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무너진 ‘고려인 가족’의 꿈…“불이야” 알아듣지 못한 듯

입력 2018.10.21 (21:19) 수정 2018.10.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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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0일) 경남 김해의 한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4살짜리 아이와 14살 누나가 숨지고 10대 2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인 이들은 고려인 후손이었는데, 한국에 일하러 온 부모를 따라왔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번에도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었습니다.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 4층 원룸 건물이 불길에 뒤덮입니다.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차량 7대가 불에 탔습니다.

[박미자/최초 목격자 : "트럭과 승용차 사이에서 (불을 봤어요.) 몇 분 걸리지 않았는데 벌써 그때는 불이 천장 다 타고 파도처럼…."]

사상자 가운데 4명은 한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4살 막내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화상이 심한 14살 누나는 병원 치료 도중 숨졌습니다.

3남매 중 나머지 12살 남자아이와 12살 사촌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4세입니다.

부모와 이종사촌인 어른 3명이 취업비자로 입국해 생활비를 아끼려고 한 집에서 어른 3명, 아이 4명이 함께 살았습니다.

어른들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이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 : "(부모님들이) 잠깐 시장 보러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한국말로 '불이야'라는 소리를 무슨 뜻인지 모르고..."]

불이 난 원룸은 외벽과 1층 천장이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돼 있었고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도 없었습니다.

[임동훈/경남 김해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 : "외장재가 전면 한 곳만 대리석이고 나머지 삼 면이 불에 아주 취약한 드라이비트입니다. 플라스틱 천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화재에 취약해서..."]

화재에 허술한 건물에서 난 불이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가족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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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마에 무너진 ‘고려인 가족’의 꿈…“불이야” 알아듣지 못한 듯
    • 입력 2018-10-21 21:20:23
    • 수정2018-10-22 08: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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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0일) 경남 김해의 한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4살짜리 아이와 14살 누나가 숨지고 10대 2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인 이들은 고려인 후손이었는데, 한국에 일하러 온 부모를 따라왔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번에도 화재에 취약한 건물이었습니다.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 4층 원룸 건물이 불길에 뒤덮입니다.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차량 7대가 불에 탔습니다. [박미자/최초 목격자 : "트럭과 승용차 사이에서 (불을 봤어요.) 몇 분 걸리지 않았는데 벌써 그때는 불이 천장 다 타고 파도처럼…."] 사상자 가운데 4명은 한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4살 막내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고 화상이 심한 14살 누나는 병원 치료 도중 숨졌습니다. 3남매 중 나머지 12살 남자아이와 12살 사촌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4세입니다. 부모와 이종사촌인 어른 3명이 취업비자로 입국해 생활비를 아끼려고 한 집에서 어른 3명, 아이 4명이 함께 살았습니다. 어른들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한국말이 서툰 아이들이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 : "(부모님들이) 잠깐 시장 보러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걸로 알고 있고 한국말로 '불이야'라는 소리를 무슨 뜻인지 모르고..."] 불이 난 원룸은 외벽과 1층 천장이 화재에 취약한 자재로 돼 있었고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도 없었습니다. [임동훈/경남 김해동부소방서 현장대응단 : "외장재가 전면 한 곳만 대리석이고 나머지 삼 면이 불에 아주 취약한 드라이비트입니다. 플라스틱 천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화재에 취약해서..."] 화재에 허술한 건물에서 난 불이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가족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갔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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