼락이 물을 막아주다가 그게 터져버리니까 벽이 터지면서 물이 확 밀려 들어오니까 다 쓸어가 버린 거죠."]

대게의 고장 영덕, 하지만, 수족관 곳곳을 채웠던 횟감 등 수산물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순식간에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밀려든 거센 물줄기에 각종 집기도 모두 떠내려갔습니다.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저희 재고가 평균 6억 정도, 5억 이상 6억 정도 하거든요. 거기에 시설까지 하면 아무리 못해도 10억 이상은 피해가 있다고 봐야죠. 참담합니다. 계속 일을 해나가야 하는데 해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시장 안의 한 미용실.

앨범 등 소중한 자산이 모두 물에 젖었습니다.

물은 다 빠졌다지만 지금 당장 전기나 보일러 가동이 되지 않아 작업은 더욱 더딘 상황.

[우영갑/강구시장 상인 : "가재도구를 전부 세척하고 새로 수리하고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데 일단 보일러가 작동이 안 되고……."]

시장 인근 마을도 동네 전체가 아예 쓰레기로 가득찼습니다.

[조숙자/경북 영덕군 : "텔레비전이고 냉장기고 세탁기고 다 버렸어요. 쓸 거 하나도 없어요."]

[김만복/경북 영덕군 : "지금 집에 쓸 건 사람밖에 없어요. 옷이고 뭐고 한 개도 없어요."]

도로 전체가 흙탕물에 잠겼던 인근 마을은 80대 할아버지가 대피 중 급류에 휩쓸리기도 했습니다.

수색 끝에 4시간 만에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서재원/영덕소방서 영해119안전센터장 : "수색하던 중 축산항 인근의 1t 차량 밑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급류에 휩쓸려서 몇 시간 지난 상태였으니까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거센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여기 물살이 세서 저 아주머님이 밧줄을 이쪽하고 저쪽 밭과 묶어서 끈 묶어서 이렇게 타고 다녔다니까요. 이렇게 해도 물살이 세서 사람 떠내려갈 뻔했다니까요."]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은 현재 임시 대피소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김정애/경북 영덕군 : "산에서 돌과 물이 덮쳐서 뒤로 다 부셔버리고 없어. 숟가락 한 개도 못 건져오고..."]

낮에는 집에서 복구 작업, 밤에는 대피소에서 지낸지 닷새째, 마음은 계속 타들어갑니다.

[권애자/경북 영덕군 : "고추장, 된장도 없어요. 다 떠내려가고. 쌀도 떠내려가고. 쌀 불어서 버리고……. 막막하지. 막막하고 뭐해 먹고 살까 모르겠어요."]

태풍이 지나간 이틀 동안 영덕에는 382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천백여 채의 주택이 침수됐고, 55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91년 태풍 글래디스때도 피해가 있었지만 이처럼 큰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그때는 그래도 이만큼은 안 왔다. 물이 들어오긴 들어와도 이만큼은 안 왔다."]

특히 피해는 강구면과 축산면 영덕읍 등 저지대에 집중됐는데요.

집중 호우에 물이 바다로 빠지지 않고, 마을로 흘러들어 침수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1월 개통된 동해남부선 철도가 둑 역할을 해 빗물을 집중시킨데다 지난 7월 완공된 배수펌프장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강구시장 상인/음성변조 : "상당한 인재라고 봅니다. 철도 들어오면서 자연물 훼손 다했잖아요."]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이번에 군에서 지어 놓은 게 많이 가동이 안 됐으니까. 제가 보기에는 저것만 가동이 됐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까지는 안 왔을 거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 영덕군 측은 배수펌프의 경우, 유례없는 폭우 때문에 작동이 중단됐다고 설명하는데요.

[박현규/영덕구청 안전재난건설과장 : "설계상의 강우빈도는 50년 빈도였는데 그날 내린 강우빈도는 200년 빈도로써 그 빈도가 4배를 초과했습니다. 유역 면적이 아닌 다른 지역의 물이 밀어닥쳐서 펌프실이 침수되어 그 기능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현재 복구는 60%정도 진행된 상태,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멉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뭘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고 아무 생각도 없고 그저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허허허 웃음 밖에 안 나오고 그래요."]

[김만복/경북 영덕군 : "평범하게 집수리를 잘해서 집에 들어가서 있는 게 제 소원입니다."]

경상북도는 지난 10일, 영덕군 지역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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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태풍 피해 복구 ‘막막’…무관심에 두 번 우는 영덕
    • 입력 2018-10-12 08:45:02
    • 수정2018-10-12 09: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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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은 바로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입니다.

380mm 이상의 집중 호우는 지난 1주일 동안의 복구에도 불구하고, 태풍 흔적을 곳곳에 남겨놨습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태풍이 지나간 지금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6일 오전 경북 영덕의 강구시장 시장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상인들은 배를 타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우영갑/강구시장 상인 : "겨우 몸만 빠져나오고 있던 사람들은 목까지 물이 차서 나오고. 지금 시장 가옥이 2층이다 보니 1층에서 대피 못 한 사람은 2층으로 대피하고……."]

태풍이 지나간 지 1주일째인 어제.

시장안 골목 골목마다 각종 가재도구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시장 입구의 한 마트.

진열대는 텅텅 빈 채 흙더미를 덮어썼고 팔리지도 않은 새 상품들은 흙탕물을 뒤집어 썼습니다.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학교 담벼락이 물을 막아주다가 그게 터져버리니까 벽이 터지면서 물이 확 밀려 들어오니까 다 쓸어가 버린 거죠."]

대게의 고장 영덕, 하지만, 수족관 곳곳을 채웠던 횟감 등 수산물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순식간에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밀려든 거센 물줄기에 각종 집기도 모두 떠내려갔습니다.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저희 재고가 평균 6억 정도, 5억 이상 6억 정도 하거든요. 거기에 시설까지 하면 아무리 못해도 10억 이상은 피해가 있다고 봐야죠. 참담합니다. 계속 일을 해나가야 하는데 해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시장 안의 한 미용실.

앨범 등 소중한 자산이 모두 물에 젖었습니다.

물은 다 빠졌다지만 지금 당장 전기나 보일러 가동이 되지 않아 작업은 더욱 더딘 상황.

[우영갑/강구시장 상인 : "가재도구를 전부 세척하고 새로 수리하고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데 일단 보일러가 작동이 안 되고……."]

시장 인근 마을도 동네 전체가 아예 쓰레기로 가득찼습니다.

[조숙자/경북 영덕군 : "텔레비전이고 냉장기고 세탁기고 다 버렸어요. 쓸 거 하나도 없어요."]

[김만복/경북 영덕군 : "지금 집에 쓸 건 사람밖에 없어요. 옷이고 뭐고 한 개도 없어요."]

도로 전체가 흙탕물에 잠겼던 인근 마을은 80대 할아버지가 대피 중 급류에 휩쓸리기도 했습니다.

수색 끝에 4시간 만에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뒤였습니다.

[서재원/영덕소방서 영해119안전센터장 : "수색하던 중 축산항 인근의 1t 차량 밑에서 발견 되었습니다. 급류에 휩쓸려서 몇 시간 지난 상태였으니까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거센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여기 물살이 세서 저 아주머님이 밧줄을 이쪽하고 저쪽 밭과 묶어서 끈 묶어서 이렇게 타고 다녔다니까요. 이렇게 해도 물살이 세서 사람 떠내려갈 뻔했다니까요."]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은 현재 임시 대피소에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김정애/경북 영덕군 : "산에서 돌과 물이 덮쳐서 뒤로 다 부셔버리고 없어. 숟가락 한 개도 못 건져오고..."]

낮에는 집에서 복구 작업, 밤에는 대피소에서 지낸지 닷새째, 마음은 계속 타들어갑니다.

[권애자/경북 영덕군 : "고추장, 된장도 없어요. 다 떠내려가고. 쌀도 떠내려가고. 쌀 불어서 버리고……. 막막하지. 막막하고 뭐해 먹고 살까 모르겠어요."]

태풍이 지나간 이틀 동안 영덕에는 382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천백여 채의 주택이 침수됐고, 55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91년 태풍 글래디스때도 피해가 있었지만 이처럼 큰 피해를 입은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그때는 그래도 이만큼은 안 왔다. 물이 들어오긴 들어와도 이만큼은 안 왔다."]

특히 피해는 강구면과 축산면 영덕읍 등 저지대에 집중됐는데요.

집중 호우에 물이 바다로 빠지지 않고, 마을로 흘러들어 침수됐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1월 개통된 동해남부선 철도가 둑 역할을 해 빗물을 집중시킨데다 지난 7월 완공된 배수펌프장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입니다.

[강구시장 상인/음성변조 : "상당한 인재라고 봅니다. 철도 들어오면서 자연물 훼손 다했잖아요."]

[김상식/강구시장 상인 : "이번에 군에서 지어 놓은 게 많이 가동이 안 됐으니까. 제가 보기에는 저것만 가동이 됐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까지는 안 왔을 거라고 봅니다."]

이에 대해 영덕군 측은 배수펌프의 경우, 유례없는 폭우 때문에 작동이 중단됐다고 설명하는데요.

[박현규/영덕구청 안전재난건설과장 : "설계상의 강우빈도는 50년 빈도였는데 그날 내린 강우빈도는 200년 빈도로써 그 빈도가 4배를 초과했습니다. 유역 면적이 아닌 다른 지역의 물이 밀어닥쳐서 펌프실이 침수되어 그 기능을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현재 복구는 60%정도 진행된 상태, 하지만, 아직도 갈길은 멉니다.

[박진순/경북 영덕군 : "뭘 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고 아무 생각도 없고 그저 하도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허허허 웃음 밖에 안 나오고 그래요."]

[김만복/경북 영덕군 : "평범하게 집수리를 잘해서 집에 들어가서 있는 게 제 소원입니다."]

경상북도는 지난 10일, 영덕군 지역을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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