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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태광 이호진 전 회장’ 7년 7개월 ‘자유의 몸’…수감기간 63일
입력 2018.10.21 (07:01) 수정 2018.10.21 (10:11) 취재후
[취재후] ‘태광 이호진 전 회장’ 7년 7개월 ‘자유의 몸’…수감기간 63일
"3년6개월 선고, 구치소엔 달랑 63일"

10월 초 팀 회의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화제가 됐다. 2012년 6월 항소심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나 아직도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보석 상태에 있는 재벌.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1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1심과 2심에서는 징역 4년 6개월 실형,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 3년 6개월이 나왔는데, 아직도 사건은 대법원에 머물러있었다. 이 전 회장이 고용한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다. 전직 대법관만 두 명이 포함되는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했다.

재판이 진행된 8년 가까운 기간 이 전 회장이 구치소에 갇혀 있었던 시간은 고작 ‘63일’

간암 수술 이력이 있는 이 전 회장이 아픈 건 맞지만 자유롭게 외부를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취재를 결정했다.

방향은 두 갈래.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 외에 다른 곳을 가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보석이 길어지도록 법원이 방치하고 있는가였다.

이호진 전 회장은 어디 있을까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후배 기자와 함께 이 전 회장의 집 앞으로 출근했다. 하루 일정은 차 안에서 촬영기자와 함께 빌라 대문만 바라보는 일이었다. 대문을 통해 차량이 나오면 초긴장 상태가 됐다. 차량이 눈 앞을 지나가는 건 일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깜빡 졸고 깨길 반복하는데 그의 차량은 몇 차례 차고지에서 나왔다. 시내 여러 곳을 들리긴했지만 이 전 회장은 탑승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도 그의 집엔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짙은 필름을 씌운 탓인지 밤이 돼도 불빛 한 점이 새어나오질 않았다. 안엔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다음날 차량이 나오면 운전기사를 따라붙기로 했다. 8시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그의 차량이 나왔다. 운전기사가 차량에서 나오자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호진 전 회장 운전기사
[질문] 지금 병보석으로 아프시잖아요. 혹시 어디 계세요?
[답변] ...
[질문] 자택에 계세요?
[답변] 근데 왜 그걸 물어보시는 거죠?


그는 첫 질문을 상당히 당황해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자택에 있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확인을 요청했지만, 그는 계속 거절했다. 그날 밤에도 이 전 회장의 집에선 불빛 하나 새어나오질 않았다.

구속집행정지·보석으로 7년 7개월 동안 수감 피해


이 전 회장은 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으로 풀려나 무려 7년 7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피했다. 일반 재소자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교정시설에서 병으로 숨진 사람만 181명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이 병보석 허가를 받은 건 6년 전, 주거지를 자택과 아산병원으로 제한하는 조건이었다. 한 변호사는 "많은 수감자들은 생명이 위험하거나 혼자서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면 형집행정지도 받기 힘들다. 재판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가 있지만, 일반인의 법감정으로는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5월 이 전 회장의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전 회장은 모친인 이선애 여사가 숙환으로 별세했을 당시 간암 3기 상태라서 병원을 벗어날 수 없다며, 실제 모친상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익명의 제보자는 모친상 빈소에서의 이 전 회장이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사진을 공개했다.

제13조 (보석허가결정 후의 조치) "필요할 때 할 수 있다"


① 법원은 주거를 병원으로 제한하여 보석을 허가한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병원에 피고인에 대한 진료경과, 현재의 건강상태, 예후 등을 조회할 수 있다.

현재까진 법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피의자의 건강 상태나 주거 상황을 확인하는 규정은 없다. 보석결정 후 조치는 '해야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가 의무적으로 건강상태와 주거 상황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016년엔 이 전 회장의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이 나와 대법원은 진상조사까지 벌였지만 이 결과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S는 국회를 통해 그 결과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보석 조건 위반 조사 내용이 "재판기록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최근 3년간 장기 병보석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병보석 관련 자료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상 병보석 피의자는 어떠한 관리를 받지 않는 자유인의 몸이나 다름없었다.

18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도 그의 보석은 논란이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벌이 아직도 우리 사법부 농락하고 구속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이 내놓은 답변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

대법원은 KBS의 취재가 시작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 17일 재판 당사자들에게 오는 25일 선고 공판을 연다고 통지했다. 1심 재판이 열린 지 7년 9개월 만이다.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연관기사][뉴스9] 태광 이호진 前 회장, 3년 반 실형 받고 ‘7년째 보석’…단 63일 수감
  • [취재후] ‘태광 이호진 전 회장’ 7년 7개월 ‘자유의 몸’…수감기간 63일
    • 입력 2018.10.21 (07:01)
    • 수정 2018.10.21 (10:11)
    취재후
[취재후] ‘태광 이호진 전 회장’ 7년 7개월 ‘자유의 몸’…수감기간 63일
"3년6개월 선고, 구치소엔 달랑 63일"

10월 초 팀 회의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화제가 됐다. 2012년 6월 항소심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나 아직도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보석 상태에 있는 재벌.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14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1심과 2심에서는 징역 4년 6개월 실형,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 3년 6개월이 나왔는데, 아직도 사건은 대법원에 머물러있었다. 이 전 회장이 고용한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다. 전직 대법관만 두 명이 포함되는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했다.

재판이 진행된 8년 가까운 기간 이 전 회장이 구치소에 갇혀 있었던 시간은 고작 ‘63일’

간암 수술 이력이 있는 이 전 회장이 아픈 건 맞지만 자유롭게 외부를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취재를 결정했다.

방향은 두 갈래. 이 전 회장이 집과 병원 외에 다른 곳을 가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보석이 길어지도록 법원이 방치하고 있는가였다.

이호진 전 회장은 어디 있을까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동안 후배 기자와 함께 이 전 회장의 집 앞으로 출근했다. 하루 일정은 차 안에서 촬영기자와 함께 빌라 대문만 바라보는 일이었다. 대문을 통해 차량이 나오면 초긴장 상태가 됐다. 차량이 눈 앞을 지나가는 건 일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깜빡 졸고 깨길 반복하는데 그의 차량은 몇 차례 차고지에서 나왔다. 시내 여러 곳을 들리긴했지만 이 전 회장은 탑승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도 그의 집엔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짙은 필름을 씌운 탓인지 밤이 돼도 불빛 한 점이 새어나오질 않았다. 안엔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다음날 차량이 나오면 운전기사를 따라붙기로 했다. 8시간의 기다림 끝에 다시 그의 차량이 나왔다. 운전기사가 차량에서 나오자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호진 전 회장 운전기사
[질문] 지금 병보석으로 아프시잖아요. 혹시 어디 계세요?
[답변] ...
[질문] 자택에 계세요?
[답변] 근데 왜 그걸 물어보시는 거죠?


그는 첫 질문을 상당히 당황해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자택에 있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확인을 요청했지만, 그는 계속 거절했다. 그날 밤에도 이 전 회장의 집에선 불빛 하나 새어나오질 않았다.

구속집행정지·보석으로 7년 7개월 동안 수감 피해


이 전 회장은 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으로 풀려나 무려 7년 7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피했다. 일반 재소자들에겐 꿈같은 일이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교정시설에서 병으로 숨진 사람만 181명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이 병보석 허가를 받은 건 6년 전, 주거지를 자택과 아산병원으로 제한하는 조건이었다. 한 변호사는 "많은 수감자들은 생명이 위험하거나 혼자서 거동이 불편하지 않으면 형집행정지도 받기 힘들다. 재판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가 있지만, 일반인의 법감정으로는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5월 이 전 회장의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전 회장은 모친인 이선애 여사가 숙환으로 별세했을 당시 간암 3기 상태라서 병원을 벗어날 수 없다며, 실제 모친상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익명의 제보자는 모친상 빈소에서의 이 전 회장이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사진을 공개했다.

제13조 (보석허가결정 후의 조치) "필요할 때 할 수 있다"


① 법원은 주거를 병원으로 제한하여 보석을 허가한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병원에 피고인에 대한 진료경과, 현재의 건강상태, 예후 등을 조회할 수 있다.

현재까진 법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피의자의 건강 상태나 주거 상황을 확인하는 규정은 없다. 보석결정 후 조치는 '해야 한다'가 아니고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가 의무적으로 건강상태와 주거 상황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2016년엔 이 전 회장의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이 나와 대법원은 진상조사까지 벌였지만 이 결과마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S는 국회를 통해 그 결과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보석 조건 위반 조사 내용이 "재판기록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최근 3년간 장기 병보석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병보석 관련 자료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상 병보석 피의자는 어떠한 관리를 받지 않는 자유인의 몸이나 다름없었다.

18일 열린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도 그의 보석은 논란이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재벌이 아직도 우리 사법부 농락하고 구속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이 내놓은 답변은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

대법원은 KBS의 취재가 시작된 지 일주일만인 지난 17일 재판 당사자들에게 오는 25일 선고 공판을 연다고 통지했다. 1심 재판이 열린 지 7년 9개월 만이다.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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