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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사우디 왕세자-트럼프 사위’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경고
입력 2018.10.20 (08:01) 수정 2018.10.20 (15:11)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사우디 왕세자-트럼프 사위’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경고
■ 영화보다 잔인한 그 일이 그에게는 가능하다?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 나라의 언론인이 자국 공관에서 벌건 대낮에 살해를 당했다?" 실종된 카슈끄지에 대해 이처럼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그의 시신이 총영사관저에 묻혔다'는 등의 시나리오가 처음 제기됐을 때, 오히려 그건 너무 대담해 사실일 리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서구의 언론들은 의외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쉽게 믿는 것 같았다. '한 나라의 요원들이 자국의 언론인을 암살하기 위해 15명이 팀을 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와 백주대낮에 그것도 자국 공관에서 언론인을 암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쉽게 믿는 것 같았다. 왜? 사우디아라비아니까!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자비한 33살의 젊은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이라면 충분히 벌일 법한 일이니까!

아버지의 왕위 승계로 실질적으로 권력을 손에 쥔 지 3년 반, 왕세자로 공식 임명된 지 1년여 만에, MB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중동의 가장 부유하고 힘있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Mohamad Bin Salman은, 그런 일쯤은 충분히 벌이고도 남을 위인으로 세계에 이미 각인돼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만인 지난 17일 터키정부가 일부러 흘린 듯한 녹취록은, MBS가, 짐작한 것보다 어쩌면 더 잔인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최소한 4명이 MBS의 개인 경호원으로 드러난 암살 요원들은 '손가락들을 절단하는 등의 고문을 하며 단 7분만에 카슈끄지를 살해한 뒤 음악을 들으며 시신을 토막낸 것'으로 녹취록에 돼있다.


■ 사우디의 새로운 권력자, 왕세자 MBS는 누구인가?

사우디아리바아 왕국의 개창자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1875-1953)는 45명이나 되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형제 왕위 계승을 유언했다. 사우드 국왕의 25번째 아들로서 2015년 1월 23일 80세에야 이복형의 서거로 왕위를 물려받은 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이하 살만 국왕)는 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이복동생 무끄린을 왕세자로 앉혔다가 석달만에 조카 무함마드 빈나예프로 교체한 뒤 2017년 결국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지명했다. MBS는 왕세자로 있던 자신의 사촌형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협박해 왕위 계승권을 양보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른바 궁정 쿠데타로 왕세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형제 계승의 전통을 깨고 부자 계승으로 왕위에 오르게 될 첫 왕세자이자, 사우디 지도층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기도 하는, 사우디를 경제사회적으로 개혁해 진정한 국제사회 지도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가득찬 33살의 젊은 왕세자의 등장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3천3백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2012년 인구조사에서 25세 이하가 51%에 달한 정도로 젊은 세대 비율이 높다. 이슬람 율법에 갇혀있던 사우디에 서구의 개방적 문화를 도입하고, 여성 운전 허용 등 여성 권리를 신장하고, 석유의존적 경제 체제를 다각화해 젊은 층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MBS의 경제사회개혁 정책은 그들에게 큰 지지를 받아왔다.

문제는 그의 독재자적 면모다. 미숙한 외교, 가차없는 반대세력 처단, 게다가 인권 유린적 행보는, 지난 3년반 동안 그가 과연 중동의 최강국을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국제적 의구심을 낳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

■ 알자지라 "MBS의 8대 비행"

아랍권 전문 '알자지라방송'은 2015년 실권을 장악한 뒤 MBS가 벌인 끔찍한 비행 8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예멘 내전 개입 : 아버지 살만 국왕의 취임으로 국방장관이 된 MBS는 2015년 3월 군 참모들과 상의도 없이 예멘 공습 명령을 내렸다.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었던 공습은 무수한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이후 지금까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예멘 내전 개입은 내전을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8월 예멘 통합버스 폭파사건 등이 보여주듯 병원, 학교 걑은 민간인 시설에 대한 오인 공격이 빈번해 3년간 예멘의 민간인 사상자 수는 만명에 달했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해 결국 예멘의 난민들이 한국의 제주도로까지 몰려오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2. 레바논 총리 억류 : 2017년 11월 사우디를 방문했던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 방송을 통해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다. 그는 사우디에서 억류돼 암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레바논인들은 분노했다. 레바논의 대통령은 총리가 풀려 돌아온 뒤 그의 사임을 반려했다.

3. 리츠칼튼 호텔 감금 사건 : MBS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는 2017년 10월 왕자 11명과 전직 장관 등 관료, 기업인 등 수백명을 부패 혐의가 있다며 체포해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했다. 호텔 감금 사태는 거의 3개월 가량 이어졌는데, 반부패위원회는 돈을 내면 이들을 풀어주는 식으로 1000억 달러 가량을 추징했다. MBS가 자신의 왕위 계승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들에게 겁을 주고 그들의 정치력을 제거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4. 카타르 봉쇄와 GCC 위기 초래 : 2017년 6월 사우디는 카타르에 대한 외교, 무역 봉쇄를 단행한다. 카타르의 강력한 부인에도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를 지원한다며 카타르에 대한 고립책을 시행한 것이다. 특히 카타르를 GCC(Gulf Cooperation Council)에서 배제한 조치는 주변국가들의 찬반 대립으로 이어져, 1981년 설립된 걸프만국가 외교협의체 GCC가 와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5. 여성운동가 투옥 : 올해 사우디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했는데, 운전 허용 조치 시행 몇 주전 오히려 지금까지 여성 권리 신장을 외친 운동가들을 체포해 현재까지 투옥중이다.

6. 캐나다와의 외교적 불화 : 캐나다가 사우디에 여성운동가 석방과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자, 사우디 주재 캐나다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와의 무역을 동결시켰다.

7. 사우디에서의 교수형 증가 : 2017~2018년 사우디에서 교수형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만 200여명으로, 사우디 역사상 연간 최다 교수형 수를 기록했다.

8. 2018년 10월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자국 총영사관에서 암살됐다.

국제사회는 그가 왜 예멘을 공격하는지, 그가 왜 카타르를 봉쇄하는지, 그가 왜 캐나다와의 무역을 중단해버리는지, 그가 왜 레바논 총리를 억류하는지, 그가 왜 여성운동가들을 투옥하는지, 정치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백명을 호텔에 감금하고 백주대낮에 언론인을 암살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는지, 그 이유조차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제러드 쿠슈너와 회견하는 MBS제러드 쿠슈너와 회견하는 MBS

■ 그가 'Mr. Everything'이 된 건 트럼프 집안의 후광?

그런데 이 MBS의 가장 큰 후원군이 바로 트럼프 집안이다. MBS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오랫동안 밀착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메신저로 소통할 정도로 친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것도 쿠슈너의 입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밀착된 관계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뒤 중동의 외교적 역학 관계 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원래도 미국의 아랍권 최대 우방은 사우디아라비아였지만, 과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슈에 따라 이슬람권의 대변자 역할도 했다. 그런데, 사우디의 왕세자와 미국의 유대계 퍼스트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의 밀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에서 팔레스타인이 아닌 이스라엘의 편에 서도록 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 - 사우디아라비아(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 이집트로 이어지는 중동의 새로운 동맹은,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공통된 적인 이란(이슬람 시아파 종주국)과 시리아의 부상을 제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이, 안보리 5개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합의한 이란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유지와 이란, 시리아를 시시때대로 공습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예멘 내전 등에 개입하면서, 중동의 정세는 오히려 더 예측불가하고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MBS의 전횡은 더욱 심화된다. MBS는 'Mr. Everything' 즉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CNN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트럼프 집안의 후광 덕분에 '뭐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같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의 유보적 태도도 왕세자-사위의 부절적한 관계 때문?

CNN은, 제러드 쿠슈너가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천천히 대응하라"고 조언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주에는 쿠슈너와 MBS가 이 문제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총영사관에 들어갔다 실종된 뒤, 터키 언론들은 신속하게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를 냈고, 서구 언론들도 터키 내 관리와 소식통들을 인용해 유사한 추측을 내놓고,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우디 당국을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을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성급히 사우디를 비판하지 말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자"면서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터키를 방문하고, 터키 언론이 "사우디 왕실의 관여 속에 카슈끄지가 암살됐음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공개한 지 하루가 지나고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카슈끄지가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겨우 그의 죽음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최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조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어떤 일도 MBS 모르게 일어날 수 없다, 이런 일을 벌인 MBS를 절대 국제적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사우디를 비판하며 사우디에 대한 제재까지 거론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언론들은, MBS와 쿠슈너의 오랜 밀착이, 미국 외교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기관들이 '미국 망명자였던 카슈끄지가 사우디로부터 받고 있는 살해 위협'을 미리 알고도 무시한 것은 아닌지 의회가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우디가 아무리 미국에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무역적으로 중요해도, 사우디가 아무리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 중 하나라 해도, 미국이 '백주 대낮에 자국의 언론인을 공관에서 암살하는 지도자'를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왕세자의 위기는 어디까지?

사건 초기부터 사우디 왕실과 MBS의 개입 의혹을 제기해온 국제사회는 일제히 MBS에게서 등을 돌렸다. MBS가 사우디의 경제 개혁을 내세우고 전세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야심차게 계획한,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국제투자회의에 영국, 프랑스에 이어 미국까지, 주요국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IMF, 세계은행, 다국적 투자사 등의 대표들도 참여를 취소했고, 세계 주요 언론들은 취재를 보이콧했다.

MBS에게 더 큰 위기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그의 개혁을 지키기 위해 그를 믿고 지지해왔던 사우디의 국민들과, 중동 내부 지지자들이 느낄 배신감이다. 사우디 당국은 줄곧 '까슈끄지 암살론'을 부인하면서, 이 사건이 사우디의 외교적 정적인 카타르와 터키가 꾸민 음모라고 주장해왔다. 까슈끄지가 주장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무시한 채 그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했던 것만을 들춰내면서 말이다.

그러다 터키언론을 통해 결정적 증거인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사우디 당국은, MBS의 관여를 완전히 부인할 수 없게 되자 MBS의 최측근인 아메드 알-아씨리 장군이 MBS의 뜻을 오해해 죽이기까지 한 것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MBS가 실질적 배후라고 믿고 있다. 사우디가 어떤 결론을 내든 MBS는 치명적인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 MBS-트럼프 집안에 대한 세계의 경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그간 뚜렷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MBS의 독재자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가 이른바 "궁정 쿠데타"로 왕세자가 됐다는 사실도 다시 거론된다. 즉 그가 중동의 최강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국제사회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우디 살만 국왕이 왕위 계승자의 교체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제사회의 경고는 미국으로도 향한다. 미국 대통령 집안의 사사로운 관계가 전세계의 외교에 어떤 왜곡을 줄 수 있는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퍼스트 사위 'MBS의 절친' 쿠슈너의 존재가, MBS의 전횡이 국제적으로 묵인되도록 작동해왔고, MBS의 독단적 외교를 뒷받침했고,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고, 그 때문에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면,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할 국제사회는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발적 관심은 그래서, 단지 왕세자 MBS에 대한 것만도 아닌, 결코 심상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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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0 (08:01)
    • 수정 2018.10.2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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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사우디 왕세자-트럼프 사위’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경고
■ 영화보다 잔인한 그 일이 그에게는 가능하다?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이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 나라의 언론인이 자국 공관에서 벌건 대낮에 살해를 당했다?" 실종된 카슈끄지에 대해 이처럼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그의 시신이 총영사관저에 묻혔다'는 등의 시나리오가 처음 제기됐을 때, 오히려 그건 너무 대담해 사실일 리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서구의 언론들은 의외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쉽게 믿는 것 같았다. '한 나라의 요원들이 자국의 언론인을 암살하기 위해 15명이 팀을 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와 백주대낮에 그것도 자국 공관에서 언론인을 암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쉽게 믿는 것 같았다. 왜? 사우디아라비아니까!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자비한 33살의 젊은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이라면 충분히 벌일 법한 일이니까!

아버지의 왕위 승계로 실질적으로 권력을 손에 쥔 지 3년 반, 왕세자로 공식 임명된 지 1년여 만에, MBS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중동의 가장 부유하고 힘있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Mohamad Bin Salman은, 그런 일쯤은 충분히 벌이고도 남을 위인으로 세계에 이미 각인돼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지 보름만인 지난 17일 터키정부가 일부러 흘린 듯한 녹취록은, MBS가, 짐작한 것보다 어쩌면 더 잔인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최소한 4명이 MBS의 개인 경호원으로 드러난 암살 요원들은 '손가락들을 절단하는 등의 고문을 하며 단 7분만에 카슈끄지를 살해한 뒤 음악을 들으며 시신을 토막낸 것'으로 녹취록에 돼있다.


■ 사우디의 새로운 권력자, 왕세자 MBS는 누구인가?

사우디아리바아 왕국의 개창자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1875-1953)는 45명이나 되는 자신의 아들들에게 형제 왕위 계승을 유언했다. 사우드 국왕의 25번째 아들로서 2015년 1월 23일 80세에야 이복형의 서거로 왕위를 물려받은 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이하 살만 국왕)는 그러나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이복동생 무끄린을 왕세자로 앉혔다가 석달만에 조카 무함마드 빈나예프로 교체한 뒤 2017년 결국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지명했다. MBS는 왕세자로 있던 자신의 사촌형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협박해 왕위 계승권을 양보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른바 궁정 쿠데타로 왕세자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형제 계승의 전통을 깨고 부자 계승으로 왕위에 오르게 될 첫 왕세자이자, 사우디 지도층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기도 하는, 사우디를 경제사회적으로 개혁해 진정한 국제사회 지도국가로 만들겠다는 야심에 가득찬 33살의 젊은 왕세자의 등장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3천3백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2012년 인구조사에서 25세 이하가 51%에 달한 정도로 젊은 세대 비율이 높다. 이슬람 율법에 갇혀있던 사우디에 서구의 개방적 문화를 도입하고, 여성 운전 허용 등 여성 권리를 신장하고, 석유의존적 경제 체제를 다각화해 젊은 층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MBS의 경제사회개혁 정책은 그들에게 큰 지지를 받아왔다.

문제는 그의 독재자적 면모다. 미숙한 외교, 가차없는 반대세력 처단, 게다가 인권 유린적 행보는, 지난 3년반 동안 그가 과연 중동의 최강국을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국제적 의구심을 낳아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모함마드 빈 살만’

■ 알자지라 "MBS의 8대 비행"

아랍권 전문 '알자지라방송'은 2015년 실권을 장악한 뒤 MBS가 벌인 끔찍한 비행 8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예멘 내전 개입 : 아버지 살만 국왕의 취임으로 국방장관이 된 MBS는 2015년 3월 군 참모들과 상의도 없이 예멘 공습 명령을 내렸다.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었던 공습은 무수한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이후 지금까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예멘 내전 개입은 내전을 해결하기는 커녕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8월 예멘 통합버스 폭파사건 등이 보여주듯 병원, 학교 걑은 민간인 시설에 대한 오인 공격이 빈번해 3년간 예멘의 민간인 사상자 수는 만명에 달했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해 결국 예멘의 난민들이 한국의 제주도로까지 몰려오는 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2. 레바논 총리 억류 : 2017년 11월 사우디를 방문했던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사우디 방송을 통해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한다. 그는 사우디에서 억류돼 암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레바논인들은 분노했다. 레바논의 대통령은 총리가 풀려 돌아온 뒤 그의 사임을 반려했다.

3. 리츠칼튼 호텔 감금 사건 : MBS가 이끄는 '반부패위원회'는 2017년 10월 왕자 11명과 전직 장관 등 관료, 기업인 등 수백명을 부패 혐의가 있다며 체포해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했다. 호텔 감금 사태는 거의 3개월 가량 이어졌는데, 반부패위원회는 돈을 내면 이들을 풀어주는 식으로 1000억 달러 가량을 추징했다. MBS가 자신의 왕위 계승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적들에게 겁을 주고 그들의 정치력을 제거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4. 카타르 봉쇄와 GCC 위기 초래 : 2017년 6월 사우디는 카타르에 대한 외교, 무역 봉쇄를 단행한다. 카타르의 강력한 부인에도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의 테러를 지원한다며 카타르에 대한 고립책을 시행한 것이다. 특히 카타르를 GCC(Gulf Cooperation Council)에서 배제한 조치는 주변국가들의 찬반 대립으로 이어져, 1981년 설립된 걸프만국가 외교협의체 GCC가 와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5. 여성운동가 투옥 : 올해 사우디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했는데, 운전 허용 조치 시행 몇 주전 오히려 지금까지 여성 권리 신장을 외친 운동가들을 체포해 현재까지 투옥중이다.

6. 캐나다와의 외교적 불화 : 캐나다가 사우디에 여성운동가 석방과 인권 개선 등을 요구하자, 사우디 주재 캐나다 대사를 추방하고 캐나다와의 무역을 동결시켰다.

7. 사우디에서의 교수형 증가 : 2017~2018년 사우디에서 교수형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만 200여명으로, 사우디 역사상 연간 최다 교수형 수를 기록했다.

8. 2018년 10월 언론인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자국 총영사관에서 암살됐다.

국제사회는 그가 왜 예멘을 공격하는지, 그가 왜 카타르를 봉쇄하는지, 그가 왜 캐나다와의 무역을 중단해버리는지, 그가 왜 레바논 총리를 억류하는지, 그가 왜 여성운동가들을 투옥하는지, 정치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수백명을 호텔에 감금하고 백주대낮에 언론인을 암살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는지, 그 이유조차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제러드 쿠슈너와 회견하는 MBS제러드 쿠슈너와 회견하는 MBS

■ 그가 'Mr. Everything'이 된 건 트럼프 집안의 후광?

그런데 이 MBS의 가장 큰 후원군이 바로 트럼프 집안이다. MBS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오랫동안 밀착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메신저로 소통할 정도로 친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것도 쿠슈너의 입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밀착된 관계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뒤 중동의 외교적 역학 관계 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원래도 미국의 아랍권 최대 우방은 사우디아라비아였지만, 과거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슈에 따라 이슬람권의 대변자 역할도 했다. 그런데, 사우디의 왕세자와 미국의 유대계 퍼스트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의 밀착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에서 팔레스타인이 아닌 이스라엘의 편에 서도록 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 - 사우디아라비아(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 이집트로 이어지는 중동의 새로운 동맹은,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공통된 적인 이란(이슬람 시아파 종주국)과 시리아의 부상을 제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미국이, 안보리 5개상임이사국과 독일, 이란이 합의한 이란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유지와 이란, 시리아를 시시때대로 공습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예멘 내전 등에 개입하면서, 중동의 정세는 오히려 더 예측불가하고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MBS의 전횡은 더욱 심화된다. MBS는 'Mr. Everything' 즉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CNN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가 트럼프 집안의 후광 덕분에 '뭐든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같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의 유보적 태도도 왕세자-사위의 부절적한 관계 때문?

CNN은, 제러드 쿠슈너가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천천히 대응하라"고 조언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주에는 쿠슈너와 MBS가 이 문제로 통화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총영사관에 들어갔다 실종된 뒤, 터키 언론들은 신속하게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 내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를 냈고, 서구 언론들도 터키 내 관리와 소식통들을 인용해 유사한 추측을 내놓고, 유럽 국가들은 터키의 수사에 비협조적인 사우디 당국을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을 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성급히 사우디를 비판하지 말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자"면서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터키를 방문하고, 터키 언론이 "사우디 왕실의 관여 속에 카슈끄지가 암살됐음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을 공개한 지 하루가 지나고서야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카슈끄지가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겨우 그의 죽음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최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조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어떤 일도 MBS 모르게 일어날 수 없다, 이런 일을 벌인 MBS를 절대 국제적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사우디를 비판하며 사우디에 대한 제재까지 거론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언론들은, MBS와 쿠슈너의 오랜 밀착이, 미국 외교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보기관들이 '미국 망명자였던 카슈끄지가 사우디로부터 받고 있는 살해 위협'을 미리 알고도 무시한 것은 아닌지 의회가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우디가 아무리 미국에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무역적으로 중요해도, 사우디가 아무리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 중 하나라 해도, 미국이 '백주 대낮에 자국의 언론인을 공관에서 암살하는 지도자'를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 왕세자의 위기는 어디까지?

사건 초기부터 사우디 왕실과 MBS의 개입 의혹을 제기해온 국제사회는 일제히 MBS에게서 등을 돌렸다. MBS가 사우디의 경제 개혁을 내세우고 전세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야심차게 계획한,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국제투자회의에 영국, 프랑스에 이어 미국까지, 주요국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IMF, 세계은행, 다국적 투자사 등의 대표들도 참여를 취소했고, 세계 주요 언론들은 취재를 보이콧했다.

MBS에게 더 큰 위기는,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그의 개혁을 지키기 위해 그를 믿고 지지해왔던 사우디의 국민들과, 중동 내부 지지자들이 느낄 배신감이다. 사우디 당국은 줄곧 '까슈끄지 암살론'을 부인하면서, 이 사건이 사우디의 외교적 정적인 카타르와 터키가 꾸민 음모라고 주장해왔다. 까슈끄지가 주장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무시한 채 그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했던 것만을 들춰내면서 말이다.

그러다 터키언론을 통해 결정적 증거인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사우디 당국은, MBS의 관여를 완전히 부인할 수 없게 되자 MBS의 최측근인 아메드 알-아씨리 장군이 MBS의 뜻을 오해해 죽이기까지 한 것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미 MBS가 실질적 배후라고 믿고 있다. 사우디가 어떤 결론을 내든 MBS는 치명적인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 MBS-트럼프 집안에 대한 세계의 경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그간 뚜렷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MBS의 독재자적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가 이른바 "궁정 쿠데타"로 왕세자가 됐다는 사실도 다시 거론된다. 즉 그가 중동의 최강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면 국제사회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우디 살만 국왕이 왕위 계승자의 교체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제사회의 경고는 미국으로도 향한다. 미국 대통령 집안의 사사로운 관계가 전세계의 외교에 어떤 왜곡을 줄 수 있는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퍼스트 사위 'MBS의 절친' 쿠슈너의 존재가, MBS의 전횡이 국제적으로 묵인되도록 작동해왔고, MBS의 독단적 외교를 뒷받침했고,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고, 그 때문에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면,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할 국제사회는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발적 관심은 그래서, 단지 왕세자 MBS에 대한 것만도 아닌, 결코 심상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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