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집굴레’…청년은 집 사느라 노년은 집뿐이라

입력 2018.10.16 (21:26) 수정 2018.10.1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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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집의 의미,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누군가에겐 안식처, 누군가에겐 성공의 척도, 혹은 돈을 버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나에게 집이란?

직접 여쭤봤습니다.

[김영기/39살 : "학자금 대출 받아서 나왔기 때문에 사회 나오자마자 빚으로 시작을 했어요. '3포'라고 포기한 친구들 많아요. 집 사는 걸 포기하고."]

[김후조/60살 : "형편이 안 되니까 너희 둘이 알아서 해라. 큰 딸을 보내면서 쉽게 못 보태주고 사는 거 보면 애처롭고 부모로서 미안하죠."]

[박영희/86살 : "집 저당해서 생활하는 것도 생각했었어요. 그랬는데, 아 이거는 우리 아들을 줘야 하기 때문에 절대 그 생각은 안 했지요."]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집에 대한 애착은 대단히 큽니다.

10명 중 8명이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인데요.

버는 돈 대부분을 집을 사는 데 쓰다 보니 젊어서는 대출금 갚느라, 나이 들어서는 이 집을 이고 사느라,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김나나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윤상혁 씨는 3년 전 결혼하면서 서울에 80㎡짜리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이자와 원금까지 매달 110만 원씩 갚고 있지만, 아직도 대출이 1억 넘게 남았습니다.

[윤상혁/37살/직장인 : "맞벌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아기 갖는 부분도 좀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고요."]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첫 집 장만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6.8년이라지만, 집값 비싼 서울에선 이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거액의 빚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대출금을 다 갚고 나면 집에 대한 애착은 더 각별해집니다.

[김기영/76살/은퇴자 : "빚을 갚는데 한 십여 년 걸려서 갚았으니까... 그리고 더 재밌는 것은 그 집을 사 가지고도 안방은 제가 못 들어갔어요. 세를 준 거예요, 안방을."]

은퇴 후 소득은 줄고 재산은 집 한 채에 묶여 있어 국민연금 등으로만 충당하기에는 생활비가 빠듯할 때가 있습니다.

[김기영/76살/은퇴자 : "(집에 대한 세금은) 무이자 할부를 해 주니까 사실 그렇게 내고 있습니다. 연금 월 80만~90여만 원 타는 데서 빠져나가면 안 되잖아요."]

노인 4명 중 3명은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살고 있지만, 절반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집이 노후 대비책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률도 전체 대상자 중의 1%가 채 안 됩니다.

9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 데다, 노년층에겐 집이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여전한 탓입니다.

[진미윤/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 "주택연금제도가 있습니다만 매우 제한적으로 지금 운영이 되고 있고요. 집을 공공이 매입을 하여 다시 그것을 현금화하여 되돌려주는 '리스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생 '집'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의 씁쓸한 현실입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싱가포르, 4년이면 내집 마련…주택·연금이 함께 간다

[앵커]

이렇게 빚까지 져가며 평생 모은 돈을 집에만 쏟아붓지 않도록,

사는(buy) 곳에서 사는(live) 곳으로,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젊어서 마련한 내 집으로 노후 대비까지 함께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건지 오대성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 결혼한 한 신혼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 113제곱미터짜리 아파트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삽니다.

분양가는 우리 돈 약 3억 1천만 원.

부부 한 달 소득이 3백만 원 정도지만, 집을 사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코사난·카마루딘 부부 : "내 집이 있으면 월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다른 데 써야 할 비용에 더 집중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CPF가 주택 구입 대부분을 담당해 주거든요."]

중앙연금기금, CPF는 우리 국민연금과 비슷한데, 월급의 20%는 근로자가, 16%는 고용주가 납부합니다.

한국(4.5%)보다 부담률이 훨씬 높지만 그만큼 혜택도 큽니다.

이 부부는 집을 살 때 CPF에 그간 냈던 돈을 선수금으로 활용했습니다.

추가로 낼 돈은 25년간 2%대의 저금리가 붙어 연금에서 자동 납부됩니다.

따로 대출이 필요 없다 보니, 싱가포르에서는 결혼 4년 정도면 대부분 집 장만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주택은 노후에는 생계 수단이 됩니다.

이곳은 지난해 싱가포르 최초로 지은 은퇴자 전용 공공아파트입니다.

병원은 물론이고 식당과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기존 집을 처분하고 이사온 고령층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 부부도 자녀들이 독립한 뒤 40제곱미터의 작은 집으로 옮겼습니다.

집 크기를 줄여 생긴 차액은 조금씩 생활비로 빼 씁니다.

물론 매달 연금도 나옵니다.

[레이 수바시/72살 : "자녀를 교육 시키거나 휴가를 가거나 또 저축이라든지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주택 정책과 연금 정책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다보니 생애 모든 나이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싱톈푸/싱가포르국립대학교 부동산연구소장 : "저소득층이나 중산층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거죠. CPF(연금)와 HDB(주택) 두 정책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집'은 삶의 공간인 거주 수단이자, 노후 생계를 아우르는 주거 복지가 실현되는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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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생 ‘집굴레’…청년은 집 사느라 노년은 집뿐이라
    • 입력 2018-10-16 21:33:12
    • 수정2018-10-17 08:16:53
    뉴스 9
[앵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는 집의 의미,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누군가에겐 안식처, 누군가에겐 성공의 척도, 혹은 돈을 버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나에게 집이란?

직접 여쭤봤습니다.

[김영기/39살 : "학자금 대출 받아서 나왔기 때문에 사회 나오자마자 빚으로 시작을 했어요. '3포'라고 포기한 친구들 많아요. 집 사는 걸 포기하고."]

[김후조/60살 : "형편이 안 되니까 너희 둘이 알아서 해라. 큰 딸을 보내면서 쉽게 못 보태주고 사는 거 보면 애처롭고 부모로서 미안하죠."]

[박영희/86살 : "집 저당해서 생활하는 것도 생각했었어요. 그랬는데, 아 이거는 우리 아들을 줘야 하기 때문에 절대 그 생각은 안 했지요."]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집에 대한 애착은 대단히 큽니다.

10명 중 8명이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인데요.

버는 돈 대부분을 집을 사는 데 쓰다 보니 젊어서는 대출금 갚느라, 나이 들어서는 이 집을 이고 사느라,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김나나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윤상혁 씨는 3년 전 결혼하면서 서울에 80㎡짜리 아파트를 장만했습니다.

이자와 원금까지 매달 110만 원씩 갚고 있지만, 아직도 대출이 1억 넘게 남았습니다.

[윤상혁/37살/직장인 : "맞벌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까, 아무래도 아기 갖는 부분도 좀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고요."]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첫 집 장만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6.8년이라지만, 집값 비싼 서울에선 이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거액의 빚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대출금을 다 갚고 나면 집에 대한 애착은 더 각별해집니다.

[김기영/76살/은퇴자 : "빚을 갚는데 한 십여 년 걸려서 갚았으니까... 그리고 더 재밌는 것은 그 집을 사 가지고도 안방은 제가 못 들어갔어요. 세를 준 거예요, 안방을."]

은퇴 후 소득은 줄고 재산은 집 한 채에 묶여 있어 국민연금 등으로만 충당하기에는 생활비가 빠듯할 때가 있습니다.

[김기영/76살/은퇴자 : "(집에 대한 세금은) 무이자 할부를 해 주니까 사실 그렇게 내고 있습니다. 연금 월 80만~90여만 원 타는 데서 빠져나가면 안 되잖아요."]

노인 4명 중 3명은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살고 있지만, 절반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집이 노후 대비책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률도 전체 대상자 중의 1%가 채 안 됩니다.

9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 데다, 노년층에겐 집이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여전한 탓입니다.

[진미윤/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 "주택연금제도가 있습니다만 매우 제한적으로 지금 운영이 되고 있고요. 집을 공공이 매입을 하여 다시 그것을 현금화하여 되돌려주는 '리스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생 '집'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의 씁쓸한 현실입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싱가포르, 4년이면 내집 마련…주택·연금이 함께 간다

[앵커]

이렇게 빚까지 져가며 평생 모은 돈을 집에만 쏟아붓지 않도록,

사는(buy) 곳에서 사는(live) 곳으로, 집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젊어서 마련한 내 집으로 노후 대비까지 함께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건지 오대성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년 전 결혼한 한 신혼부부의 집을 찾았습니다.

방 3개에 화장실 2개, 113제곱미터짜리 아파트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삽니다.

분양가는 우리 돈 약 3억 1천만 원.

부부 한 달 소득이 3백만 원 정도지만, 집을 사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코사난·카마루딘 부부 : "내 집이 있으면 월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다른 데 써야 할 비용에 더 집중할 수가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CPF가 주택 구입 대부분을 담당해 주거든요."]

중앙연금기금, CPF는 우리 국민연금과 비슷한데, 월급의 20%는 근로자가, 16%는 고용주가 납부합니다.

한국(4.5%)보다 부담률이 훨씬 높지만 그만큼 혜택도 큽니다.

이 부부는 집을 살 때 CPF에 그간 냈던 돈을 선수금으로 활용했습니다.

추가로 낼 돈은 25년간 2%대의 저금리가 붙어 연금에서 자동 납부됩니다.

따로 대출이 필요 없다 보니, 싱가포르에서는 결혼 4년 정도면 대부분 집 장만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주택은 노후에는 생계 수단이 됩니다.

이곳은 지난해 싱가포르 최초로 지은 은퇴자 전용 공공아파트입니다.

병원은 물론이고 식당과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기존 집을 처분하고 이사온 고령층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 부부도 자녀들이 독립한 뒤 40제곱미터의 작은 집으로 옮겼습니다.

집 크기를 줄여 생긴 차액은 조금씩 생활비로 빼 씁니다.

물론 매달 연금도 나옵니다.

[레이 수바시/72살 : "자녀를 교육 시키거나 휴가를 가거나 또 저축이라든지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주택 정책과 연금 정책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다보니 생애 모든 나이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싱톈푸/싱가포르국립대학교 부동산연구소장 : "저소득층이나 중산층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거죠. CPF(연금)와 HDB(주택) 두 정책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집'은 삶의 공간인 거주 수단이자, 노후 생계를 아우르는 주거 복지가 실현되는 안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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