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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만 오르면 회담장”…‘한층’ 가까워진 남북
입력 2018.10.22 (18:48) 수정 2018.10.22 (18:49) 취재K
“한 층만 오르면 회담장”…‘한층’ 가까워진 남북
▲남북고위급회담 참석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리선권 (지난 15일)


"이제는 점심 먹고 회담"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판문점에서 남북 회담이 열릴 때는 통상 남측 평화의집과 북측 통일각을 번갈아 이용합니다. 둘 중 한쪽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합니다. 회담 중간에 점심을 먹게 되면 또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와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그래서인지 대표단이 점심을 거르며 회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2일 남북 대표단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남북 대표단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오늘(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열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 공동방제, 북한 양묘장 현대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최초의 당국회담이기도 합니다. 오전에 전체회의 한 차례, 대표접촉 두 차례를 진행한 뒤, 양측은 점심을 먹고 또다시 접촉을 이어갔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층별 안내도 (통일부 제공)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층별 안내도 (통일부 제공)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해 지난달 14일 정식으로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대표단은 다시 남쪽으로 넘어오지 않고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건물 1층은 출입공간, 2층은 남측 사무소, 3층은 남북 회담장, 4층은 북측 사무소입니다. 한 층만 오르내리면 각자 영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략회의도, 점심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 조율"

또 다른 장점은 본 회담 전에 남북이 충분히 의견 조율을 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연락사무소에는 소장과 부소장이 있고, 실무진으로는 운영부, 교류부, 연락협력부 등에서 25명이 상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외에 다른 부처에서도 직원들이 파견 나와 있는데, 현재는 산림청, 행정안전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연락사무소에 상주 직원을 파견하고 싶다는 민원을 많이 받고 있다"고 귀띔할 만큼, 주목받는 곳입니다. 산림청 직원이 북측 상대방과 사전에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날 본회담은 진도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판문점 내 연락관 채널 (통일부 제공)판문점 내 연락관 채널 (통일부 제공)

확성기 → 연락관 채널 → 대면 접촉

연락사무소 개소 전까지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판문점 연락사무소에 있는 연락관 채널이 전부였습니다. 이마저도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만 운영됐습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이 채널마저 단절되곤 했습니다. 이 경우 남북이 서로 할 말이 있을 땐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 앞에서 확성기를 대고 상대측을 향해 외쳐대야 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가 생긴 뒤로는 전화와 무전기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복도에서 오가다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대면 접촉'도 이뤄집니다.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방북단으로 평양에 갔던 김현 전 의원이 모친상을 당했는데, 연락사무소 긴급 연락망을 가동해 평양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연 뒤에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남측에서 개성에 가려면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통행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판문점은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접근이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통일부 제공)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통일부 제공)

"확 달라질 남북 회담 풍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회담의 내용과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당국간 회담에 이어, 민간 회담도 이곳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 민간단체들이 북측과 만나려면 중국까지 나가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숙박 회담도 가능합니다. 연락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숙소 건물에 회담 대표단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놨습니다. 곧 인터넷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연락사무소 남측 사무소에서 인터넷을 개통하기 위한 협의를 남북이 시작했습니다.

회담이 편리해진 만큼, 만남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이달에만 보건의료 분과회담, 체육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민간 교류의 물꼬가 터지면 민관 양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남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때는 현재의 인력이나 시설만으론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단 북미 간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 관계 속도가 앞질러 가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로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 하면 연락사무소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개성 정수장 논란에서 보듯, 대북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의심도 나라 안팎에서 받고 있기도 합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최초의 당국 회담이 개최된 날, 큰 기대 만큼이나 적쟎은 과제도 남과 북 앞에 놓여진 듯 합니다.
  • “한 층만 오르면 회담장”…‘한층’ 가까워진 남북
    • 입력 2018.10.22 (18:48)
    • 수정 2018.10.22 (18:49)
    취재K
“한 층만 오르면 회담장”…‘한층’ 가까워진 남북
▲남북고위급회담 참석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리선권 (지난 15일)


"이제는 점심 먹고 회담"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판문점에서 남북 회담이 열릴 때는 통상 남측 평화의집과 북측 통일각을 번갈아 이용합니다. 둘 중 한쪽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합니다. 회담 중간에 점심을 먹게 되면 또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 와야 하니,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됩니다. 그래서인지 대표단이 점심을 거르며 회담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2일 남북 대표단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2일 남북 대표단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오늘(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열었습니다. 소나무 재선충 공동방제, 북한 양묘장 현대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최초의 당국회담이기도 합니다. 오전에 전체회의 한 차례, 대표접촉 두 차례를 진행한 뒤, 양측은 점심을 먹고 또다시 접촉을 이어갔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층별 안내도 (통일부 제공)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층별 안내도 (통일부 제공)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해 지난달 14일 정식으로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측대표단은 다시 남쪽으로 넘어오지 않고 그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건물 1층은 출입공간, 2층은 남측 사무소, 3층은 남북 회담장, 4층은 북측 사무소입니다. 한 층만 오르내리면 각자 영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략회의도, 점심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 조율"

또 다른 장점은 본 회담 전에 남북이 충분히 의견 조율을 할 수 있게 된 점입니다. 연락사무소에는 소장과 부소장이 있고, 실무진으로는 운영부, 교류부, 연락협력부 등에서 25명이 상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외에 다른 부처에서도 직원들이 파견 나와 있는데, 현재는 산림청, 행정안전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연락사무소에 상주 직원을 파견하고 싶다는 민원을 많이 받고 있다"고 귀띔할 만큼, 주목받는 곳입니다. 산림청 직원이 북측 상대방과 사전에 의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날 본회담은 진도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판문점 내 연락관 채널 (통일부 제공)판문점 내 연락관 채널 (통일부 제공)

확성기 → 연락관 채널 → 대면 접촉

연락사무소 개소 전까지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판문점 연락사무소에 있는 연락관 채널이 전부였습니다. 이마저도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만 운영됐습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이 채널마저 단절되곤 했습니다. 이 경우 남북이 서로 할 말이 있을 땐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 앞에서 확성기를 대고 상대측을 향해 외쳐대야 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가 생긴 뒤로는 전화와 무전기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복도에서 오가다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대면 접촉'도 이뤄집니다.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방북단으로 평양에 갔던 김현 전 의원이 모친상을 당했는데, 연락사무소 긴급 연락망을 가동해 평양에서 서울까지 세 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연 뒤에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남측에서 개성에 가려면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통행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판문점은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접근이 용이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통일부 제공)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경 (통일부 제공)

"확 달라질 남북 회담 풍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회담의 내용과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당국간 회담에 이어, 민간 회담도 이곳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 민간단체들이 북측과 만나려면 중국까지 나가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숙박 회담도 가능합니다. 연락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숙소 건물에 회담 대표단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놨습니다. 곧 인터넷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연락사무소 남측 사무소에서 인터넷을 개통하기 위한 협의를 남북이 시작했습니다.

회담이 편리해진 만큼, 만남은 더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이달에만 보건의료 분과회담, 체육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민간 교류의 물꼬가 터지면 민관 양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남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때는 현재의 인력이나 시설만으론 역부족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단 북미 간 비핵화 협상보다 남북 관계 속도가 앞질러 가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로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 하면 연락사무소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개성 정수장 논란에서 보듯, 대북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의심도 나라 안팎에서 받고 있기도 합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최초의 당국 회담이 개최된 날, 큰 기대 만큼이나 적쟎은 과제도 남과 북 앞에 놓여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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