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배달앱 안 쓰면 못버텨요”…상생 해법은?

입력 2018.10.29 (16:44) 수정 2018.10.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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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전성시대'…소비자는 편리, 점주들은 울상

요즘 집에서 배달 음식 주문하려고 음식점 전화번호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음식 배달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2013년 3천347억 원 규모였던 배달앱 시장은 현재 3조 원 규모로 1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배달앱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87만 명에서 2천5백만 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뉴 선택권도 넓어지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배달앱을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배달앱을 이용하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을 사용하는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는데 대부분 지나치게 많은 광고비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배달앱 광고,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부담"

인천에서 야식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 씨는 한 달 매출 가운데 10% 이상을 배달앱 광고비로 쓰고 있습니다. 8월 기준으로 배달 앱 주문으로 올린 매출이 2천6백만 원인데, 10%가 넘는 300만 원이 배달앱 업체에 내는 광고비로 나갔습니다. 강 씨의 경우, 배달앱 한 곳에서만 15개의 광고 상품을 이용하고 있고, 여기에 각종 할인 쿠폰 등을 위한 광고비도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수에 제한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강 씨의 하소연은 이렇습니다.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는 깃발(음식점 주소지)을 여기저기 꽂다 보니까 5km 넘는 거리에도 저희 매장이 있어요. 그런 허위 정보를 줘가면서 건수를 늘리는 거죠. 그렇게 되면 비용이 그만큼 더 발생합니다. 한 군데 그러니까 내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내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고객님들한테 집중해서 팔아야 하는데 (광고를) 너도나도 허용을 해주다 보니까 5km 밖에서도 저희 지역에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쪽에 갖다 광고를 하고, 자영업자끼리 서로 경쟁을 붙여버리는 거죠."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모 씨도 배달앱 광고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 씨는 "배민에 전화해서 내 광고주소를 변경할 수 있는데 개수 제한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많이 내는 데는 뭐 30개씩 내는데 많이 낼수록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까 계속 내게 돼요. 한 3개 구 정도는 경계선까지 광고를 다 낼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배달앱 광고를 많이 하는 이유를 묻자 한 씨는 "이게 약간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10개씩 내는 이유는 5개 냈더니 이 정도 매출밖에 안 나오는 것 같은데 2개 냈더니 조금 더 올라가고, 그때 상황인 건데 마치 광고 내서 또 타이밍이 맞으면 그 광고 때문에 매출이 더 나오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광고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가 그거 같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달앱 상호명, 어떤 순서로 정렬될까? 광고비의 비밀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호소하는 배달앱 광고비는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요? 먼저, 국내 배달앱 시장은 크게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세 곳이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배달앱 업체들은 모두 유료광고상품을 입찰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자영업자들이 부르는 대로 광고비가 정해지는 방식인데요. 매달 낙찰을 통해 광고비가 정해지고, 낙찰받은 업체 상호는 앱을 켰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위쪽 세 번째 줄까지 배치됩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 민족'의 경우, 배달 중개비가 없는 대신 입찰 형식의 광고와 기본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광고 입찰 과정이나 입찰 후에도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비공개 입찰방식이 경쟁을 부추겨 광고비를 과다하게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 광고 상품의 경우, 월 8만 8천 원(부가세 포함)의 광고비를 내면 주소지 기준 3km 내에 해당 업체가 노출될 수 있게 해줍니다. 문제는 대다수 업체가 기본 광고를 여러 개, 많게는 수십 개씩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요기요'의 경우, 입찰 광고 상품과 함께 배달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배달 중개 수수료는 한 건에 12.5%, 만 원짜리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1,250원을 떼어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모든 업체에 12.5%의 수수료를 받는 건 아니고,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4%를 받기도 합니다. 결국, 일반 소상공인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3배가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실제로 한 치킨집 사장님은 "'요기요'로 배달 주문이 오면 일부러 안 받은 적도 있다. 수수료가 너무 높다 보니 적자가 난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출혈 경쟁에 광고비ㆍ수수료 과다…상생안 마련돼야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26일 국회 국정감사 출석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26일 국회 국정감사 출석

배달앱 광고비와 수수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대표와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강신봉 대표는 26일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광고비)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과도하게 경쟁이 더 붙을까 봐 우려해서 하지 않았는데, 사장님들께서 더 많이 요구하시면 공개할 의향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신봉 대표는 "수수료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저희도 아직 영업 이익이 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굉장히 어렵긴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청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배달앱 성장으로 소비자들의 편의는 높아졌습니다. 자영업자에게도 분명 득과 실이 있을 겁니다. 야식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 씨는 "'배달의 민족'을 없애버린다고 하면 여기에 (자영업자들이) 너무 젖어있기 때문에 살아남을 방법이 또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 같은데 이거를 타협해줄 사람이 없는 거죠. '배달의 민족'은 이제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인 것이고, 우리 개개인이 가서 덤빌 수가 없으니까 타협을 해줄 데가 없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의 돈과 노력으로 구축한 그런 생태계 망들을 플랫폼을 통해 활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기능들, 즉 자영업자들을 위한 공공 공익적 기능들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달앱 대표들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광고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배달앱 대표들이 약속한 상생안이 마련돼 실천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연관기사][뉴스9] 배달앱 광고비 ‘부르는 게 값’…상생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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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배달앱 안 쓰면 못버텨요”…상생 해법은?
    • 입력 2018-10-29 16:44:28
    • 수정2018-10-29 16:44:38
    취재후·사건후
'배달앱 전성시대'…소비자는 편리, 점주들은 울상

요즘 집에서 배달 음식 주문하려고 음식점 전화번호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음식 배달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배달 시장이 커지면서 2013년 3천347억 원 규모였던 배달앱 시장은 현재 3조 원 규모로 10배 가까이 커졌습니다. 배달앱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87만 명에서 2천5백만 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메뉴 선택권도 넓어지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배달앱을 자주 찾게 됩니다. 그런데 배달앱을 이용하는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을 사용하는 자영업자 10명 중 4명꼴로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는데 대부분 지나치게 많은 광고비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배달앱 광고,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부담"

인천에서 야식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 씨는 한 달 매출 가운데 10% 이상을 배달앱 광고비로 쓰고 있습니다. 8월 기준으로 배달 앱 주문으로 올린 매출이 2천6백만 원인데, 10%가 넘는 300만 원이 배달앱 업체에 내는 광고비로 나갔습니다. 강 씨의 경우, 배달앱 한 곳에서만 15개의 광고 상품을 이용하고 있고, 여기에 각종 할인 쿠폰 등을 위한 광고비도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수에 제한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강 씨의 하소연은 이렇습니다.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는 깃발(음식점 주소지)을 여기저기 꽂다 보니까 5km 넘는 거리에도 저희 매장이 있어요. 그런 허위 정보를 줘가면서 건수를 늘리는 거죠. 그렇게 되면 비용이 그만큼 더 발생합니다. 한 군데 그러니까 내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내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고객님들한테 집중해서 팔아야 하는데 (광고를) 너도나도 허용을 해주다 보니까 5km 밖에서도 저희 지역에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쪽에 갖다 광고를 하고, 자영업자끼리 서로 경쟁을 붙여버리는 거죠."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모 씨도 배달앱 광고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 씨는 "배민에 전화해서 내 광고주소를 변경할 수 있는데 개수 제한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많이 내는 데는 뭐 30개씩 내는데 많이 낼수록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까 계속 내게 돼요. 한 3개 구 정도는 경계선까지 광고를 다 낼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배달앱 광고를 많이 하는 이유를 묻자 한 씨는 "이게 약간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10개씩 내는 이유는 5개 냈더니 이 정도 매출밖에 안 나오는 것 같은데 2개 냈더니 조금 더 올라가고, 그때 상황인 건데 마치 광고 내서 또 타이밍이 맞으면 그 광고 때문에 매출이 더 나오는 것 같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광고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가 그거 같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달앱 상호명, 어떤 순서로 정렬될까? 광고비의 비밀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호소하는 배달앱 광고비는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요? 먼저, 국내 배달앱 시장은 크게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세 곳이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배달앱 업체들은 모두 유료광고상품을 입찰제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자영업자들이 부르는 대로 광고비가 정해지는 방식인데요. 매달 낙찰을 통해 광고비가 정해지고, 낙찰받은 업체 상호는 앱을 켰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위쪽 세 번째 줄까지 배치됩니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 민족'의 경우, 배달 중개비가 없는 대신 입찰 형식의 광고와 기본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광고 입찰 과정이나 입찰 후에도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비공개 입찰방식이 경쟁을 부추겨 광고비를 과다하게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 광고 상품의 경우, 월 8만 8천 원(부가세 포함)의 광고비를 내면 주소지 기준 3km 내에 해당 업체가 노출될 수 있게 해줍니다. 문제는 대다수 업체가 기본 광고를 여러 개, 많게는 수십 개씩 하고 있다는 겁니다.


'요기요'의 경우, 입찰 광고 상품과 함께 배달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배달 중개 수수료는 한 건에 12.5%, 만 원짜리 치킨을 시킨다고 하면 1,250원을 떼어가는 식입니다. 그런데 모든 업체에 12.5%의 수수료를 받는 건 아니고,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4%를 받기도 합니다. 결국, 일반 소상공인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3배가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실제로 한 치킨집 사장님은 "'요기요'로 배달 주문이 오면 일부러 안 받은 적도 있다. 수수료가 너무 높다 보니 적자가 난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출혈 경쟁에 광고비ㆍ수수료 과다…상생안 마련돼야

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 26일 국회 국정감사 출석
배달앱 광고비와 수수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대표와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강신봉 대표는 26일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광고비)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과도하게 경쟁이 더 붙을까 봐 우려해서 하지 않았는데, 사장님들께서 더 많이 요구하시면 공개할 의향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강신봉 대표는 "수수료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저희도 아직 영업 이익이 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굉장히 어렵긴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청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배달앱 성장으로 소비자들의 편의는 높아졌습니다. 자영업자에게도 분명 득과 실이 있을 겁니다. 야식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 씨는 "'배달의 민족'을 없애버린다고 하면 여기에 (자영업자들이) 너무 젖어있기 때문에 살아남을 방법이 또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 같은데 이거를 타협해줄 사람이 없는 거죠. '배달의 민족'은 이제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인 것이고, 우리 개개인이 가서 덤빌 수가 없으니까 타협을 해줄 데가 없는 거죠"라고 말합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의 돈과 노력으로 구축한 그런 생태계 망들을 플랫폼을 통해 활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기능들, 즉 자영업자들을 위한 공공 공익적 기능들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달앱 대표들은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광고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출혈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배달앱 대표들이 약속한 상생안이 마련돼 실천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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