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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초당 천원”…LH공사 직원, 아버지뻘 현장소장에 ‘카톡 갑질’
입력 2018.10.22 (17:24) 수정 2018.10.22 (17:28) 취재K
“늦으면 초당 천원”…LH공사 직원, 아버지뻘 현장소장에 ‘카톡 갑질’

"3시 30분까지 000로 집합, 그때까지 안 오시면 현장퇴출자 1호로 선정"
"4시 30분까지 집합, 늦으면 초당 천 원" "집합 라잇나우"

군대를 방불케하는 집합 명령. LH공사 기계직 3급(차장급) 직원 A씨가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입니다. 우수기능인으로 선정된 직원에게는 "상금 50만냥, 20만 원어치만 쏘세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75년생, 메시지를 받은 3명은 각각 50년, 59년, 71년생입니다. 50년 생이면 올해로 68살이니, 40대 초반의 A씨에게는 아버지 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 공사현장에서 LH는 '갑중의 갑'…카톡으로 '집합'

A씨는 2017년 1월 31일부터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기계공사 감독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공사 발주처는 A씨가 소속된 LH 공사, 시공사는 B 건설사였습니다. A씨로부터 카카오톡을 받은 현장소장들은 B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 3곳의 직원들이고요. 공사를 수급한 시공사도 아니고, 시공사의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LH 직원인 A씨는 그야말로 '갑중의 갑'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A씨는 카톡에서 "계약특수조건을 보라"며 지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갑질'은 단지 말투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수시로 회식 비용을 떠넘겼는데요. 2017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6번의 회식 중 5번은 업체 3곳이 번갈아 가며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비용은 총 50여만 원 가량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회식 장소를 주로 본인의 자택 인근으로 정했는데요. 공사 현장인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경남 김해시였습니다.

■ 감사 적발 뒤 "편안한 분위기 조성 위해 농담한 것" 해명

LH 공사의 '취업규칙' 7조에는 "직원은 직접·간접을 불문하고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公社와 이해가 수반되는 제반계약을 체결하는 사람 등으로부터 향응 등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본인이 근무하는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일종의 향응을 수수한 A씨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취업규칙을 위반한 겁니다.

실제로 A씨의 이같은 갑질은 LH공사의 내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A씨는 "현장에서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보니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장난스럽게 농담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LH는 "감독원으로서 연장자인 현장직원들과의 언행에 더욱 주의하였어야 하며, 우수기능인으로 선정된 현장소장에게 식사를 요구한 후 실제 모임을 추진하려 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감봉 1월 솜방망이 징계…징계 뒤 같은 현장으로 복귀

감사 뒤에는 '향응수수 금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감봉 2월'의 징계를 LH 부산울산지역본부장에게 요구했지만, 중앙인사위원회를 거친 결과 최종 징계는 '감봉 1월'로 감경됐습니다. 더군다나 A씨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람들과 근무하고 있습니다. '갑질의 현장'에 '갑'으로 복귀해 '을'들을 다시 만난 셈이지요.

그래서일까요. KBS가 A씨로부터 갑질을 당한 현장소장들과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당사자들은 취재를 피하거나 오히려 A씨를 옹호했습니다. "갑질로 느낀 적 없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불공정 행위 익명제보, 74%가 '하도급 갑질'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 2개의 법률 위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익명제보센터'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접수 건수를 확인해보니 2015년 312건, 2016년 316건, 2017년 766년, 그리고 올해 7월까지 718건으로, 지난해부터 특히 신고건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보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하도급 관련 제보 건수가 1,563건으로 74%를 차지했는데요. 신고된 불공정거래행위 10건 중 7건이 하도급 업종에 대한 '갑질'이라는 얘기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LH공사 직원의 갑질에 대해 "40대의 관리자가 70대에 가까운 현장 직원을 향해 보였던 행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철저한 단속과 이에 상응한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쉽게 고쳐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는데요. 어찌보면 LH공사 직원 개인에 국한된 사소한 일탈행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유독 갑질 문화가 깊숙이 배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건설현장의 실태를 드러내는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 “늦으면 초당 천원”…LH공사 직원, 아버지뻘 현장소장에 ‘카톡 갑질’
    • 입력 2018.10.22 (17:24)
    • 수정 2018.10.22 (17:28)
    취재K
“늦으면 초당 천원”…LH공사 직원, 아버지뻘 현장소장에 ‘카톡 갑질’

"3시 30분까지 000로 집합, 그때까지 안 오시면 현장퇴출자 1호로 선정"
"4시 30분까지 집합, 늦으면 초당 천 원" "집합 라잇나우"

군대를 방불케하는 집합 명령. LH공사 기계직 3급(차장급) 직원 A씨가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입니다. 우수기능인으로 선정된 직원에게는 "상금 50만냥, 20만 원어치만 쏘세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75년생, 메시지를 받은 3명은 각각 50년, 59년, 71년생입니다. 50년 생이면 올해로 68살이니, 40대 초반의 A씨에게는 아버지 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 공사현장에서 LH는 '갑중의 갑'…카톡으로 '집합'

A씨는 2017년 1월 31일부터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기계공사 감독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공사 발주처는 A씨가 소속된 LH 공사, 시공사는 B 건설사였습니다. A씨로부터 카카오톡을 받은 현장소장들은 B 건설사의 하도급 업체 3곳의 직원들이고요. 공사를 수급한 시공사도 아니고, 시공사의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LH 직원인 A씨는 그야말로 '갑중의 갑'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A씨는 카톡에서 "계약특수조건을 보라"며 지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갑질'은 단지 말투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수시로 회식 비용을 떠넘겼는데요. 2017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6번의 회식 중 5번은 업체 3곳이 번갈아 가며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비용은 총 50여만 원 가량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회식 장소를 주로 본인의 자택 인근으로 정했는데요. 공사 현장인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경남 김해시였습니다.

■ 감사 적발 뒤 "편안한 분위기 조성 위해 농담한 것" 해명

LH 공사의 '취업규칙' 7조에는 "직원은 직접·간접을 불문하고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公社와 이해가 수반되는 제반계약을 체결하는 사람 등으로부터 향응 등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본인이 근무하는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직원들에게 일종의 향응을 수수한 A씨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취업규칙을 위반한 겁니다.

실제로 A씨의 이같은 갑질은 LH공사의 내부 감사에 적발됐습니다. A씨는 "현장에서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보니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장난스럽게 농담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이에 대해 LH는 "감독원으로서 연장자인 현장직원들과의 언행에 더욱 주의하였어야 하며, 우수기능인으로 선정된 현장소장에게 식사를 요구한 후 실제 모임을 추진하려 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감봉 1월 솜방망이 징계…징계 뒤 같은 현장으로 복귀

감사 뒤에는 '향응수수 금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감봉 2월'의 징계를 LH 부산울산지역본부장에게 요구했지만, 중앙인사위원회를 거친 결과 최종 징계는 '감봉 1월'로 감경됐습니다. 더군다나 A씨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람들과 근무하고 있습니다. '갑질의 현장'에 '갑'으로 복귀해 '을'들을 다시 만난 셈이지요.

그래서일까요. KBS가 A씨로부터 갑질을 당한 현장소장들과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당사자들은 취재를 피하거나 오히려 A씨를 옹호했습니다. "갑질로 느낀 적 없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불공정 행위 익명제보, 74%가 '하도급 갑질'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등 2개의 법률 위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익명제보센터'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접수 건수를 확인해보니 2015년 312건, 2016년 316건, 2017년 766년, 그리고 올해 7월까지 718건으로, 지난해부터 특히 신고건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보 내용을 유형별로 분류해보면 하도급 관련 제보 건수가 1,563건으로 74%를 차지했는데요. 신고된 불공정거래행위 10건 중 7건이 하도급 업종에 대한 '갑질'이라는 얘기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LH공사 직원의 갑질에 대해 "40대의 관리자가 70대에 가까운 현장 직원을 향해 보였던 행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철저한 단속과 이에 상응한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쉽게 고쳐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는데요. 어찌보면 LH공사 직원 개인에 국한된 사소한 일탈행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유독 갑질 문화가 깊숙이 배어 있는 곳으로 알려진 건설현장의 실태를 드러내는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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