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아동학대 비난에 보육교사 ‘극단적 선택’

입력 2018.10.16 (21:22) 수정 2018.10.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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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을 학대했다고 의심을 받은 한 어린이집 여교사가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확인된 사실도 아닌데, 온라인상에선 이미 죄인이 됐고, 무차별적인 비난에, 신상 털기까지 이뤄지며 결국 비극이 됐습니다.

염기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

이곳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37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13일 오전 2시 50분쯤.

자신이 살던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지난 11일 인솔 아동들을 데리고 인천의 한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이 때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아동 한명을 제지했고, 이를 본 시민 1명이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신고자는 인터넷상의 이른바 '맘 카페'에 이 사실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은 확대 재생산돼 다른 맘 카페로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보육교사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집 이름과 교사 실명까지 공개했습니다.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던 A씨는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해당 교사가)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힘들어 했다는 말은 (동료들이) 해요."]

동료 교사들은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있던 A씨를 성실한 교사로 기억합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를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거나 하는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 속에서 정말 필요하신 분이었는데..."]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해당 맘카페에는 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빈다, 추모한다, 죄송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힘든) 애로사항이 뭐냐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일단 올려요. 그리고 아니면 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염기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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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상털기’ 아동학대 비난에 보육교사 ‘극단적 선택’
    • 입력 2018-10-16 21:24:35
    • 수정2018-10-16 2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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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을 학대했다고 의심을 받은 한 어린이집 여교사가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확인된 사실도 아닌데, 온라인상에선 이미 죄인이 됐고, 무차별적인 비난에, 신상 털기까지 이뤄지며 결국 비극이 됐습니다.

염기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기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

이곳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37살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13일 오전 2시 50분쯤.

자신이 살던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지난 11일 인솔 아동들을 데리고 인천의 한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이 때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아동 한명을 제지했고, 이를 본 시민 1명이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신고자는 인터넷상의 이른바 '맘 카페'에 이 사실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은 확대 재생산돼 다른 맘 카페로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보육교사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집 이름과 교사 실명까지 공개했습니다.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던 A씨는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해당 교사가)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힘들어 했다는 말은 (동료들이) 해요."]

동료 교사들은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있던 A씨를 성실한 교사로 기억합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를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하거나 하는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선생님들 속에서 정말 필요하신 분이었는데..."]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자 해당 맘카페에는 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빈다, 추모한다, 죄송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너무 (힘든) 애로사항이 뭐냐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일단 올려요. 그리고 아니면 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처벌해달라는 청원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염기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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