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독 재계약 불발 ‘지휘력 부족? 따돌림 때문?’

입력 2018.10.19 (11:09) 수정 2018.10.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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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단일팀 이끈 머리 감독, 선수들 집단 반발에 재계약 불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끌고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세라 머리(30·캐나다)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됐다. 사실 머리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나왔었다. 지난 4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머리 감독 훈련 방식과 지도력에 불만 쌓인 선수들, 집단 반발

재계약 불발의 원인은 선수들의 집단 반발 탓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훈련 방식과 지도력에 노골적인 불신과 의심을 표시하며 머리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심지어 훈련 중에도 선수들의 입에서 "머리 쟤가 지금 뭐라고 그러는 거냐?"라는 소리가 취재진의 귀에 들려올 정도였고, 감독과 선수 사이 균열과 틈새는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곪아 있었다. 선수들 사이의 불만은 풍선처럼 부풀어 가고 있었고 머리 감독을 따돌리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킨 남북 단일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그러나 그 이면엔 감독과 선수 사이 균열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는 머리 감독을 따돌리는 풍조까지 생겨났다.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킨 남북 단일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그러나 그 이면엔 감독과 선수 사이 균열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는 머리 감독을 따돌리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2014년 머리 감독 부임 이후 여자 아이스하키 눈부신 성장

2014년 9월 머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으면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17년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3승을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전까지는 1999년 이후 네 차례 참가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4골을 넣고 242골을 헌납했던 성적에 비하면 괄목할 만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4부리그 격인 디비전 2그룹 A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도 올렸다.

대표선수들, 머리 감독 선수 기용 방식에 불만 고조

올 2월에 열린 평창올림픽에서는 비록 5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남북 단일팀이 하나가 돼 불굴의 투혼을 펼치던 모습으로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안겼다. 단일팀이 하나가 된 데에는 머리 감독이 정치적인 부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머리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에 불만을 키우고 있던 선수들은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더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만이 고조됐다. 태극마크 하나만을 바라보고 거칠고 힘든 훈련을 참고 이겨나가던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 불안감까지 고스란히 머리 감독을 향했다.

지난 1월 25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머리 감독과 북한 박철호 코치·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1월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세라 머리 감독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사진-대한체육회)지난 1월 25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머리 감독과 북한 박철호 코치·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1월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세라 머리 감독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사진-대한체육회)

머리 감독,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불만 해결 능력 부족

2014년 취임 당시 26살의 어린 나이였던 머리 감독은 이전까지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다.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없었다. 선수들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개 아이스하키에서는 공격진과 수비진을 구분해 운용하고 한번 그 진용을 구성하면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좀처럼 바꾸지 않는 법인데, 머리 감독은 경기 중에도 수시로 공격진과 수비진을 바꿔서 투입했다. 선수들 사이에 혼란이 생겼다. 동갑내기 랜디 희수 그리핀을 포함한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기술 훈련이 초보적인 수준에서 반복되고 그 방식으로는 기량이 늘 수 없다는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남북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골로 일본전에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득점에 성공했다. 머리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불만이 커가고 있었다. (사진-대한체육회)남북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골로 일본전에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득점에 성공했다. 머리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불만이 커가고 있었다. (사진-대한체육회)

2018 세계선수권대회 앞두고 선수들 훈련을 거부 의사 전달

선수들의 머리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은 시기에도 언론의 집중 조명과 인터뷰는 모두 머리 감독 차지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출전해 거둔 성과도 모두 머리 감독의 몫이었다. 머리 감독이 두드러질수록 선수들의 불만도 더욱 커졌고,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2018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폭발했다. 선수들은 훈련을 거부한 채, 협회 쪽에 서한을 보내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세계선수권대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서명에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 가운데 21명이 동참했다.

KBS 시사 기획 ‘창’에 소개되고 있는 세라 머리 감독. 머리 감독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홍보의 전면에 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KBS 시사 기획 ‘창’에 소개되고 있는 세라 머리 감독. 머리 감독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홍보의 전면에 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결국, 지난 4월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 3부리그(디비전 1그룹 B) 대회에서 머리 감독은 사령탑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머리 감독은 현장에 동행했지만 벤치에 앉지 못했고, 대신 김도윤 코치가 지휘봉을 넘겨받아 대회를 마쳤다.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작전 지시나 지휘를 받지 않았고 3승 1 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항명 사태 선수들, 자격 정지 중징계... 김상준 감독 선임

대회 이후 아이스하키협회는 집단 항명 사태를 벌인 선수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 세라 머리 감독의 계약 만료인 4월 이후 공석이 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김상준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가 늦어진 배경은 협회가 선수들의 불만은 도외시한 채 머리 감독과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북단일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포함해 재임 기간 눈부신 성과를 낸 것이 재계약을 추진한 배경이었다.

아이스하키협회, 감독과 선수 사이 벌어질 때 뭐했나?

협회는 머리 감독이 지도자로서 경험이 부족했지만, 감독으로서 성과가 뛰어났다면서 머리 감독을 옹호하고 있다. 선수들이 감독을 교체하라고 나선 집단행동도 지나치게 성급하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여자 선수들의 강한 불만도 앞선 따돌림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협회가 여자 아이스하키 홍보의 첨병으로 머리 감독을 전면에 세우면서 선수들이 느꼈을 소외감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보인 헌신과 노력에 대한 평가 또한 인색하다. 선수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을 때 중간에서 그 틈새를 좁히고 중재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나이를 계급처럼 동일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일부 선수보다 나이가 더 어린 머리 감독이 부딪칠 한국 고유의 '나이 문화'에도 협회는 준비나 대응책이 없었다.

머리 감독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를 원했지만, 재계약이 불발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미국 미네소타의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감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단일팀 신화를 만들었던 주역의 하나로 평가받던 머리 감독의 쓸쓸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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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 감독 재계약 불발 ‘지휘력 부족? 따돌림 때문?’
    • 입력 2018-10-19 11:09:13
    • 수정2018-10-19 11:52:53
    취재K
아이스하키 단일팀 이끈 머리 감독, 선수들 집단 반발에 재계약 불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이끌고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했던 세라 머리(30·캐나다)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됐다. 사실 머리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은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나왔었다. 지난 4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 또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머리 감독 훈련 방식과 지도력에 불만 쌓인 선수들, 집단 반발

재계약 불발의 원인은 선수들의 집단 반발 탓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훈련 방식과 지도력에 노골적인 불신과 의심을 표시하며 머리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심지어 훈련 중에도 선수들의 입에서 "머리 쟤가 지금 뭐라고 그러는 거냐?"라는 소리가 취재진의 귀에 들려올 정도였고, 감독과 선수 사이 균열과 틈새는 메울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곪아 있었다. 선수들 사이의 불만은 풍선처럼 부풀어 가고 있었고 머리 감독을 따돌리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킨 남북 단일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그러나 그 이면엔 감독과 선수 사이 균열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는 머리 감독을 따돌리는 풍조까지 생겨났다.
2014년 머리 감독 부임 이후 여자 아이스하키 눈부신 성장

2014년 9월 머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으면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17년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3승을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전까지는 1999년 이후 네 차례 참가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4골을 넣고 242골을 헌납했던 성적에 비하면 괄목할 만은 성적이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4부리그 격인 디비전 2그룹 A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도 올렸다.

대표선수들, 머리 감독 선수 기용 방식에 불만 고조

올 2월에 열린 평창올림픽에서는 비록 5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남북 단일팀이 하나가 돼 불굴의 투혼을 펼치던 모습으로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안겼다. 단일팀이 하나가 된 데에는 머리 감독이 정치적인 부담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머리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에 불만을 키우고 있던 선수들은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더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만이 고조됐다. 태극마크 하나만을 바라보고 거칠고 힘든 훈련을 참고 이겨나가던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대표팀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 불안감까지 고스란히 머리 감독을 향했다.

지난 1월 25일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환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머리 감독과 북한 박철호 코치·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1월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이때까지는 세라 머리 감독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사진-대한체육회)
머리 감독,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불만 해결 능력 부족

2014년 취임 당시 26살의 어린 나이였던 머리 감독은 이전까지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다.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없었다. 선수들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대개 아이스하키에서는 공격진과 수비진을 구분해 운용하고 한번 그 진용을 구성하면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좀처럼 바꾸지 않는 법인데, 머리 감독은 경기 중에도 수시로 공격진과 수비진을 바꿔서 투입했다. 선수들 사이에 혼란이 생겼다. 동갑내기 랜디 희수 그리핀을 포함한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기술 훈련이 초보적인 수준에서 반복되고 그 방식으로는 기량이 늘 수 없다는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남북여자아이스하키단일팀은 랜디 희수 그리핀의 골로 일본전에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득점에 성공했다. 머리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불만이 커가고 있었다. (사진-대한체육회)
2018 세계선수권대회 앞두고 선수들 훈련을 거부 의사 전달

선수들의 머리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은 시기에도 언론의 집중 조명과 인터뷰는 모두 머리 감독 차지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단일팀으로 출전해 거둔 성과도 모두 머리 감독의 몫이었다. 머리 감독이 두드러질수록 선수들의 불만도 더욱 커졌고,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2018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폭발했다. 선수들은 훈련을 거부한 채, 협회 쪽에 서한을 보내 머리 감독과의 재계약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세계선수권대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서명에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23명의 선수 가운데 21명이 동참했다.

KBS 시사 기획 ‘창’에 소개되고 있는 세라 머리 감독. 머리 감독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홍보의 전면에 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결국, 지난 4월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열린 여자 세계선수권 3부리그(디비전 1그룹 B) 대회에서 머리 감독은 사령탑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머리 감독은 현장에 동행했지만 벤치에 앉지 못했고, 대신 김도윤 코치가 지휘봉을 넘겨받아 대회를 마쳤다. 선수들은 머리 감독의 작전 지시나 지휘를 받지 않았고 3승 1 연장승 1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항명 사태 선수들, 자격 정지 중징계... 김상준 감독 선임

대회 이후 아이스하키협회는 집단 항명 사태를 벌인 선수들에게 6개월 국가대표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 세라 머리 감독의 계약 만료인 4월 이후 공석이 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령탑에 김상준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발표가 늦어진 배경은 협회가 선수들의 불만은 도외시한 채 머리 감독과 재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북단일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을 포함해 재임 기간 눈부신 성과를 낸 것이 재계약을 추진한 배경이었다.

아이스하키협회, 감독과 선수 사이 벌어질 때 뭐했나?

협회는 머리 감독이 지도자로서 경험이 부족했지만, 감독으로서 성과가 뛰어났다면서 머리 감독을 옹호하고 있다. 선수들이 감독을 교체하라고 나선 집단행동도 지나치게 성급하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여자 선수들의 강한 불만도 앞선 따돌림 행위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협회가 여자 아이스하키 홍보의 첨병으로 머리 감독을 전면에 세우면서 선수들이 느꼈을 소외감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보인 헌신과 노력에 대한 평가 또한 인색하다. 선수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을 때 중간에서 그 틈새를 좁히고 중재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나이를 계급처럼 동일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일부 선수보다 나이가 더 어린 머리 감독이 부딪칠 한국 고유의 '나이 문화'에도 협회는 준비나 대응책이 없었다.

머리 감독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를 원했지만, 재계약이 불발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미국 미네소타의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감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단일팀 신화를 만들었던 주역의 하나로 평가받던 머리 감독의 쓸쓸한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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