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입력 2018.10.29 (15:27) 수정 2018.11.20 (15:27) 데이터룸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짧게! 짧게 하세요. 짧게”

지난 15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에게 질의하던 지상욱 의원의 말이다. 지 의원은 이후로도 질의에서 “간단히”, “핵심만” 등의 말을 반복했다.

"간단히"
"핵심만!"
"네,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의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대개 7분 안팎, 정해진 시간 내에 질문도 하고 원하는 답변도 얻어야 하는 의원들은 증인들에게 ‘짧은 답’을 요구한다.

증인을 불러 앉혀놓고 단답형의 답변을 요구한다면, 증인은 왜 부른 걸까?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으로, 입법부가 행정·사법부를 감시·견제하는 의미다. 이를 위해 국회는 피감기관에 속한 증인(기관증인) 외에도 매년 200~300여 명의 일반 증인을 채택하는데, 재벌 총수부터 일반 시민까지 현안과 관련된 인물들이 폭넓게 거론된다.

매년 국감 시즌이 되면 ‘증인 명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렇게 정해진 증인들은 국감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KBS는 지난 2009년부터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봤다.

국감 1번에 "짧게말해요" 평균 639번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감사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의원들의 발언에서 한 해 평균 639번의 “짧게”를 찾을 수 있었다. 국감이 한 번 열릴 때 마다 평균 4~5번의 “짧게” 발언이 있었는데, 가장 많이 나온 국감에서는 46번까지 나왔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예, 아니오로 답하세요.”, “단답으로 말하세요.”등의 표현까지 포함하면, 의원들의 ‘짧은 답’에 대한 요구는 한 해 평균 717회로 늘어난다.

이런 다그침의 효과일까. 의원과 증인이 주고 받은 발언을 비교해 보면 단어 수 차이가 명확하다.

한 번의 발언에서 의원들은 평균 27.7개의 단어를 말하지만, 일반 증인은 11.7개의 단어를 말했다. 국회의원이 증인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서복경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만 말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며 “국감은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런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오히려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전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시에 여러 의제를 다뤄야 하는 지금의 운영 방식에서 의원과 증인 모두 충분한 발언기회를 갖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하겠습니다.” 한마디 위해 출석?

“노력해서 성실히 개선하겠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감장에 불려 나온 기업 대표들이 남긴 말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안철현 애플 코리아 전무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돌아가셔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2015년 국감장에는 쿠팡 박대준 이사,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이사, 위메프 박은상 대표이사가 나란히 불려 나왔다.

의원들의 질문은 쿠팡에 집중됐고, 티켓몬스터와 위메프 대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티몬의 신현성 대표와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노력해서 성실히 개선하겠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소집해제(?) 됐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마디’는 했다고 볼 수 있다. 출석은 했지만, 아예 질문을 받지 못한 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2014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항공기 안전 문제로 관련 업계 증인 7명이 대거 채택됐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과 제주항공 오상인 안전보안실장은 단 한 번의 질문도 받지 못한 채 돌아갔다.

증인 10명 중 1명, 한 마디도 못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감사에 채택된 일반증인은 총 2,478명, 그중 1,998명이 출석했다. 이렇게 국감에 참석한 증인 중,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증인은 165명으로 나타났다.

한 번 발언 한 사람은 70명인데, 그마저도 절반(36명)은 “예”, “맞습니다”등의 짧은 답변이었다.

결국, 지난 10년간 국회로 불려 나온 증인 10%(201명)가 아무 말도 못 하거나, 단답형 답만 하고 돌아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가 도입됐다. 증인 채택 시 신청한 의원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국감의 성적은 좋았다. 출석한 증인 중, 발언기회를 얻지 못하고 돌아간 증인은 2명으로. 해마다 평균 20여 명의 증인이 아무런 질의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 것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결과다.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단답형 답만 하고 돌아간 증인을 모아봐도 감소세는 뚜렷하다. 2011년 37명(19%)에 달하던 ‘말 못한’증인의 수는 지난해 3명(2%)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참여연대 서복경 소장은 “어떤 이슈에 대해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증인 신문이 있는 것인데, 의제는 사라지고 카메라 앞에 누구를 앉혔는지만 부각됐다”며 “증인신청 실명제는 이런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논의된 것인 만큼 시행 후 달라진 지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싸움으로 파행하다 자정 넘겨...올빼미 국감에 증인들 기진맥진

“아까 질문 끝나면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2017년 국감에서 화제가 된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의 발언이다. 고 사장이 발언한 시점은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을 시점이다.

이런 ‘올빼미 국감’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3개의 국감이 자정을 넘어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늦게까지 진행된 건 2013년 국정감사 마지막 날(10월 3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이다. 당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회를 거듭했고, 결국 자정을 넘어 새벽 3시 19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31일 보건복지위원회의 국감도 새벽 2시 31분까지 진행됐다. 앞선 일정을 보이콧 했던 야당의원들은 이날 상복 차림으로 국감장에 등장했고, 여당 의원과 언성을 높이며 정회를 반복했다.

국감에서 의원들 간 기 싸움은 흔한 장면이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 역시 의원끼리 “사과 없으면 오늘 저희는 국감에 임할 수 없습니다.”“ 아, 국감 파행을 원하십니까?”식의 대화를 주고받다 결국 자정을 넘겼다.

국감이 늦게 끝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의원들의 기 싸움이나 그로 인한 파행, 또는 막판 몰아치기로 인한 '올빼미 국감'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일반증인과 기관증인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번갈아가며 신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일반증인 신문을 국감에 앞서 진행하고, 실제 국감 기간에는 기관을 상대로 심도 있는 질의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많은 증인이 질문 한 번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며 “매번 지적되는 문제지만 국회 내에서 효율적인 진행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관기사] [국감증인2179명] ② 국감 때면 해외 가는 회장님, 불러도 반도 안 나와

데이터 수집·분석 장슬기 seul@kbs.co.kr
  •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 입력 2018.10.29 (15:27)
    • 수정 2018.11.20 (15:27)
    데이터룸
[국감증인2179명] ① 말 못하는 증인들…이럴거면 왜 불렀나요?
"짧게! 짧게 하세요. 짧게”

지난 15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에게 질의하던 지상욱 의원의 말이다. 지 의원은 이후로도 질의에서 “간단히”, “핵심만” 등의 말을 반복했다.

"간단히"
"핵심만!"
"네,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의원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대개 7분 안팎, 정해진 시간 내에 질문도 하고 원하는 답변도 얻어야 하는 의원들은 증인들에게 ‘짧은 답’을 요구한다.

증인을 불러 앉혀놓고 단답형의 답변을 요구한다면, 증인은 왜 부른 걸까?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을 살펴보는 것으로, 입법부가 행정·사법부를 감시·견제하는 의미다. 이를 위해 국회는 피감기관에 속한 증인(기관증인) 외에도 매년 200~300여 명의 일반 증인을 채택하는데, 재벌 총수부터 일반 시민까지 현안과 관련된 인물들이 폭넓게 거론된다.

매년 국감 시즌이 되면 ‘증인 명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데, 이렇게 정해진 증인들은 국감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KBS는 지난 2009년부터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봤다.

국감 1번에 "짧게말해요" 평균 639번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감사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의원들의 발언에서 한 해 평균 639번의 “짧게”를 찾을 수 있었다. 국감이 한 번 열릴 때 마다 평균 4~5번의 “짧게” 발언이 있었는데, 가장 많이 나온 국감에서는 46번까지 나왔다.

같은 의미로 쓰이는 “예, 아니오로 답하세요.”, “단답으로 말하세요.”등의 표현까지 포함하면, 의원들의 ‘짧은 답’에 대한 요구는 한 해 평균 717회로 늘어난다.

이런 다그침의 효과일까. 의원과 증인이 주고 받은 발언을 비교해 보면 단어 수 차이가 명확하다.

한 번의 발언에서 의원들은 평균 27.7개의 단어를 말하지만, 일반 증인은 11.7개의 단어를 말했다. 국회의원이 증인보다 두 배 이상 길게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서복경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만 말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며 “국감은 유권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런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오히려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전달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동시에 여러 의제를 다뤄야 하는 지금의 운영 방식에서 의원과 증인 모두 충분한 발언기회를 갖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력하겠습니다.” 한마디 위해 출석?

“노력해서 성실히 개선하겠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감장에 불려 나온 기업 대표들이 남긴 말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안철현 애플 코리아 전무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돌아가셔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2015년 국감장에는 쿠팡 박대준 이사,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이사, 위메프 박은상 대표이사가 나란히 불려 나왔다.

의원들의 질문은 쿠팡에 집중됐고, 티켓몬스터와 위메프 대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결국, 티몬의 신현성 대표와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노력해서 성실히 개선하겠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소집해제(?) 됐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마디’는 했다고 볼 수 있다. 출석은 했지만, 아예 질문을 받지 못한 채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2014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항공기 안전 문제로 관련 업계 증인 7명이 대거 채택됐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에어부산 한태근 사장과 제주항공 오상인 안전보안실장은 단 한 번의 질문도 받지 못한 채 돌아갔다.

증인 10명 중 1명, 한 마디도 못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감사에 채택된 일반증인은 총 2,478명, 그중 1,998명이 출석했다. 이렇게 국감에 참석한 증인 중,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증인은 165명으로 나타났다.

한 번 발언 한 사람은 70명인데, 그마저도 절반(36명)은 “예”, “맞습니다”등의 짧은 답변이었다.

결국, 지난 10년간 국회로 불려 나온 증인 10%(201명)가 아무 말도 못 하거나, 단답형 답만 하고 돌아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가 도입됐다. 증인 채택 시 신청한 의원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감을 높이려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국감의 성적은 좋았다. 출석한 증인 중, 발언기회를 얻지 못하고 돌아간 증인은 2명으로. 해마다 평균 20여 명의 증인이 아무런 질의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 것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결과다.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단답형 답만 하고 돌아간 증인을 모아봐도 감소세는 뚜렷하다. 2011년 37명(19%)에 달하던 ‘말 못한’증인의 수는 지난해 3명(2%)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참여연대 서복경 소장은 “어떤 이슈에 대해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증인 신문이 있는 것인데, 의제는 사라지고 카메라 앞에 누구를 앉혔는지만 부각됐다”며 “증인신청 실명제는 이런 관행에 대한 반성에서 논의된 것인 만큼 시행 후 달라진 지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싸움으로 파행하다 자정 넘겨...올빼미 국감에 증인들 기진맥진

“아까 질문 끝나면 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2017년 국감에서 화제가 된 삼성전자 고동진 사장의 발언이다. 고 사장이 발언한 시점은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고 있을 시점이다.

이런 ‘올빼미 국감’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3개의 국감이 자정을 넘어 종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늦게까지 진행된 건 2013년 국정감사 마지막 날(10월 31일)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이다. 당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정회를 거듭했고, 결국 자정을 넘어 새벽 3시 19분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31일 보건복지위원회의 국감도 새벽 2시 31분까지 진행됐다. 앞선 일정을 보이콧 했던 야당의원들은 이날 상복 차림으로 국감장에 등장했고, 여당 의원과 언성을 높이며 정회를 반복했다.

국감에서 의원들 간 기 싸움은 흔한 장면이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 역시 의원끼리 “사과 없으면 오늘 저희는 국감에 임할 수 없습니다.”“ 아, 국감 파행을 원하십니까?”식의 대화를 주고받다 결국 자정을 넘겼다.

국감이 늦게 끝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의원들의 기 싸움이나 그로 인한 파행, 또는 막판 몰아치기로 인한 '올빼미 국감'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시민단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홍금애 집행위원장은 “일반증인과 기관증인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번갈아가며 신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일반증인 신문을 국감에 앞서 진행하고, 실제 국감 기간에는 기관을 상대로 심도 있는 질의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많은 증인이 질문 한 번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며 “매번 지적되는 문제지만 국회 내에서 효율적인 진행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연관기사] [국감증인2179명] ② 국감 때면 해외 가는 회장님, 불러도 반도 안 나와

데이터 수집·분석 장슬기 seul@kbs.co.kr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