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대마초 합법화’를 앞둔 캐나다

입력 2018.10.13 (22:08) 수정 2018.10.1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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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마초는 우리나라에선 갖고만 있어도 처벌될 정도로 엄격히 금지되는 마약이죠.

그런데 G-7 국가 중 처음으로 캐나다가 17일부터 대마초가 전면 합법이 됩니다.

'그린러시'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지킬 지에 대한 혼란과 우려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캐나다 3대 도시 밴쿠버.

상점이 밀집돼 있는 다운타운 지역에서, 유독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 있습니다.

환한 조명에 깔끔한 분위기, 오일과 비누제품이 진열된 걸 보면 화장품 매장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손님에게 직원들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매장 직원 :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곳에선 대마초를 팔고 있었습니다.

치료 목적인 경우에만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의료용 대마초 구입자 : "통증이나 불안증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입했어요."]

하지만 처방전이 없어도 대마초를 사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다른 대마초 판매점에선 대마초가 들어간 음료수를 팔고 있습니다.

불법이지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대마초 판매점 직원 : "우리가 개발한 제품인데 야채나 과일을 섞어서 만들었어요. 매일 매진돼요. 대마초 함유량도 높아요."]

대마초 씨앗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개인이 대마초를 기르는 것은 금지돼 있기때문에 씨앗을 파는 것도 불법입니다.

[레베카 암브로스/대마초 씨앗 판매상 : "오랫동안 판매상들은 벌금을 내고서도 계속 대마초 씨앗을 팔아왔어요. 밴쿠버 경찰은 단속하는 걸 사실상 포기했어요."]

대마초를 의료용으로만 허용한 지 17년째, 시장은 6조원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블랙마켓, 즉 불법시장 규모도 같이 커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대마초 용도에 대한 제한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17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대마초 법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하고 법의 테두리에서 대마초에 안전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오는 17일부터는 기호용으로도 판매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까, 캐나다에서 18살 이상이면 누구든지 대마초 관련 제품을 살수 있게 되는 겁니다.

국가 차원에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한 건 우루과이에 이어 캐나다가 세계 두 번째입니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가장 빨랐습니다.

법에 위배될 것을 우려하던 투자자들이 움직인 겁니다.

미국과 캐나다증시 상장기업을 평가하는 북미마리화나지수는 1년만에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세계 최대 대마초 기업인 캐노피그로스사.

시간대별로 조건이 달라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온실, 여기서 재배된 대마초를 의료용 제품으로 가공해 세계 시장에 판매합니다.

최근엔 코로나 맥주 등을 보유한 미국의 유명주류기업으로부터 4조 4천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 대마초 식품도 합법화되는 1년 뒤 출시를 목표로 맥주나 담배처럼 소비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조던 싱클레어/캐노피그로스 부사장 : "콘스텔레이션 같은 회사나 캐나다의 국가적 약국브랜드인 쇼퍼스드럭마트에서도 대마초 제품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고무적입니다. 초콜릿이나 제과용 제품, 음료수도 개발하고 있고요. 대마초산업을 통한 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그린 러시'가 진행되고 있어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거란 기대도 높습니다.

이 대학은 캐나다 최초로 대마초 직업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재배와 시설관리, 마케팅, 약물 개발, 창업까지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가르칩니다.

[제임스 메카트니/KPU 신규사업담당 처장 : "대마초와 관련된 어떤 일이든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기호용 대마초 양성화가 약물중독을 부추기고, 마약운전같은 사회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는 여전합니다.

캐나다 한 방송에 소개된 대마초 반응 실험.

눈에 띄게 행동이 둔해지지만 대마초를 한 7명중 1명은 2시간 이내에 한 번 이상 운전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경찰은 새로운 단속장비까지 도입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집니다.

정부가 지침을 내리긴 했어도 실제 근로자들 안전을 관리할 책임은 개별 기업에 주어져 있기때문입니다.

[톰 브록클러스트/BC주 직장안전공단 감독관 : "많은 관계자들이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 이후 상황을 걱정한다고 들었어요. 고용주는 감독관을 두고 근무상 위험을 가할 직원들이 있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때문에 시기 상조라고 보고 연방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지방정부도 상당수입니다.

[테드 타운센드/리치몬드시 국장 : "우리 시는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연방정부와 세수 분배, 대마초 운전 규제 등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대다수의 국가가 대마초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만큼 휘슬러시의 입장도 단호합니다.

휘슬러시는 한해 3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연방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10월 17일 이후에도 대마초 판매점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관광객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란 판단에섭니다.

캐나다 정부가 기호용 대마초까지 전면 합법화한 배경에는 관련산업 성장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금기를 깬 캐나다의 선택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캐나다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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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대마초 합법화’를 앞둔 캐나다
    • 입력 2018-10-13 22:39:08
    • 수정2018-10-13 22:50:2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대마초는 우리나라에선 갖고만 있어도 처벌될 정도로 엄격히 금지되는 마약이죠.

그런데 G-7 국가 중 처음으로 캐나다가 17일부터 대마초가 전면 합법이 됩니다.

'그린러시' 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어떻게 지킬 지에 대한 혼란과 우려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조빛나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캐나다 3대 도시 밴쿠버.

상점이 밀집돼 있는 다운타운 지역에서, 유독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 있습니다.

환한 조명에 깔끔한 분위기, 오일과 비누제품이 진열된 걸 보면 화장품 매장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손님에게 직원들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매장 직원 :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곳에선 대마초를 팔고 있었습니다.

치료 목적인 경우에만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의료용 대마초 구입자 : "통증이나 불안증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입했어요."]

하지만 처방전이 없어도 대마초를 사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또다른 대마초 판매점에선 대마초가 들어간 음료수를 팔고 있습니다.

불법이지만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대마초 판매점 직원 : "우리가 개발한 제품인데 야채나 과일을 섞어서 만들었어요. 매일 매진돼요. 대마초 함유량도 높아요."]

대마초 씨앗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개인이 대마초를 기르는 것은 금지돼 있기때문에 씨앗을 파는 것도 불법입니다.

[레베카 암브로스/대마초 씨앗 판매상 : "오랫동안 판매상들은 벌금을 내고서도 계속 대마초 씨앗을 팔아왔어요. 밴쿠버 경찰은 단속하는 걸 사실상 포기했어요."]

대마초를 의료용으로만 허용한 지 17년째, 시장은 6조원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블랙마켓, 즉 불법시장 규모도 같이 커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대마초 용도에 대한 제한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17일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대마초 법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를 확보하고 법의 테두리에서 대마초에 안전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오는 17일부터는 기호용으로도 판매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까, 캐나다에서 18살 이상이면 누구든지 대마초 관련 제품을 살수 있게 되는 겁니다.

국가 차원에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한 건 우루과이에 이어 캐나다가 세계 두 번째입니다.

주식시장의 반응이 가장 빨랐습니다.

법에 위배될 것을 우려하던 투자자들이 움직인 겁니다.

미국과 캐나다증시 상장기업을 평가하는 북미마리화나지수는 1년만에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세계 최대 대마초 기업인 캐노피그로스사.

시간대별로 조건이 달라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온실, 여기서 재배된 대마초를 의료용 제품으로 가공해 세계 시장에 판매합니다.

최근엔 코로나 맥주 등을 보유한 미국의 유명주류기업으로부터 4조 4천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 대마초 식품도 합법화되는 1년 뒤 출시를 목표로 맥주나 담배처럼 소비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조던 싱클레어/캐노피그로스 부사장 : "콘스텔레이션 같은 회사나 캐나다의 국가적 약국브랜드인 쇼퍼스드럭마트에서도 대마초 제품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고무적입니다. 초콜릿이나 제과용 제품, 음료수도 개발하고 있고요. 대마초산업을 통한 부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그린 러시'가 진행되고 있어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거란 기대도 높습니다.

이 대학은 캐나다 최초로 대마초 직업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재배와 시설관리, 마케팅, 약물 개발, 창업까지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가르칩니다.

[제임스 메카트니/KPU 신규사업담당 처장 : "대마초와 관련된 어떤 일이든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기호용 대마초 양성화가 약물중독을 부추기고, 마약운전같은 사회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는 여전합니다.

캐나다 한 방송에 소개된 대마초 반응 실험.

눈에 띄게 행동이 둔해지지만 대마초를 한 7명중 1명은 2시간 이내에 한 번 이상 운전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경찰은 새로운 단속장비까지 도입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집니다.

정부가 지침을 내리긴 했어도 실제 근로자들 안전을 관리할 책임은 개별 기업에 주어져 있기때문입니다.

[톰 브록클러스트/BC주 직장안전공단 감독관 : "많은 관계자들이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 이후 상황을 걱정한다고 들었어요. 고용주는 감독관을 두고 근무상 위험을 가할 직원들이 있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때문에 시기 상조라고 보고 연방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지방정부도 상당수입니다.

[테드 타운센드/리치몬드시 국장 : "우리 시는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연방정부와 세수 분배, 대마초 운전 규제 등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대다수의 국가가 대마초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만큼 휘슬러시의 입장도 단호합니다.

휘슬러시는 한해 30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연방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10월 17일 이후에도 대마초 판매점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관광객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란 판단에섭니다.

캐나다 정부가 기호용 대마초까지 전면 합법화한 배경에는 관련산업 성장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금기를 깬 캐나다의 선택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캐나다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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