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버지를 죽여주세요”…딸이 청원한 사연은?

입력 2018.10.26 (08:32) 수정 2018.10.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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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모 씨가 어제 구속됐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게 된 건 피해자 딸이자, 피의자의 딸의 국민 청원글 때문인데요.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딸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후, 취재진은 피해자 이 모 씨가 딸들과 함께 살던 집을 찾았습니다.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딸 김 모 씨는 여전히 어머니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다며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지금도 이게 사실인가 진짜인가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현실이 안 와 닿는데…."]

부모님의 이혼 이후 줄곧 떨어져 지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닥친 비극.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2일 새벽이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허리가 안 좋으셔서 수영하시고 출근을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전날에."]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날 아침, 딸들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요.

[피해자 딸/음성변조 : "누가 자꾸 노크하고 벨을 누르길래 일단 엄마한테 바로 전화를 했어요. 경찰분이 받으시더라고요. '이OO 씨가 사망하셨습니다'라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어머니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경찰의 설명.

범인의 행적이 담긴 CCTV를 확인하기도 전에 딸들의 머릿속엔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아버지 김 모 씨였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소식 전해 듣자마자 바로 '아빠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전부터 살해 위협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CCTV를 분석한 경찰의 추적 끝에 피의자는 범행 당일 밤 9시 40분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붙잡혔습니다.

딸들의 예상대로 피의자는 피해자의 남편이자 딸들의 아버지인 김 씨였습니다.

김 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전 부인 이 씨를 살해했다며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전처와의 불화로 인한 살인사건 정도로 사건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요.

사건이 알려진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딸이 쓴 글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버지를 엄벌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그거 봤을 때는 그래도 아버지인데 사형이라는 말 쓰는 거 자체는 우리 정서상은 안 맞아요. 그런데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런 마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계속 괴롭혔다잖아요. 막 폭행하고."]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아버지 김 씨의 폭력에 이 씨와 세 딸이 목숨의 위협을 느낀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아빠가 동생의 뒤를 밟고 흉기랑 테이프 밧줄 이런 걸 챙겨서 위협을 가했고요. '좋은 구경시켜주겠다. 그러니까 다들 집으로 모여라.'해서 엄마를 폭행해서 데리고 들어오셨고요. 정말 피멍 범벅이었고. 바지가 검게 물들 정도로 그렇게 구타를 해서 들어왔더라고요."]

딸이 경찰에 신고도 몇 차례 했지만 보복이 두려웠던 어머니는 처벌 의사가 없다고 했고 그때마다 아버지가 풀려났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딸/음성변조 : "처벌을 원하느냐고 엄마한테 물어봤다고 해요. 보복이 두려워서 엄마가 되물어봤대요. 경찰에게. '이걸로 처벌해도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 경찰이 '맞다, 처벌수위가 미미할 거다'…."]

3년 전 이혼을 한 뒤에도 김 씨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고 전 남편을 피해 4년 동안 6번의 이사를 하고 휴대전화번호도 수차례 바꿨지만 살해 협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게 딸들의 호소입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도망 다니면서 지내셨죠. 항상 불안에 떠셨고요. 길을 가다가 아빠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도 정말 화들짝 놀라서 벌벌 떨 정도였고요. 차를 타고 가는데 뒤에서 어떤 차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하셨고 정말 잠도 못 주무셨어요."]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사전에 이 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미리 붙여두고 동선을 파악하는가 하면 범행 당시에는 가발을 쓰고 이 씨에게 접근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사회에 다시 복귀하면 분명히 위협을 가할 게 뻔하고 아빠가 그런 거에 대해서는 전혀 겁이 없었거든요.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라고 말도 하셨고. 법의 제재를 두려워하시지 않았어요.”]

세 딸은 지금도 자신들처럼 떨고 있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많을 거라며 가정 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같이 살면 같이 살면서 폭력을 당할 거고 나가면 또 나가있는데도 불안에 떨 거고. 또 경찰에 신고해도 그렇게 무겁게 다루지도 않고요. 후환이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다들 그러실 거로 생각해요."]

가정폭력 사범은 해마다 5만 명 가까이 검거되지만 가해자 구속률은 100명에 1명 수준.

차선책으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으면 그 명령의 시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을 해서 만약 문제가 있다면 가해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명령만 내리고 그걸로 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씨에 대해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딸들의 청원과 국민적 관심 속에 수사와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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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버지를 죽여주세요”…딸이 청원한 사연은?
    • 입력 2018-10-26 08:37:59
    • 수정2018-10-26 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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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모 씨가 어제 구속됐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게 된 건 피해자 딸이자, 피의자의 딸의 국민 청원글 때문인데요.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딸을 만나고 왔습니다.

지금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리포트]

어제 오후, 취재진은 피해자 이 모 씨가 딸들과 함께 살던 집을 찾았습니다.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딸 김 모 씨는 여전히 어머니의 빈자리가 믿기지 않는다며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지금도 이게 사실인가 진짜인가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현실이 안 와 닿는데…."]

부모님의 이혼 이후 줄곧 떨어져 지내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닥친 비극.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2일 새벽이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허리가 안 좋으셔서 수영하시고 출근을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전날에."]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대화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날 아침, 딸들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요.

[피해자 딸/음성변조 : "누가 자꾸 노크하고 벨을 누르길래 일단 엄마한테 바로 전화를 했어요. 경찰분이 받으시더라고요. '이OO 씨가 사망하셨습니다'라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어머니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경찰의 설명.

범인의 행적이 담긴 CCTV를 확인하기도 전에 딸들의 머릿속엔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아버지 김 모 씨였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소식 전해 듣자마자 바로 '아빠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전부터 살해 위협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CCTV를 분석한 경찰의 추적 끝에 피의자는 범행 당일 밤 9시 40분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붙잡혔습니다.

딸들의 예상대로 피의자는 피해자의 남편이자 딸들의 아버지인 김 씨였습니다.

김 씨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전 부인 이 씨를 살해했다며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전처와의 불화로 인한 살인사건 정도로 사건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요.

사건이 알려진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딸이 쓴 글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버지를 엄벌해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처음에 그거 봤을 때는 그래도 아버지인데 사형이라는 말 쓰는 거 자체는 우리 정서상은 안 맞아요. 그런데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런 마음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이웃 주민/음성변조 : "계속 괴롭혔다잖아요. 막 폭행하고."]

20여년 전부터 시작된 아버지 김 씨의 폭력에 이 씨와 세 딸이 목숨의 위협을 느낀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아빠가 동생의 뒤를 밟고 흉기랑 테이프 밧줄 이런 걸 챙겨서 위협을 가했고요. '좋은 구경시켜주겠다. 그러니까 다들 집으로 모여라.'해서 엄마를 폭행해서 데리고 들어오셨고요. 정말 피멍 범벅이었고. 바지가 검게 물들 정도로 그렇게 구타를 해서 들어왔더라고요."]

딸이 경찰에 신고도 몇 차례 했지만 보복이 두려웠던 어머니는 처벌 의사가 없다고 했고 그때마다 아버지가 풀려났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딸/음성변조 : "처벌을 원하느냐고 엄마한테 물어봤다고 해요. 보복이 두려워서 엄마가 되물어봤대요. 경찰에게. '이걸로 처벌해도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 경찰이 '맞다, 처벌수위가 미미할 거다'…."]

3년 전 이혼을 한 뒤에도 김 씨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고 전 남편을 피해 4년 동안 6번의 이사를 하고 휴대전화번호도 수차례 바꿨지만 살해 협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게 딸들의 호소입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도망 다니면서 지내셨죠. 항상 불안에 떠셨고요. 길을 가다가 아빠랑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도 정말 화들짝 놀라서 벌벌 떨 정도였고요. 차를 타고 가는데 뒤에서 어떤 차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하셨고 정말 잠도 못 주무셨어요."]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사전에 이 씨의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미리 붙여두고 동선을 파악하는가 하면 범행 당시에는 가발을 쓰고 이 씨에게 접근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사회에 다시 복귀하면 분명히 위협을 가할 게 뻔하고 아빠가 그런 거에 대해서는 전혀 겁이 없었거든요.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라고 말도 하셨고. 법의 제재를 두려워하시지 않았어요.”]

세 딸은 지금도 자신들처럼 떨고 있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많을 거라며 가정 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딸/음성변조 : "같이 살면 같이 살면서 폭력을 당할 거고 나가면 또 나가있는데도 불안에 떨 거고. 또 경찰에 신고해도 그렇게 무겁게 다루지도 않고요. 후환이 두려워서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다들 그러실 거로 생각해요."]

가정폭력 사범은 해마다 5만 명 가까이 검거되지만 가해자 구속률은 100명에 1명 수준.

차선책으로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오윤성/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으면 그 명령의 시행 여부를 수시로 확인을 해서 만약 문제가 있다면 가해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거죠. 우리는 명령만 내리고 그걸로 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씨에 대해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딸들의 청원과 국민적 관심 속에 수사와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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