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전기 남아돌아도 ‘블랙아웃’…日 ‘태양광 발전’ 기로에?

입력 2018.10.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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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홋카이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휘청였다. 특히 지진 직후 홋카이도 전역에서 발생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의 후유증이 컸다.

전기가 끊기면서, 교통, 통신, 물류 등 사회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기간시설이 일제히 마비됐다. 응급조치로 이리저리 전력망을 끌어들여 전기 공급은 재개했지만, 이미 110만 명 이상이 숙박예약을 취소해 관광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유통·제조업 등의 영업·생산 차질도 잇따랐다. 지자체 조사 결과 피해액이 1,318억 엔(약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의 시작은 지역 전기 공급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온 화력 발전소가 고장 나면서 시작됐다. 강진으로 도마토아쓰마 화력발전소가 긴급 정지된 직후, 다른 화력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연쇄적으로 발전기가 멈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력망 전체의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기의 주파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은 발전소 자체에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발전기들이 스스로 발전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가 남아돌아도 '블랙아웃'위험? ]

복잡한 설명이 없어도, 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할 경우에도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서남부 규슈지방에서는 이번 가을 전기가 남아돌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대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량이 넘치든, 사용량이 넘치든, 수급 불균형이 일정 한도를 넘어나는 순간, 전기 주파수가 변하면서 발전소 등의 시설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각 발전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게 된다면, 홋카이도와 유사한 블랙아웃, 대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규슈 '태양광 발전' 전격 중단…사상 초유 ]

지난 주말(13,14일) 규슈전력이 사상 초유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를 실시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 불균형 사태가 커지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부 태양광 발전을 일시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낙도 지역을 제외하면, 본토에서는 처음이다.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는 진작부터 제기됐다. 규슈전력에 따르면, 규슈 지방의 일조량이 많아져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냉방 감소와 공장가동 축소로 전력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13일 하루 동안에만 전력 공급이 수요를 43만 kW나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발전사업자 측에 일시 발전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발전 중단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후쿠오카와 오이타 등 6개 현의 태양광 발전소 9,700여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관내 2만4천여 곳의 약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조치는 발전기를 원격으로 송전망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4일에도 전력 공급이 62만 kW초과될 것으로 예상돼, 블랙아웃 예방 차원에서 일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출력제어 조치가 이뤄졌다.

규슈전략 측은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므로,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산업성은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발전정지가 실시될 경우 국가 심의회에서 심의하고 특정 사업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사후 검증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원전'살리려고 '태양광 발전'을 죽인다? ]

규슈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서남부는 일조량 풍부해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손꼽혀왔다. 지난 6월에는 규슈와 인접한 야마구치 현에 축구장 200개 넓이의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이 태양광 발전소는 우리 기업인 'LG CNS'측이 건설해 화제가 됐다.

NHK 분석에 따르면, 규슈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매입 제도'가 시작된 지 6년 만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7배로 급증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하루 수요량의 80%가량을 충당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력공급량이 이미 807만 kW에 이르는 상황에서, 가고시마 현의 센다이 원전과 사가 현의 겐카이 원전 등 4기를 재가동함으로써 전기가 크게 남아돌게 됐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노력해왔다. 2030년까지 발전량의 22∼24%가량을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아베 정부의 각별한 '원전 사랑'이다. 원전에서도 22∼22%가량의 전기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으로 후쿠시마 참사 이후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들을 잇따라 재가동시키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가 마련한 나름의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인근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규슈전력은 전기가 남는 시간대의 요금을 낮추는 방법 등으로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등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남는 전기를 가정이나 기업의 축전지에 일시 저장해 다른 시간대에 사용하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고육지책일 뿐이다.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확대되는 와중에 원전 에너지까지 보태지면서, 사상 초유의 잉여 전력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잉여 전력으로 재생에너지가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의 원전 우선 정책으로 태양광발전이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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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전기 남아돌아도 ‘블랙아웃’…日 ‘태양광 발전’ 기로에?
    • 입력 2018-10-15 07:01:35
    특파원 리포트
지난 9월 6일 홋카이도를 강타한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휘청였다. 특히 지진 직후 홋카이도 전역에서 발생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의 후유증이 컸다.

전기가 끊기면서, 교통, 통신, 물류 등 사회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기간시설이 일제히 마비됐다. 응급조치로 이리저리 전력망을 끌어들여 전기 공급은 재개했지만, 이미 110만 명 이상이 숙박예약을 취소해 관광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유통·제조업 등의 영업·생산 차질도 잇따랐다. 지자체 조사 결과 피해액이 1,318억 엔(약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의 시작은 지역 전기 공급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온 화력 발전소가 고장 나면서 시작됐다. 강진으로 도마토아쓰마 화력발전소가 긴급 정지된 직후, 다른 화력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연쇄적으로 발전기가 멈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력망 전체의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기의 주파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은 발전소 자체에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발전기들이 스스로 발전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가 남아돌아도 '블랙아웃'위험? ]

복잡한 설명이 없어도, 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다할 경우에도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남아도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서남부 규슈지방에서는 이번 가을 전기가 남아돌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대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량이 넘치든, 사용량이 넘치든, 수급 불균형이 일정 한도를 넘어나는 순간, 전기 주파수가 변하면서 발전소 등의 시설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각 발전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게 된다면, 홋카이도와 유사한 블랙아웃, 대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규슈 '태양광 발전' 전격 중단…사상 초유 ]

지난 주말(13,14일) 규슈전력이 사상 초유의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를 실시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수급 불균형 사태가 커지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부 태양광 발전을 일시 중단했다는 설명이다. 낙도 지역을 제외하면, 본토에서는 처음이다.


전력수급 불균형 문제는 진작부터 제기됐다. 규슈전력에 따르면, 규슈 지방의 일조량이 많아져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냉방 감소와 공장가동 축소로 전력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13일 하루 동안에만 전력 공급이 수요를 43만 kW나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발전사업자 측에 일시 발전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린 것이다.

발전 중단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후쿠오카와 오이타 등 6개 현의 태양광 발전소 9,700여 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관내 2만4천여 곳의 약 40%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조치는 발전기를 원격으로 송전망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4일에도 전력 공급이 62만 kW초과될 것으로 예상돼, 블랙아웃 예방 차원에서 일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출력제어 조치가 이뤄졌다.

규슈전략 측은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므로,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산업성은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발전정지가 실시될 경우 국가 심의회에서 심의하고 특정 사업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사후 검증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원전'살리려고 '태양광 발전'을 죽인다? ]

규슈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서남부는 일조량 풍부해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로 손꼽혀왔다. 지난 6월에는 규슈와 인접한 야마구치 현에 축구장 200개 넓이의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이 태양광 발전소는 우리 기업인 'LG CNS'측이 건설해 화제가 됐다.

NHK 분석에 따르면, 규슈의 경우, '신재생 에너지 매입 제도'가 시작된 지 6년 만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7배로 급증했다. 낮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하루 수요량의 80%가량을 충당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전력공급량이 이미 807만 kW에 이르는 상황에서, 가고시마 현의 센다이 원전과 사가 현의 겐카이 원전 등 4기를 재가동함으로써 전기가 크게 남아돌게 됐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노력해왔다. 2030년까지 발전량의 22∼24%가량을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아베 정부의 각별한 '원전 사랑'이다. 원전에서도 22∼22%가량의 전기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으로 후쿠시마 참사 이후 가동을 중단했던 원전들을 잇따라 재가동시키고 있다.

물론 일본 정부가 마련한 나름의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인근 주민과 환경 단체들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규슈전력은 전기가 남는 시간대의 요금을 낮추는 방법 등으로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등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남는 전기를 가정이나 기업의 축전지에 일시 저장해 다른 시간대에 사용하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고육지책일 뿐이다.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확대되는 와중에 원전 에너지까지 보태지면서, 사상 초유의 잉여 전력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4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잉여 전력으로 재생에너지가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아베 정부의 원전 우선 정책으로 태양광발전이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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