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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유흥탐정의 수상한 ‘탐정수첩’
입력 2018.10.20 (11:13) 수정 2018.10.20 (15:30) 취재후
[취재후] 유흥탐정의 수상한 ‘탐정수첩’
"수상한 탐정 수첩"
어릴 적 읽었던 셜록홈즈 시리즈. 책 속에 있는 셜록홈즈는 몇 가지 물건과 함께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특유의 모자, 파이프 담배, 돋보기 등이 셜록홈즈의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핵심은 바로 수첩. 셜록홈즈는 수첩에 단서를 기록하고 사건을 풀어나가곤 했습니다. 수첩이 없다면, 탐정은 사건을 풀지 못하겠지요.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일명 '유흥탐정'도 수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셜록홈즈의 수첩과는 달랐습니다. 종이와 펜으로 적힌 것이 아닌 디지털 자료였고, 자신이 직접 취재해 기록한 단서도 아니었습니다. 유흥탐정은 이 수첩을 갖고 의뢰인의 궁금증을 해소해 줬습니다.

유흥탐정의 수첩, 정체가 뭘까요?

"그들만의 전화번호부, 골든벨"
유흥탐정의 수첩은 디지털 자료, '골든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서는 검색이 안 되는 앱입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승인번호까지 입력돼야 내려받기가 가능합니다.

은밀하고도 치밀한 앱입니다. 이 앱은 흔히 말하는 업소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전화번호부를 앱 하나에 모아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전화번호와 유흥 탐정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의문은 전직 업소 실장 A 씨가 해소해 줬습니다. A 씨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다양한 정보를 전화번호에 매칭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번호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손님의 방문 기록, 취향, 특징 등을 함께 저장해 단속을 피하고 손님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스팸 전화를 예로 설명해 줬습니다. "흔히 요새 스팸 전화가 오면 '00대출 전화 몇 번 신고' 이런 식으로 오듯이 전화가 오는 거에요. 어디 업소, 언제 방문, 진상 이런 식으로요." 이해가 참 쉬운 설명이었습니다.

유흥탐정의 추리는 단순했습니다. 전화번호부 앱에 번호만 입력하면, 그의 추리는 끝났습니다. 그는 이러한 간단한 작업으로 전화번호 조회 1건당 최대 5만 원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첩만 있다면 '나도 유흥탐정'"
유흥탐정은 잡혔지만, 또 다른 유흥탐정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찰은 "골든벨 이외에도 비슷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이 있어 수사 중이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2, 제3의 유흥탐정들도 검거 대상인 셈입니다.

경찰은 원조 유흥탐정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사생활일지라도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원조 유흥탐정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를 사칭해서 우후죽순으로 유흥탐정 생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지금 그걸로 돈을 버시겠다는 생각은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매매 산업 규모...최대 37조"
유흥탐정은 정보 이용에 관련해 붙잡혔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성매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매매에 따라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고, "내 배우자가 성매매했나"에 대한 호기심이 유흥탐정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매매 산업규모는 최대 37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모 대기업 전자회사의 상반기 매출이 30조 원 임을 고려할 때 어머어마한 금액입니다.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 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성 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일반 남성 1,0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실시). 1인당 평균 성 구매 횟수는 8.46회였습니다.

우리나라 성매매 산업의 규모를 짐작게 하는 숫자이자 유흥탐정의 탄생배경을 설명해주는 수치입니다.


유흥탐정이 남긴 숙제들
유흥탐정 사건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먼저 유흥탐정이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 속 숫자 '1,800만'입니다. 전화번호가 이만큼 나왔다는 건데,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임을 생각할 때, 또 그중 성인만 추린다고 생각할 때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유흥탐정을 실제로 사용했다는 B 씨는 "뉴스에서 1,800만 개 번호가 나왔다길래, 그중에 내 남자친구가 없길 바라면서 조회했다"고 취재진에게 사용 동기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사람 전부가 성매매를 한 사람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출입이 수십 번 조회되는 번호도 있다"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 매수의 경우 돈을 지급한 사람은 물론, 돈을 받은 상대방도 확실하게 증명돼야 처벌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기록 조회를 의뢰한 의뢰자들입니다. 이들도 위법행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순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불법 데이터를 의뢰한 사람들도 불법 조회를 교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와야 성 매수자나 정보이용자에 대한 수사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유흥탐정' 운영자였던 피의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성매매하신 분들의 정보가 나온 거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타인의 정보를 제가 그렇게 조회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다는 거에 대해선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 [취재후] 유흥탐정의 수상한 ‘탐정수첩’
    • 입력 2018.10.20 (11:13)
    • 수정 2018.10.20 (15:30)
    취재후
[취재후] 유흥탐정의 수상한 ‘탐정수첩’
"수상한 탐정 수첩"
어릴 적 읽었던 셜록홈즈 시리즈. 책 속에 있는 셜록홈즈는 몇 가지 물건과 함께 잔상으로 남아있습니다. 특유의 모자, 파이프 담배, 돋보기 등이 셜록홈즈의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핵심은 바로 수첩. 셜록홈즈는 수첩에 단서를 기록하고 사건을 풀어나가곤 했습니다. 수첩이 없다면, 탐정은 사건을 풀지 못하겠지요.

이번에 경찰에 붙잡힌 일명 '유흥탐정'도 수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셜록홈즈의 수첩과는 달랐습니다. 종이와 펜으로 적힌 것이 아닌 디지털 자료였고, 자신이 직접 취재해 기록한 단서도 아니었습니다. 유흥탐정은 이 수첩을 갖고 의뢰인의 궁금증을 해소해 줬습니다.

유흥탐정의 수첩, 정체가 뭘까요?

"그들만의 전화번호부, 골든벨"
유흥탐정의 수첩은 디지털 자료, '골든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서는 검색이 안 되는 앱입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승인번호까지 입력돼야 내려받기가 가능합니다.

은밀하고도 치밀한 앱입니다. 이 앱은 흔히 말하는 업소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들의 전화번호부를 앱 하나에 모아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전화번호와 유흥 탐정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의문은 전직 업소 실장 A 씨가 해소해 줬습니다. A 씨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다양한 정보를 전화번호에 매칭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전화번호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손님의 방문 기록, 취향, 특징 등을 함께 저장해 단속을 피하고 손님을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게 스팸 전화를 예로 설명해 줬습니다. "흔히 요새 스팸 전화가 오면 '00대출 전화 몇 번 신고' 이런 식으로 오듯이 전화가 오는 거에요. 어디 업소, 언제 방문, 진상 이런 식으로요." 이해가 참 쉬운 설명이었습니다.

유흥탐정의 추리는 단순했습니다. 전화번호부 앱에 번호만 입력하면, 그의 추리는 끝났습니다. 그는 이러한 간단한 작업으로 전화번호 조회 1건당 최대 5만 원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첩만 있다면 '나도 유흥탐정'"
유흥탐정은 잡혔지만, 또 다른 유흥탐정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가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찰은 "골든벨 이외에도 비슷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이 있어 수사 중이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2, 제3의 유흥탐정들도 검거 대상인 셈입니다.

경찰은 원조 유흥탐정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은밀한 사생활일지라도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원조 유흥탐정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를 사칭해서 우후죽순으로 유흥탐정 생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굳이 지금 그걸로 돈을 버시겠다는 생각은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매매 산업 규모...최대 37조"
유흥탐정은 정보 이용에 관련해 붙잡혔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성매매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매매에 따라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고, "내 배우자가 성매매했나"에 대한 호기심이 유흥탐정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매매 산업규모는 최대 37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모 대기업 전자회사의 상반기 매출이 30조 원 임을 고려할 때 어머어마한 금액입니다.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 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성 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일반 남성 1,0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실시). 1인당 평균 성 구매 횟수는 8.46회였습니다.

우리나라 성매매 산업의 규모를 짐작게 하는 숫자이자 유흥탐정의 탄생배경을 설명해주는 수치입니다.


유흥탐정이 남긴 숙제들
유흥탐정 사건은 얼핏 보면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먼저 유흥탐정이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 속 숫자 '1,800만'입니다. 전화번호가 이만큼 나왔다는 건데,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임을 생각할 때, 또 그중 성인만 추린다고 생각할 때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

유흥탐정을 실제로 사용했다는 B 씨는 "뉴스에서 1,800만 개 번호가 나왔다길래, 그중에 내 남자친구가 없길 바라면서 조회했다"고 취재진에게 사용 동기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사람 전부가 성매매를 한 사람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출입이 수십 번 조회되는 번호도 있다"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성 매수의 경우 돈을 지급한 사람은 물론, 돈을 받은 상대방도 확실하게 증명돼야 처벌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기록 조회를 의뢰한 의뢰자들입니다. 이들도 위법행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순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불법 데이터를 의뢰한 사람들도 불법 조회를 교사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와야 성 매수자나 정보이용자에 대한 수사 방침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유흥탐정' 운영자였던 피의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론, 성매매하신 분들의 정보가 나온 거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타인의 정보를 제가 그렇게 조회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다는 거에 대해선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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