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이야기 ‘천상(天上)에서’…레스터시티 구단주 사망

입력 2018.10.30 (14:27) 수정 2018.10.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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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60·태국)구단주가 탄 헬리콥터가 킹파워스타디움 바깥에서 추락 5명이 사망했다.

구단에 따르면 사건은 27일 레스터시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레스터시티 대 웨스트햄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다. 비차이 구단주를 태운 헬기는 경기종료 1시간 뒤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도중 통제력을 잃고 경기장 남동쪽 주차장에 추락했다. 그는 헬기로 인근 공항으로 이동해, 전용기로 갈아타 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레스터시티 팬과 축구팬들은 한 가닥의 희망을 기도했지만, 현실은 끝내 사람들의 간절함을 외면했다. 레스터 구단은 29일(한국시간) 성명문을 통해 “비차이 구단주를 비롯한 5명의 비참한 사망 소식을 전한다. 헬리콥터에 탑승한 5명 중 생존자는 없다”면서 “세상은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 그가 유산으로 남긴 클럽의 비전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차이 구단주는 누구

비차이 구단주는 태국의 유명 부호다. 화교 출신인 그는 1989년 킹파워라는 면세점을 방콕에 설립한 후 승승장구하며 태국의 대표적인 부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비차이의 자산은 약 33억 달러(약 3조 7,500억 원)로 추산돼 태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꼽힌다.

비차이가 레스터시티와 인연은 맺은 것은 2010년이다. 구단 인수에 이어 2013년 3월 경기장 소유권까지 사들이며 이름을 ‘킹파워 스타디움’으로 개칭했다. 1884년 창단 이후 레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FA컵조차 들어 올린 기억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2부리그와 3부리그에서 보내는 약팀이었다.


하지만 비차이가 인수한 후 꾸준히 투자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2013/2014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다. 그리고 2015-16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레스터시티는 기적 같은 우승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흔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첼시, 맨유, 맨시티, 리버풀 등 강팀이 우승을 도맡아 왔었기 때문에 당시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두고 이뤄지기 힘든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당시 시즌 초 레스터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이었다. 그만큼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비차이 회장이 있었다.

특히 비차이 구단주의 사망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그가 구단주로는 드물게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흔히 외국인 구단주들은 구단을 인수하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려 하지만 비차이 구단주는 구단의 역사와 가치를 존중하는 등 진정성을 갖고 구단을 운영했다. 여기에 그는 홈경기마다 구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홈팬들에게 무료로 원정 경비, 맥주와 음식을 제공해주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레스터 서포터 회장 지네타는 “구단주 일가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역병원과 어린이 시설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파이와 음료를 공짜로 나눠줬다”며 구단주 가족에 대해 회상했다. SNS상에서는 레스터 선수단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비차이 구단주의 지상에서 축구 사랑은 막을 내리지만, 천상(天上)에서 동화 같은 레스터시티와의 동행은 마침표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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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0-30 15:14:55
    취재K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60·태국)구단주가 탄 헬리콥터가 킹파워스타디움 바깥에서 추락 5명이 사망했다.

구단에 따르면 사건은 27일 레스터시티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레스터시티 대 웨스트햄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다. 비차이 구단주를 태운 헬기는 경기종료 1시간 뒤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도중 통제력을 잃고 경기장 남동쪽 주차장에 추락했다. 그는 헬기로 인근 공항으로 이동해, 전용기로 갈아타 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레스터시티 팬과 축구팬들은 한 가닥의 희망을 기도했지만, 현실은 끝내 사람들의 간절함을 외면했다. 레스터 구단은 29일(한국시간) 성명문을 통해 “비차이 구단주를 비롯한 5명의 비참한 사망 소식을 전한다. 헬리콥터에 탑승한 5명 중 생존자는 없다”면서 “세상은 위대한 인물을 잃었다. 그가 유산으로 남긴 클럽의 비전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차이 구단주는 누구

비차이 구단주는 태국의 유명 부호다. 화교 출신인 그는 1989년 킹파워라는 면세점을 방콕에 설립한 후 승승장구하며 태국의 대표적인 부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비차이의 자산은 약 33억 달러(약 3조 7,500억 원)로 추산돼 태국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로 꼽힌다.

비차이가 레스터시티와 인연은 맺은 것은 2010년이다. 구단 인수에 이어 2013년 3월 경기장 소유권까지 사들이며 이름을 ‘킹파워 스타디움’으로 개칭했다. 1884년 창단 이후 레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고사하고 FA컵조차 들어 올린 기억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2부리그와 3부리그에서 보내는 약팀이었다.


하지만 비차이가 인수한 후 꾸준히 투자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그 결과 2013/2014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다. 그리고 2015-16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레스터시티는 기적 같은 우승으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흔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첼시, 맨유, 맨시티, 리버풀 등 강팀이 우승을 도맡아 왔었기 때문에 당시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두고 이뤄지기 힘든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당시 시즌 초 레스터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이었다. 그만큼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비차이 회장이 있었다.

특히 비차이 구단주의 사망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그가 구단주로는 드물게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흔히 외국인 구단주들은 구단을 인수하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려 하지만 비차이 구단주는 구단의 역사와 가치를 존중하는 등 진정성을 갖고 구단을 운영했다. 여기에 그는 홈경기마다 구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물론이고 홈팬들에게 무료로 원정 경비, 맥주와 음식을 제공해주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레스터 서포터 회장 지네타는 “구단주 일가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역병원과 어린이 시설 등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크리스마스에는 파이와 음료를 공짜로 나눠줬다”며 구단주 가족에 대해 회상했다. SNS상에서는 레스터 선수단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인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비차이 구단주의 지상에서 축구 사랑은 막을 내리지만, 천상(天上)에서 동화 같은 레스터시티와의 동행은 마침표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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