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물 속에 전류가 흐른다?…냉·온탕서 잇따라 숨져

입력 2018.10.24 (08:31) 수정 2018.10.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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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청자 여러분들은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 많이 가시죠?

오늘은 목욕탕에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이른 새벽 목욕탕에서 두 남성이 잇따라 쓰러진 뒤 결국 숨졌습니다.

평소에 건강했고 지병도 없었다는 두 남성.

경찰은 이들이 탕 안에 있다가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목욕탕 내에선 작은 전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어제 새벽 5시 40분쯤, 경남 의령군의 한 목욕탕.

119 구급대원이 급히 한 남성을 구급차로 옮깁니다.

[당시 출동 119 구급대원 : "냉탕 앞에서 같이 목욕하시던 분이 심폐소생술 하시더라고요. 의식, 호흡, 맥박 다 없었고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남성도 가슴을 움켜쥔 채 구급차로 옮겨집니다.

이 두 남성은 70대와 60대 어르신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새벽 4시쯤 문을 여는 이 목욕탕.

주로 고객은 주변에 사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OO목욕탕 손님 : "목욕 문화(시설)가 발달 되어서 한 달씩 끊어 놓고 매일 목욕을 하죠."]

목욕탕에 붙어 있는 이발소의 이발사도 어제 아침 제일 먼저 목욕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발사 : "(어제도) 탕에 들어갔죠. 나 혼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첫 손님들이 한 5~6명 되거든요. 그분들이 다 들어갔다 나왔어요. 다 괜찮았죠."]

그런데 얼마 뒤, 영업 준비를 하던 이발사도 목욕탕 내에서 비명을 듣습니다.

곧바로 탕 안으로 달려갔는데요.

[이발사 : "고함을 질러서 가니까 냉탕에 한 분이 있더라고요. 옆에 한 사람이 손을 잡고 있고 제가 가서 손님들하고 같이 끌어 올려서 바닥에 눕혀 놓고 심폐소생술하고 옆에서 주무르고 그분이 그 당시에는 호흡이 약간 있는 거 같더라고요."]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19에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던 사이, 이번엔 온탕에서 또 다른 60대 남성이 발견됩니다.

[이발사 : "온탕이 또 옆에 있거든요. 바로 한 2~3m 떨어진 곳에. 내가 벌떡 일어나서 보니까 온탕에 (사람이) 가라앉아서 가만히 누워 있는 거예요."]

119 구급대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 남성 모두 심정지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이들 두 남성들이 전기에 감전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최창열/최초 목격자 : "심장이 멈춰서 그렇게 된 줄 알고 (냉탕에) 뛰어들었는데, 전기가 오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라서 '악!' 하면서 나왔어요. 온탕에 들어가더니 '악!' 하고 그분이 또 쓰러지더라고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목욕탕은 사고가 나기 하루 전날 수압을 올리기 위한 배선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동철/경남 의령경찰서 수사과장 : "수압 관련해서 승압 작업을 했답니다. 압력을 높이는 모터를 새로 증설하는 공사를 하는데 모터 용량이 더 커지니까 거기에 맞는 높은 (용량의) 전선을 깔아야 될 거 아닙니까."]

지난 여름, 탕 안에서 안마용 공기 방울을 만들거나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이른바 인조 폭포 등을 증설하는 작업을 했다는 목욕탕.

[OO목욕탕 손님/음성변조 : "이번 여름에 싹 고쳐서 안마 탕을 또다시 만들었더라고요. 물에서 하는 전기 안마 기계를 저도 매일 사용 했거든요."]

센 수압이 필요한 안마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수압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故 오OO 씨 아내 : "(물로) 지압하는 거. 그거 수리하면서 뭔가 잘못됐겠죠. 물이 툭툭 튀어서 사람이 끄집어 내러 못 들어갈 정도라고…."]

경찰은 일단 이 장치들을 작동시키는 전기모터 시설에서 전류가 흘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제, 전기안전공사와 경찰이 합동 조사를 벌였는데요.

하지만, 누전 여부는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현재 상태에선 누전이 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물로 흘렀을 수도 있고 다른 경로를 통했을 수도 있고 국과수하고 더 조사해 봐야 하겠습니다."]

경찰은 희생자들에 대한 부검과 함께 국과수 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는 사고 당일 아침 여탕에도 전류를 느낀 손님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손님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OO목욕탕 이용 고객/음성변조 : "여탕에도 조금 강하진 않지만 전류가 좀 흘렀나 봐요. 그래서 (설비업자가) 주인한테 사용하지 말라고 했나 봐요. 다시 와서 점검하기로 했다고…."]

목욕탕에서 안타깝게 숨진 고인들의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일흔이 넘도록 매일 아침 5시면 목욕을 나섰다는 고인...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故 오OO 씨 아내 : "손가락이 새까맣고 입술이 새까맣고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손하고 이게 왜 이렇게 새까맣습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의사가) 감전 사고 같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보다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 아침에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故 오OO 씨 아내 : "기가 차서 억장이 무너져요. 우리 집 아저씨가 나쁜 짓도 안 하는 사람이고…. 진짜 어째서 당신한테 이런 일이 닥칠 수가…. 진짜 백 점짜리 사람이에요."]

그런데, 목욕탕에서 이 같은 감전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2016년엔 부산에서 한증막 내 전기 히터 주변에서 사우나를 하던 두 명의 여성이 감전돼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람이 건조한 상태보다는 젖은 상태일 때 인체 저항이 떨어져서 감전될 확률이 더 높아요."]

물은 전깃줄이라고 할 만큼 전기가 잘 흘러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손님들이 대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평소 안전 관리가 중요한데요.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수시로 누전 여부를 확인하고, 1년에 한번씩 전기안전공사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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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물 속에 전류가 흐른다?…냉·온탕서 잇따라 숨져
    • 입력 2018-10-24 08:36:49
    • 수정2018-10-24 15: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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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시청자 여러분들은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 많이 가시죠?

오늘은 목욕탕에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이른 새벽 목욕탕에서 두 남성이 잇따라 쓰러진 뒤 결국 숨졌습니다.

평소에 건강했고 지병도 없었다는 두 남성.

경찰은 이들이 탕 안에 있다가 감전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목욕탕 내에선 작은 전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어제 새벽 5시 40분쯤, 경남 의령군의 한 목욕탕.

119 구급대원이 급히 한 남성을 구급차로 옮깁니다.

[당시 출동 119 구급대원 : "냉탕 앞에서 같이 목욕하시던 분이 심폐소생술 하시더라고요. 의식, 호흡, 맥박 다 없었고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남성도 가슴을 움켜쥔 채 구급차로 옮겨집니다.

이 두 남성은 70대와 60대 어르신이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새벽 4시쯤 문을 여는 이 목욕탕.

주로 고객은 주변에 사는 어르신들이었습니다.

[OO목욕탕 손님 : "목욕 문화(시설)가 발달 되어서 한 달씩 끊어 놓고 매일 목욕을 하죠."]

목욕탕에 붙어 있는 이발소의 이발사도 어제 아침 제일 먼저 목욕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발사 : "(어제도) 탕에 들어갔죠. 나 혼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첫 손님들이 한 5~6명 되거든요. 그분들이 다 들어갔다 나왔어요. 다 괜찮았죠."]

그런데 얼마 뒤, 영업 준비를 하던 이발사도 목욕탕 내에서 비명을 듣습니다.

곧바로 탕 안으로 달려갔는데요.

[이발사 : "고함을 질러서 가니까 냉탕에 한 분이 있더라고요. 옆에 한 사람이 손을 잡고 있고 제가 가서 손님들하고 같이 끌어 올려서 바닥에 눕혀 놓고 심폐소생술하고 옆에서 주무르고 그분이 그 당시에는 호흡이 약간 있는 거 같더라고요."]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119에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가던 사이, 이번엔 온탕에서 또 다른 60대 남성이 발견됩니다.

[이발사 : "온탕이 또 옆에 있거든요. 바로 한 2~3m 떨어진 곳에. 내가 벌떡 일어나서 보니까 온탕에 (사람이) 가라앉아서 가만히 누워 있는 거예요."]

119 구급대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 남성 모두 심정지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이들 두 남성들이 전기에 감전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최창열/최초 목격자 : "심장이 멈춰서 그렇게 된 줄 알고 (냉탕에) 뛰어들었는데, 전기가 오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라서 '악!' 하면서 나왔어요. 온탕에 들어가더니 '악!' 하고 그분이 또 쓰러지더라고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목욕탕은 사고가 나기 하루 전날 수압을 올리기 위한 배선 공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동철/경남 의령경찰서 수사과장 : "수압 관련해서 승압 작업을 했답니다. 압력을 높이는 모터를 새로 증설하는 공사를 하는데 모터 용량이 더 커지니까 거기에 맞는 높은 (용량의) 전선을 깔아야 될 거 아닙니까."]

지난 여름, 탕 안에서 안마용 공기 방울을 만들거나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이른바 인조 폭포 등을 증설하는 작업을 했다는 목욕탕.

[OO목욕탕 손님/음성변조 : "이번 여름에 싹 고쳐서 안마 탕을 또다시 만들었더라고요. 물에서 하는 전기 안마 기계를 저도 매일 사용 했거든요."]

센 수압이 필요한 안마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수압을 높이는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故 오OO 씨 아내 : "(물로) 지압하는 거. 그거 수리하면서 뭔가 잘못됐겠죠. 물이 툭툭 튀어서 사람이 끄집어 내러 못 들어갈 정도라고…."]

경찰은 일단 이 장치들을 작동시키는 전기모터 시설에서 전류가 흘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제, 전기안전공사와 경찰이 합동 조사를 벌였는데요.

하지만, 누전 여부는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현재 상태에선 누전이 되지 않고 있더라고요. 물로 흘렀을 수도 있고 다른 경로를 통했을 수도 있고 국과수하고 더 조사해 봐야 하겠습니다."]

경찰은 희생자들에 대한 부검과 함께 국과수 조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사고 현장에서는 사고 당일 아침 여탕에도 전류를 느낀 손님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손님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OO목욕탕 이용 고객/음성변조 : "여탕에도 조금 강하진 않지만 전류가 좀 흘렀나 봐요. 그래서 (설비업자가) 주인한테 사용하지 말라고 했나 봐요. 다시 와서 점검하기로 했다고…."]

목욕탕에서 안타깝게 숨진 고인들의 빈소가 차려졌습니다.

일흔이 넘도록 매일 아침 5시면 목욕을 나섰다는 고인...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故 오OO 씨 아내 : "손가락이 새까맣고 입술이 새까맣고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손하고 이게 왜 이렇게 새까맣습니까?' 하고 물어봤어요. (의사가) 감전 사고 같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보다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 아침에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故 오OO 씨 아내 : "기가 차서 억장이 무너져요. 우리 집 아저씨가 나쁜 짓도 안 하는 사람이고…. 진짜 어째서 당신한테 이런 일이 닥칠 수가…. 진짜 백 점짜리 사람이에요."]

그런데, 목욕탕에서 이 같은 감전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2016년엔 부산에서 한증막 내 전기 히터 주변에서 사우나를 하던 두 명의 여성이 감전돼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사람이 건조한 상태보다는 젖은 상태일 때 인체 저항이 떨어져서 감전될 확률이 더 높아요."]

물은 전깃줄이라고 할 만큼 전기가 잘 흘러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손님들이 대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평소 안전 관리가 중요한데요.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수시로 누전 여부를 확인하고, 1년에 한번씩 전기안전공사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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