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PC방 피의자는 조선족?”…신상공개에도 조직적 음모론 난무

입력 2018.10.22 (15:39) 수정 2018.10.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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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피살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와 각종 SNS에는 "피의자가 조선족이다."라는 내용이 급격히 퍼졌다.

사건 발생 직후 등장한 관련 의혹 글을 여러 사람이 퍼나르면서 내용에 다른 주장과 근거가 첨가됐고 이는 기정사실화하는 글로 진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선족들 다 추방해야 한다."거나 "피의자 일가족 신상까지 다 공개해야 한다."는 등의 관련 청원까지 등장했다.

경찰이 오늘(22일) 오전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을 공개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서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게시물에는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 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조선족 피의자의 신분을 조직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강서구 피시방 피살사건의 피의자가 조선족이라고 주장하면서 뿌리 깊은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예멘 난민 신청자나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전체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도 보인다.

"피시방 살인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경찰 "피의자와 가족 모두 한국인, 왜 그런 소문이..."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늘 "서울지방경찰청의 신상공개 심의위원회 결과,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됐다.

오전 11시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성수는 피해자 가족에게 "제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라탔다. 김성수는 정신감정을 위해 공주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성수가 조선족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의자 부모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들이다. 조선족과 연관된 지점도 전혀 없다."라면서 "이런 소문이 왜 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발표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들이 "피의자가 조선족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자주 언급된 대표적인 내용만 정리했다.


"피의자는 조선족" 주장의 근거 살펴보니...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 내용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번 피의자가 조선족일 것이라는 억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력·흉악범죄 = 조선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저간에 깔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범죄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3만 4천 명의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중국인 범죄자는 1만 9천 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보니 범죄자 수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중국인 범죄가 가장 많다."는 막연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피해자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강력사건이 조선족 연루 범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로 기사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잔혹한 한국인 범죄도 많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흉기를 이용한 잔혹한 범죄가 조선족 특유의 수법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선족이 저지른 흉악범죄도 있지만, 한국인이 저지른 범죄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인의 강력범죄자 수가 352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인 강력범죄자 수는 2만8천여 명으로 80배 차이가 났다.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인구 10만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2016년 기준)로 보면, 중국인이 2천220명으로 한국인 3천495명의 63.5%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적은 러시아로, 중국의 두배가 넘는 4천837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가운데 중간 정도였다.

2번 사건이 알려진 초기, 일부 언론에서 피의자 형제를 A 씨, B 씨로 표기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건·사고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하는 과정에서 미처 신상정보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됐다고 해도 관련자들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영문 머리글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이는 사건·사고 보도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건 과도한 억측이다. 사건 보도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피의자 `김 모 씨', 피해자 `신 모 씨'로 표기했다. 언론사가 조선족 신분을 감추고 싶었거나 정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면 대다수 언론이 영문 머리글자로 통일해 기사를 썼을 것이다.

3번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언론이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 주변인의 신상을 밝히는 경우는 없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언론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빙자해 관련자들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건 불법이 될 수 있다. 자칫 2차·3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신상 공개를 아주 엄격하게 통제한다.

4번 사실이 아니다. 당시 폭행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건 게임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던 남성 3명이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사건 현장을 목격한 직후 피시방으로 다시 들어와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파악한 주요 목격자 중에는 군인이 없다. 경찰은 또 최초 시비가 있었을 땐 피의자 형제와 피해자 등 3명뿐이었다고 밝혔다. 현장 CCTV를 본 KBS 사건팀 기자는 피의자가 군복 바지를 입은 걸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5번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게임 아이디를 누가 어떻게 알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설령 아이디가 중국어라고 해도 그게 조선족의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6번 별다른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경찰은 피의자는 물론 피의자의 부모도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런 경찰의 설명이 거짓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선족 여부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과도한 음모론이다.

사건현장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조화와 추모글.사건현장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조화와 추모글.

"피시방 살해 피의자는 조선족" → 전혀 사실 아님.

사건 직후부터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피시방 살해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이 퍼졌지만, 경찰이 오늘 피의자 김성수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경찰이 밝힌 사건 상황 브리핑 내용과 출입기자가 확인한 CCTV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위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의심할만한 단서는 없다.

피의자 김성수 씨가 조선족이거나, 부모가 조선족인데 귀화한 한국인이라거나, 조선족이라는 주장 모두 소문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료조사: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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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15:39:46
    • 수정2018-10-22 16:54:49
    팩트체크K
서울 강서구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피살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와 각종 SNS에는 "피의자가 조선족이다."라는 내용이 급격히 퍼졌다.

사건 발생 직후 등장한 관련 의혹 글을 여러 사람이 퍼나르면서 내용에 다른 주장과 근거가 첨가됐고 이는 기정사실화하는 글로 진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선족들 다 추방해야 한다."거나 "피의자 일가족 신상까지 다 공개해야 한다."는 등의 관련 청원까지 등장했다.

경찰이 오늘(22일) 오전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을 공개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면서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상당수의 게시물에는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 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조선족 피의자의 신분을 조직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강서구 피시방 피살사건의 피의자가 조선족이라고 주장하면서 뿌리 깊은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예멘 난민 신청자나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전체와 연결지으려는 시도도 보인다.

"피시방 살인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경찰 "피의자와 가족 모두 한국인, 왜 그런 소문이..."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늘 "서울지방경찰청의 신상공개 심의위원회 결과, 피의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증거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됐다.

오전 11시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성수는 피해자 가족에게 "제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라탔다. 김성수는 정신감정을 위해 공주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성수가 조선족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의자 부모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들이다. 조선족과 연관된 지점도 전혀 없다."라면서 "이런 소문이 왜 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발표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이들이 "피의자가 조선족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자주 언급된 대표적인 내용만 정리했다.


"피의자는 조선족" 주장의 근거 살펴보니...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 내용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번 피의자가 조선족일 것이라는 억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력·흉악범죄 = 조선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저간에 깔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범죄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3만 4천 명의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중국인 범죄자는 1만 9천 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보니 범죄자 수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중국인 범죄가 가장 많다."는 막연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피해자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강력사건이 조선족 연루 범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검색어로 기사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잔혹한 한국인 범죄도 많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흉기를 이용한 잔혹한 범죄가 조선족 특유의 수법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조선족이 저지른 흉악범죄도 있지만, 한국인이 저지른 범죄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인의 강력범죄자 수가 352명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인 강력범죄자 수는 2만8천여 명으로 80배 차이가 났다.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인구 10만명당 범죄자 검거 건수(2016년 기준)로 보면, 중국인이 2천220명으로 한국인 3천495명의 63.5%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으로 봤을 때 범죄율이 가장 높은 국적은 러시아로, 중국의 두배가 넘는 4천837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경찰청이 분류한 16개국 가운데 중간 정도였다.

2번 사건이 알려진 초기, 일부 언론에서 피의자 형제를 A 씨, B 씨로 표기해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건·사고 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하는 과정에서 미처 신상정보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됐다고 해도 관련자들의 신상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영문 머리글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이는 사건·사고 보도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특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건 과도한 억측이다. 사건 보도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피의자 `김 모 씨', 피해자 `신 모 씨'로 표기했다. 언론사가 조선족 신분을 감추고 싶었거나 정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면 대다수 언론이 영문 머리글자로 통일해 기사를 썼을 것이다.

3번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언론이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 주변인의 신상을 밝히는 경우는 없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언론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빙자해 관련자들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건 불법이 될 수 있다. 자칫 2차·3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신상 공개를 아주 엄격하게 통제한다.

4번 사실이 아니다. 당시 폭행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건 게임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던 남성 3명이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사건 현장을 목격한 직후 피시방으로 다시 들어와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파악한 주요 목격자 중에는 군인이 없다. 경찰은 또 최초 시비가 있었을 땐 피의자 형제와 피해자 등 3명뿐이었다고 밝혔다. 현장 CCTV를 본 KBS 사건팀 기자는 피의자가 군복 바지를 입은 걸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5번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게임 아이디를 누가 어떻게 알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설령 아이디가 중국어라고 해도 그게 조선족의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6번 별다른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경찰은 피의자는 물론 피의자의 부모도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런 경찰의 설명이 거짓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조선족 여부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과도한 음모론이다.

사건현장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조화와 추모글.
"피시방 살해 피의자는 조선족" → 전혀 사실 아님.

사건 직후부터 인터넷 카페와 SNS를 통해 "피시방 살해 피의자는 조선족"이라는 주장이 퍼졌지만, 경찰이 오늘 피의자 김성수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상당 부분 의혹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경찰이 밝힌 사건 상황 브리핑 내용과 출입기자가 확인한 CCTV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위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의심할만한 단서는 없다.

피의자 김성수 씨가 조선족이거나, 부모가 조선족인데 귀화한 한국인이라거나, 조선족이라는 주장 모두 소문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자료조사: 팩트체크 인턴기자 안명진 passion96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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