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위 장부로 연구비 빼돌려…연구실에 7천만 원 ‘돈뭉치’

[앵커]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엔 광주 과학기술원의 한 교수가 학생들 인건비를 가로채고 재료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렸다가 적발됐습니다.

김범주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8월, 한국연구재단 감사팀이 광주과학기술원의 한 교수 연구실에 들이닥쳤습니다.

해당 교수가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렸다는 투서 내용을 현장 점검하기 위해섭니다.

당시 이 교수 연구실 캐비닛에선 7천만 원이 발견됐습니다.

모두 5만 원권 현금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인건비 일부를 연구실 공동 비용으로 쓰겠다며 반납받은 겁니다.

통장으로 받을 경우 증거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현금으로 돌려받았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관계자/음성 변조 : "(해당 교수)본인은 통장을 한다거나 이랬을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개인적인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통장으로도 받지 않으셨던 게..."]

지원했던 연구 계획과 달리 1억 원 상당의 고가 장비를 구입한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를 감추기 위해 해당 교수는 업체와 짜고 허위 견적서로 액수를 부풀렸습니다.

다른 과제에 쓰일 재료비에 해당 장비 구입비를 포함시킨 뒤, 실제 받아야 할 재료는 적게 받은 겁니다.

[해당 교수/음성 변조 : "제가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전혀 없을 거 같고... (감사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상황이라서요.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고..."]

광주과학기술원 측은 교수 중심의 연구실 특성상 이런 사실을 미리 알기는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광주과학기술원 관계자/음성 변조 : "학생들과 교수님과 관계에서 학생들은 어차피 학위도 받아야 하고, 실험실 내부적인 속사정을 저희가 속속들이 알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비 집행을 감독하는 한국연구재단은 공동관리하던 학생들 인건비와 허위 장부를 꾸며 타낸 돈 전액을 환수 조치하고, 검찰에 해당 교수를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