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취재후] 남겨진 자들의 고통…“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입력 2018.10.23 (06:30) 수정 2018.10.23 (16:13) 취재후
[취재후] 남겨진 자들의 고통…“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무고한 한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상까지도 무너뜨리는 게 바로 '음주운전'사고다. 때문에 '도로 위의 묻지 마 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국민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음주운전 사고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 피해자들은 그 날 이후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 벤츠 역주행 사고 5달…남겨진 이들의 잊히지 않는 아픔

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CCTV화면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CCTV화면

지난 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벤츠가 고속도로에 멈춰 서 갑자기 유턴하더니,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8km를 역주행하던 차량은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고 뒷좌석에 있던 남성이 이 사고로 결국 숨을 거뒀다. 벤츠 운전자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76%. 사고 5달 만에 최근 구속됐지만, 성실한 가장이자 효심 깊었던 아들을 둔 피해자 가족들의 삶은 그 날 이후 180도 달라졌다.


"잠이 안 와 밤새 자전거를 탑니다. 아내는 식당을 접었어요. 음식이 맛을 잃었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 김종수 씨와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힘든 하루하루. 적응되지 않을 고통의 나날들을 감내하고 있었다.

"잠이 안 오니까 미칠 거 아닙니까. 드러누워 있으면. 너무 힘들어가지고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모르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닙니다. 며느리는 그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어요. 저희 집사람이 조그마한 식당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접어버렸고요. 자기가 그래요. 식당 음식 맛을 못 내겠답니다. 음식 맛을 낼 자신이 없대요. 맛을 잃었대요."


그 누구보다 착했던 아들, 음주운전 사고는 그런 아들을 영원히 앗아가 버렸다.

"우리 아들은요, 우리 집에서 없어서 안 될 아들이에요. 부모한테 너무 효도를 많이 했어. 가정적으로도 모범이었고. 대학교 다닐 때 등록금 한번 안 줬습니다. 장학금 받고 다녔습니다. 우리로선 할 말이 없죠. 무슨 말을 합니까. 그런 애를 보냈는데..."

가해 운전자는 아직, 김 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너무 억울해서... 우리 마음은 이런데, 상대방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런 말 한마디 없어요. 이제는 때가 이미 늦었는데"

■ 되풀이되는 크림 뺑소니…"아들이 이제 아빠가 오지 않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지난해 3월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고 김신영 씨지난해 3월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고 김신영 씨

인터넷 설치기사였던 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지난해 3월 19일을 하루도 잊을 수가 없다. 일요일 아침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 한 통. 하필 그날따라 남편이 근무하는 날이었고, 웬 남자가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했다.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던 그 전화를 받고 찾아간 병원에선 어제만 해도 웃고 있었던 남편의 의식 없는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저희 남편이 음주운전 뺑소니 당할 거라 누가 생각하겠어요. 일요일 아침 9시에 누가. 그렇잖아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혈중알코올농도 0.07% 상태로 운전하던 육군 중사가 몰던 차량에 치어 남편은 사고 1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 이후 행복했던 30대 부부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올해로 4살이 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것도 막막하지만, 아빠가 오지 않는지 신경 쓰는 아이를 보는 게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부인 조 씨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연신 눈물을 훔치며 어렵사리 말을 이어갔다.

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아이 아빠가 없는 게 제일 큰 거죠. 이제 내년이면 2년째고, 아이는 계속 아빠가 어딨는지 모르는데, 오진 않는다는 사실만 좀 알고 있어서….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간 게 계속 많이 힘들어요."

■ 생사에 갈림길에 서서… "창호야, 제발 일어나줬으면"


전역을 앞둔 스물둘 청년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지 거의 한 달 째.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들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손을 마주 잡고 그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도한다.

"체온은 아직 따뜻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두 손으로 이렇게 손을 만지고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싶고, 한 번 더 만져보고 싶고 그런 마음…." (윤기현/윤창호 씨 아버지)

윤창호 씨 친구들이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21일, 다시 국회를 찾았다. 윤창호 씨 친구들이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21일, 다시 국회를 찾았다.

친구들은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벌써 3번째 국회를 찾았다.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윤창호 법'을 제안했고 열흘 만에 국민 27만 명이 뜻을 함께했다.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저희가 생각을 한 게 창호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창호였으면 우리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뭘 했을까. 우리가 뭘 해주길 바랄까. 창호는 진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했을 친구거든요. 창호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비단 창호를 위한 일만이 아니에요. 이렇게 윤창호 법이 제정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 거고…."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지난 10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25만여 건, 사망자는 7천 명이 넘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검색해보면,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의 가족들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일들이 실제로 '나의 이야기'가 됐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수치를 뛰어넘는 고통. 타인의 음주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 [취재후] 남겨진 자들의 고통…“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 입력 2018.10.23 (06:30)
    • 수정 2018.10.23 (16:13)
    취재후
[취재후] 남겨진 자들의 고통…“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무고한 한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상까지도 무너뜨리는 게 바로 '음주운전'사고다. 때문에 '도로 위의 묻지 마 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국민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섰다. 음주운전 사고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 피해자들은 그 날 이후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 벤츠 역주행 사고 5달…남겨진 이들의 잊히지 않는 아픔

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CCTV화면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CCTV화면

지난 5월 30일, 영동고속도로. 벤츠가 고속도로에 멈춰 서 갑자기 유턴하더니,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8km를 역주행하던 차량은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고 뒷좌석에 있던 남성이 이 사고로 결국 숨을 거뒀다. 벤츠 운전자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76%. 사고 5달 만에 최근 구속됐지만, 성실한 가장이자 효심 깊었던 아들을 둔 피해자 가족들의 삶은 그 날 이후 180도 달라졌다.


"잠이 안 와 밤새 자전거를 탑니다. 아내는 식당을 접었어요. 음식이 맛을 잃었답니다."

피해자의 아버지 김종수 씨와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힘든 하루하루. 적응되지 않을 고통의 나날들을 감내하고 있었다.

"잠이 안 오니까 미칠 거 아닙니까. 드러누워 있으면. 너무 힘들어가지고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모르고 자전거 타고 돌아다닙니다. 며느리는 그 당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어요. 저희 집사람이 조그마한 식당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접어버렸고요. 자기가 그래요. 식당 음식 맛을 못 내겠답니다. 음식 맛을 낼 자신이 없대요. 맛을 잃었대요."


그 누구보다 착했던 아들, 음주운전 사고는 그런 아들을 영원히 앗아가 버렸다.

"우리 아들은요, 우리 집에서 없어서 안 될 아들이에요. 부모한테 너무 효도를 많이 했어. 가정적으로도 모범이었고. 대학교 다닐 때 등록금 한번 안 줬습니다. 장학금 받고 다녔습니다. 우리로선 할 말이 없죠. 무슨 말을 합니까. 그런 애를 보냈는데..."

가해 운전자는 아직, 김 씨를 비롯한 유족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너무 억울해서... 우리 마음은 이런데, 상대방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런 말 한마디 없어요. 이제는 때가 이미 늦었는데"

■ 되풀이되는 크림 뺑소니…"아들이 이제 아빠가 오지 않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지난해 3월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고 김신영 씨지난해 3월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고 김신영 씨

인터넷 설치기사였던 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지난해 3월 19일을 하루도 잊을 수가 없다. 일요일 아침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 한 통. 하필 그날따라 남편이 근무하는 날이었고, 웬 남자가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를 했다.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던 그 전화를 받고 찾아간 병원에선 어제만 해도 웃고 있었던 남편의 의식 없는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저희 남편이 음주운전 뺑소니 당할 거라 누가 생각하겠어요. 일요일 아침 9시에 누가. 그렇잖아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혈중알코올농도 0.07% 상태로 운전하던 육군 중사가 몰던 차량에 치어 남편은 사고 13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 이후 행복했던 30대 부부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올해로 4살이 된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것도 막막하지만, 아빠가 오지 않는지 신경 쓰는 아이를 보는 게 가장 가슴이 미어지는 일이다. 부인 조 씨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연신 눈물을 훔치며 어렵사리 말을 이어갔다.

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김신영 씨의 부인 조 모 씨는 대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아이 아빠가 없는 게 제일 큰 거죠. 이제 내년이면 2년째고, 아이는 계속 아빠가 어딨는지 모르는데, 오진 않는다는 사실만 좀 알고 있어서…. 남편이 갑자기 그렇게 간 게 계속 많이 힘들어요."

■ 생사에 갈림길에 서서… "창호야, 제발 일어나줬으면"


전역을 앞둔 스물둘 청년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지 거의 한 달 째. 가족들은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아들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손을 마주 잡고 그가 돌아오길 하염없이 기도한다.

"체온은 아직 따뜻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두 손으로 이렇게 손을 만지고 손 한 번 더 잡아보고 싶고, 한 번 더 만져보고 싶고 그런 마음…." (윤기현/윤창호 씨 아버지)

윤창호 씨 친구들이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21일, 다시 국회를 찾았다. 윤창호 씨 친구들이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21일, 다시 국회를 찾았다.

친구들은 '윤창호 법' 제정을 위해 벌써 3번째 국회를 찾았다. 친구들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윤창호 법'을 제안했고 열흘 만에 국민 27만 명이 뜻을 함께했다.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저희가 생각을 한 게 창호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창호였으면 우리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뭘 했을까. 우리가 뭘 해주길 바랄까. 창호는 진짜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했을 친구거든요. 창호를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비단 창호를 위한 일만이 아니에요. 이렇게 윤창호 법이 제정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 거고…."
(김민진/윤창호 씨 친구)

지난 10년간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25만여 건, 사망자는 7천 명이 넘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검색해보면,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의 가족들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일들이 실제로 '나의 이야기'가 됐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수치를 뛰어넘는 고통. 타인의 음주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은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