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암살’ 하루만에 말 바꾸는 트럼프…“꼬리 자르기” 미국도 묵인?

입력 2018.10.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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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우디 국왕과 통화 뒤 '돌변'

사우디 유력 언론인 카슈끄지 실종과 살해 의혹이 미국과 사우디 간 모종의 '합의'로 일단락 지어지는 분위기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의 살해 의혹과 관련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사우디 국왕과의 통화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국왕이 정권의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하면서 "어쩌면 불한당에 의해 살해됐을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카슈끄지 실종과 살해 의혹이 정말 사실이라면 정말 화가 날 것이다."며 "우리는 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며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강력한 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사우디 국왕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하루 만에 그의 입장이 변화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사우디 카슈끄지 사망 책임 인정할 듯…. 왕실 승인 없었다"


사우디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CNN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사망을 인정하되 책임을 일부 인사에 전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심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숨졌으며, 이 작전은 왕실의 승인 없이 진행됐다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이 CNN에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우디 정부가 자국 정보원이 심문 도중 카슈끄지를 실수로 살해했다고 인정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사우디 법원은 정보기관의 한 관리가 카슈끄지를 살해했으며, 이 관리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친구인 것은 우연이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며칠 전만 해도 카슈끄지 실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해 왔다. "카슈끄지는 영사관에서 일을 보고 떠났다"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이 강해지자 "우리는 경제적 제재든 정치적 압력이든 우리를 해치려는 시도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실 배후설 가라앉나?


결국, 카슈끄지 실종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사우디 당국이 왕실과 무관하게 '무단 작전'을 벌이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쪽으로 사건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정보기관 당국자의 책임으로 돌려 꼬리를 자르고 '왕실 배후설'을 가라앉히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로 급파됐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왕과 만나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국이 사우디의 경제적 영향력에 진실은 뒤로 하고 합의를 이를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세계 석유생산량의 1,2위 자랑하는 사우디가 이를 무기화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다, 거대한 사우디 자본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태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사우디 언론인 피살 의혹에 대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뭉칫돈이 예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 밸리로 옮겨가, 대형 IT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투자에 높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기업가들이 사우디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평소 개방과 자유를 표방하며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미국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투자자에게 한마디 말도 걸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기구가 조사해야!"


국간 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칫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기구를 만들어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의 가족을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가 미국, 터키 등과 왕실 배후를 제외한 채 사건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그의 실종과 살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언론인 카슈끄지가 왜 자국 사우디 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됐고,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살해됐는지, 국제사회는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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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 암살’ 하루만에 말 바꾸는 트럼프…“꼬리 자르기” 미국도 묵인?
    • 입력 2018-10-16 14:09:29
    취재K
트럼프, 사우디 국왕과 통화 뒤 '돌변'

사우디 유력 언론인 카슈끄지 실종과 살해 의혹이 미국과 사우디 간 모종의 '합의'로 일단락 지어지는 분위기다.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의 살해 의혹과 관련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사우디 국왕과의 통화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국왕이 정권의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하면서 "어쩌면 불한당에 의해 살해됐을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카슈끄지 실종과 살해 의혹이 정말 사실이라면 정말 화가 날 것이다."며 "우리는 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며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강력한 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사우디 국왕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하루 만에 그의 입장이 변화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사우디 카슈끄지 사망 책임 인정할 듯…. 왕실 승인 없었다"


사우디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CNN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은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사망을 인정하되 책임을 일부 인사에 전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심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숨졌으며, 이 작전은 왕실의 승인 없이 진행됐다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이 CNN에 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우디 정부가 자국 정보원이 심문 도중 카슈끄지를 실수로 살해했다고 인정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사우디 법원은 정보기관의 한 관리가 카슈끄지를 살해했으며, 이 관리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친구인 것은 우연이라는 식의 '시나리오'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며칠 전만 해도 카슈끄지 실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해 왔다. "카슈끄지는 영사관에서 일을 보고 떠났다"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이 강해지자 "우리는 경제적 제재든 정치적 압력이든 우리를 해치려는 시도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우디 왕실 배후설 가라앉나?


결국, 카슈끄지 실종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사우디 당국이 왕실과 무관하게 '무단 작전'을 벌이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쪽으로 사건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정보기관 당국자의 책임으로 돌려 꼬리를 자르고 '왕실 배후설'을 가라앉히려는 움직임이다.

이번 사건을 정리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로 급파됐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왕과 만나 긴밀하게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국이 사우디의 경제적 영향력에 진실은 뒤로 하고 합의를 이를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세계 석유생산량의 1,2위 자랑하는 사우디가 이를 무기화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다, 거대한 사우디 자본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태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사우디 언론인 피살 의혹에 대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뭉칫돈이 예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 밸리로 옮겨가, 대형 IT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투자에 높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기업가들이 사우디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평소 개방과 자유를 표방하며 인권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미국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투자자에게 한마디 말도 걸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기구가 조사해야!"


국간 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칫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기구를 만들어 사건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의 가족을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가 미국, 터키 등과 왕실 배후를 제외한 채 사건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그의 실종과 살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 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언론인 카슈끄지가 왜 자국 사우디 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됐고,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살해됐는지, 국제사회는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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