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法’ 만든다는 국회…제 식구엔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8.10.18 (19:16) 수정 2018.10.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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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22살 윤창호 씨가 치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음주운전을 하면 초범일지라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런 추세에 맞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윤창호 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걸려도 98%가 경징계

그런데 정작 국회 내부 구성원들은 음주운전을 하고도 약 98%가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KBS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회 소속 공무원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국회 공무원은 4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견책 처분을 받은 국회 공무원은 30명, 감봉 1개월은 16명, 감봉 2개월은 2명이었다.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국회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 받은 징계 처분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1회 음주 운전자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경우는 3건이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국회 공무원도 2명 있었다. 4급 상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7급 상당 국회의원 비서였는데 둘 다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특히 해당 4급 보좌관은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86%의 그야말로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도로표지판을 들이받은 뒤 차량을 그대로 둔 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그런데도 결론은 경징계 처분이었다.

경찰의 경우 현행 '음주운전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되면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는다. 2회 적발되면 최소 강등이다.

평균 내보니…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자,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3배

국회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구성원들에게 '술 마시고 운전해도 별 문제 없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KBS가 국회로부터 받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토대로 자체 분석해보니,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는 국회 공무원은 한 해 평균 천 명 당 3.6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가직 공무원은 한 해 평균 천 명 당 약 1.2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징계 처분이 내려진 국회 공무원이 국가직 공무원보다 3배 가량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징계령'에 의거해서 국회도 국회 공무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결정한다"며 "소속 공무원이 비위를 저질렀을 때 징계 양형 기준을 벗어나 처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균 수치로 환산했을 때,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국회 공무원이 3배 가량 많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징계를 받고 있다는 질의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 현황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전과자가 몇 명인지도 확인해봤다. 20대 총선이 있었을 때 공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등을 토대로 집계해보니 의원 19명이 음주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입법 논의를 하고 있는 국회가 정작 제 식구의 음주운전에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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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0-18 19:49:17
    취재K
지난달 말, 부산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22살 윤창호 씨가 치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음주운전을 하면 초범일지라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런 추세에 맞춰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윤창호 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걸려도 98%가 경징계

그런데 정작 국회 내부 구성원들은 음주운전을 하고도 약 98%가 가벼운 징계 처분을 받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KBS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국회 소속 공무원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국회 공무원은 4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견책 처분을 받은 국회 공무원은 30명, 감봉 1개월은 16명, 감봉 2개월은 2명이었다.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국회 공무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차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상태에서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 받은 징계 처분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1회 음주 운전자가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측정을 거부하거나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경우는 3건이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국회 공무원도 2명 있었다. 4급 상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7급 상당 국회의원 비서였는데 둘 다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특히 해당 4급 보좌관은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86%의 그야말로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도로표지판을 들이받은 뒤 차량을 그대로 둔 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그런데도 결론은 경징계 처분이었다.

경찰의 경우 현행 '음주운전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되면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는다. 2회 적발되면 최소 강등이다.

평균 내보니…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자,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3배

국회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구성원들에게 '술 마시고 운전해도 별 문제 없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KBS가 국회로부터 받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토대로 자체 분석해보니,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는 국회 공무원은 한 해 평균 천 명 당 3.6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가직 공무원은 한 해 평균 천 명 당 약 1.2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징계 처분이 내려진 국회 공무원이 국가직 공무원보다 3배 가량 많은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징계령'에 의거해서 국회도 국회 공무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결정한다"며 "소속 공무원이 비위를 저질렀을 때 징계 양형 기준을 벗어나 처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균 수치로 환산했을 때, 국가직 공무원에 비해 국회 공무원이 3배 가량 많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징계를 받고 있다는 질의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국회 공무원 음주운전 징계 현황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전과자가 몇 명인지도 확인해봤다. 20대 총선이 있었을 때 공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등을 토대로 집계해보니 의원 19명이 음주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입법 논의를 하고 있는 국회가 정작 제 식구의 음주운전에는 관대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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