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미세먼지 주범 ‘석탄 발전’이 절반…재생에너지는 ‘제자리’

입력 2018.10.23 (21:15) 수정 2018.10.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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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 수도권 지역이 다시 짙은 미세먼지에 휩싸였습니다.

올가을 들어 두 번째로 공기질이 나빴습니다.

이 미세먼지는 어디서 온 걸까요?

오전까지는 주로 국내 오염물질이, 오후부터는 중국발 오염 물질이 먼지 농도를 높였습니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건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석탄' 비중이 가장 큽니다.

전 세계 10대 석탄 화력발전소를 보면 중국 5군데, 한국이 3군데입니다.

발전량으로 보면 중국이 단연 1위고 우리는 8 위지만 국토 면적으로 나눠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3.8 배나 더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석탄 발전소들은 공기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석탄 의존도를 낮춘다고 했던 우리 정부는 과연 제대로 계획을 이행하고 있을까요?

이정훈,손서영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 3위 규모인 당진 화력발전소입니다.

1999년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됐습니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석탄 가루가 날려오는 겁니다.

잿빛으로 변한 목련 나뭇잎,

손가락으로 훑었더니 검은 가루가 묻습니다.

비 온 다음 날, 처마 밑에 모인 빗물에도 시커먼 먼짓가루가 가득합니다.

석탄 가루 때문이라며 일일이 사진으로 피해 기록을 남긴 주민도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하나도 못 따먹어 봤어요."]

고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틈 사이에도, 애써 키운 배춧속에도 검은 가루가 앉아 있습니다.

[신완순/충남 당진시 : "김장하는 데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야채라든지 먹기에도 두렵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영향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많은 양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에서만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연간 9만 톤 이상 뿜어져 나옵니다.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는 10월부터는 배출된 오염 물질이 미세먼지로 바뀌어 전국을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 물질 가운데 석탄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연이 14%로 가장 많습니다.

[임영욱/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 : "중장거리 이동을 통해서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도 문제입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억 8천만 톤,

전체 배출량의 26%를 차지합니다.

[정수종/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과정은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과정하고 같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면 온실가스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대기 흐름을 정체시켜 다시 미세먼지 농도를 더 짙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 말로만 ‘탈석탄’ 실제로는 역주행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 발전 비율은 약 45%,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1위입니다.

정부도 석탄이 대기 오염의 원인인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석탄 사용을 줄이고 다른 에너지로 바꿔간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액화천연가스나 신재생 에너지가 그 대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노후된 발전소가 없어지는 만큼, 새 발전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전량을 보면 1년 전보다 오히려 12% 가까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탈 석탄'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입니다.

석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역시 제자리걸음입니다.

2030년, 20%대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6%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다 국제 사회에선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습니다.

동남아 등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환경 단체가 "더러운 에너지"를 수출한다며 한글 피켓까지 들고 시위를 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동남아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한 돈은 11조 원이나 됩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잇따라 탈 석탄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을 비용으로 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김주진/기후솔루션 대표 : "백 원을 발전소에 넣었을 때 돌아오는 수익은 점점 외부효과를 보상하는 데 소요가 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석탄의 경쟁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도 고충은 있습니다.

아직 석탄의 발전 단가가 싼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보듯 '발전 단가'로만 에너지 가격을 따지던 기존 시각은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전력 생산 배경에 숨어 있는 사회적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있다 보니까 누군가에게, 우리 후손에게 계속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석탄 발전에 대한 각종 지원을 중단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세제 혜택을 통해 에너지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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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3 21:22:07
    • 수정2018-10-24 0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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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3일) 수도권 지역이 다시 짙은 미세먼지에 휩싸였습니다. 올가을 들어 두 번째로 공기질이 나빴습니다. 이 미세먼지는 어디서 온 걸까요? 오전까지는 주로 국내 오염물질이, 오후부터는 중국발 오염 물질이 먼지 농도를 높였습니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건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 '석탄' 비중이 가장 큽니다. 전 세계 10대 석탄 화력발전소를 보면 중국 5군데, 한국이 3군데입니다. 발전량으로 보면 중국이 단연 1위고 우리는 8 위지만 국토 면적으로 나눠보면 우리가 중국보다 3.8 배나 더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석탄 발전소들은 공기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석탄 의존도를 낮춘다고 했던 우리 정부는 과연 제대로 계획을 이행하고 있을까요? 이정훈,손서영 두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 3위 규모인 당진 화력발전소입니다. 1999년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시작됐습니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석탄 가루가 날려오는 겁니다. 잿빛으로 변한 목련 나뭇잎, 손가락으로 훑었더니 검은 가루가 묻습니다. 비 온 다음 날, 처마 밑에 모인 빗물에도 시커먼 먼짓가루가 가득합니다. 석탄 가루 때문이라며 일일이 사진으로 피해 기록을 남긴 주민도 있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하나도 못 따먹어 봤어요."] 고추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틈 사이에도, 애써 키운 배춧속에도 검은 가루가 앉아 있습니다. [신완순/충남 당진시 : "김장하는 데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야채라든지 먹기에도 두렵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영향은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많은 양의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에서만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연간 9만 톤 이상 뿜어져 나옵니다.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는 10월부터는 배출된 오염 물질이 미세먼지로 바뀌어 전국을 뒤덮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 물질 가운데 석탄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연이 14%로 가장 많습니다. [임영욱/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 : "중장거리 이동을 통해서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히..."]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도 문제입니다. 국내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억 8천만 톤, 전체 배출량의 26%를 차지합니다. [정수종/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과정은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과정하고 같이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면 온실가스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는 대기 흐름을 정체시켜 다시 미세먼지 농도를 더 짙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훈입니다. ▼ 말로만 ‘탈석탄’ 실제로는 역주행 우리나라의 석탄 화력 발전 비율은 약 45%,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1위입니다. 정부도 석탄이 대기 오염의 원인인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석탄 사용을 줄이고 다른 에너지로 바꿔간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액화천연가스나 신재생 에너지가 그 대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노후된 발전소가 없어지는 만큼, 새 발전소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전량을 보면 1년 전보다 오히려 12% 가까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탈 석탄'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는 정반대입니다. 석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역시 제자리걸음입니다. 2030년, 20%대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6%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다 국제 사회에선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습니다. 동남아 등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환경 단체가 "더러운 에너지"를 수출한다며 한글 피켓까지 들고 시위를 벌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이 동남아 석탄 화력발전에 투자한 돈은 11조 원이나 됩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기관들은 잇따라 탈 석탄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을 비용으로 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김주진/기후솔루션 대표 : "백 원을 발전소에 넣었을 때 돌아오는 수익은 점점 외부효과를 보상하는 데 소요가 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석탄의 경쟁력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도 고충은 있습니다. 아직 석탄의 발전 단가가 싼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보듯 '발전 단가'로만 에너지 가격을 따지던 기존 시각은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홍종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전력 생산 배경에 숨어 있는 사회적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있다 보니까 누군가에게, 우리 후손에게 계속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 거죠."]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석탄 발전에 대한 각종 지원을 중단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세제 혜택을 통해 에너지 시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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