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침묵 깬 김정은 “제재책동에 광분” 비난, 북미 회담 기상도는?

입력 2018.11.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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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간선거가 닷새 앞(현지 시각 11월 6일)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일정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를 보여온 북미 관계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 폼페이오 4차 방북 이후 숨 고르기를 계속해온 양측은 다음 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이 자리에서는 핵사찰 등 비핵화 후속 조치와 종전선언-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맞교환하는 이른바 '한반도 빅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미 대화를 목전에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제사회가 제재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대북 제재를 직접 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북미는 과연 '비핵화-상응조치' 빅딜을 통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순항할 수 있을까? 협상 결과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답방 문제 등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미 고위급회담 다음주 개최..폼페이오 "핵·미사일 국제사찰 다룰 것"

10월 말이니, 11월 중순이니, 개최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던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31일(현지 시각) 미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내 카운터파트와 다음 주에 논의할 사항"이라며 북미고위급 회담의 다음 주 개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폼페이오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19일 멕시코 순방 도중 '약 열흘 내 회담 기대' 발언을 내놓은 지 12일 만에 나온 것으로, 그동안의 물밑 접촉을 통해 북미가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최종 조율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 폼페이오의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세부사항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인 오는 8~9일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폭파 행사 전날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지난 5월)미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폭파 행사 전날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지난 5월)

회담 의제와 관련해, 미국은 일단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이른바 핵 사찰 문제를 매듭짓자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상대방과 만나 핵·미사일 시설 사찰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3주 반 전에 만났을 때 미국 사찰단이 두 가지 중요시설을 둘러보도록 허락했다.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사찰단이 북한에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가 언급한 '두 중요시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증과 사찰은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 "사찰 방식과 구성은 앞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침묵 깬 김정은 "적대세력, 제재 책동 광분"..제재 완화 카드 공식화

북미 대화가 임박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9일간의 잠행을 깨고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북미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오늘(1일) 김정은 위원장의 원산 갈마지구 건설 현장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강하게 비난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어렵고 긴장한 오늘과 같은 시기에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에서 연속적인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적대 세력들에게 들씌우는 명중포화"라고 말했다.

또 '나라 사정이 어렵다' '풍족하지 않다'는 등의 표현으로 대북 제재 상황에 대한 현실 인식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적대세력에 맞선 '우리식 발전 속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대내적으로는 연말을 앞두고 주요 건설 현장의 속도전을 독려하는 한편 향후 북미협상 국면에서 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4차 방북설이 나돌던 지난 8월에도 원산을 찾아 "강도적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는 표현으로 대북 제재를 맹비난한 바 있다.


'핵 사찰' VS '제재 완화' 담판..연내 종전선언-김정은 답방도 가닥 잡힐 듯

북미의 최근 움직임에 비춰볼 때, 다음 주 북미 고위급회담은 이른바 '핵 사찰'로 표현되는 비핵화 후속 조치와 북한의 '상응 조치' 요구가 본격 담판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사찰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낼지, 이에 상응해 종전선언-제재 완화 문제를 어느 선에서 절충할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서훈 국정원장은 어제(31일)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선행조치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동창리 미사일 시설 일부를 철거한 가운데 외부 참관단의 방문을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미가 그동안 사전 접촉 과정에서 풍계리-동창리 시설의 사찰 문제 등에 대해 이미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풍계리-동창리 사찰의 첫 고비를 순조롭게 넘길 경우, 북미는 영변 핵시설 사찰과 비건-최선희 실무협상 채널 구축 문제로 협상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내년 초로 미뤄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논의 역시 탄력을 받게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서울 답방 등의 일정표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뤄지는 만남이라 새롭게 조성된 정세·환경 속에서 알찬 결실을 기대한다"면서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여전히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대북 제재 이행'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 북한 역시 이제는 비핵화 선행조치에 대한 화답, 즉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받아낼 때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북미 관계의 발목을 잡아온 미국 중간선거 일정이 6일 마무리되고, 곧바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게 됨에 따라 한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왔던 북미 대화는 다시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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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1 17: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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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간선거가 닷새 앞(현지 시각 11월 6일)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일정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를 보여온 북미 관계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달 폼페이오 4차 방북 이후 숨 고르기를 계속해온 양측은 다음 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이 자리에서는 핵사찰 등 비핵화 후속 조치와 종전선언-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맞교환하는 이른바 '한반도 빅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미 대화를 목전에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오랜 침묵을 깨고 "국제사회가 제재 책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대북 제재를 직접 비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북미는 과연 '비핵화-상응조치' 빅딜을 통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순항할 수 있을까? 협상 결과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답방 문제 등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미 고위급회담 다음주 개최..폼페이오 "핵·미사일 국제사찰 다룰 것"

10월 말이니, 11월 중순이니, 개최 시기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갔던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31일(현지 시각) 미 라디오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과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내 카운터파트와 다음 주에 논의할 사항"이라며 북미고위급 회담의 다음 주 개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폼페이오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19일 멕시코 순방 도중 '약 열흘 내 회담 기대' 발언을 내놓은 지 12일 만에 나온 것으로, 그동안의 물밑 접촉을 통해 북미가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최종 조율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 폼페이오의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 세부사항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중간선거 직후인 오는 8~9일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폭파 행사 전날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지난 5월)
회담 의제와 관련해, 미국은 일단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이른바 핵 사찰 문제를 매듭짓자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상대방과 만나 핵·미사일 시설 사찰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3주 반 전에 만났을 때 미국 사찰단이 두 가지 중요시설을 둘러보도록 허락했다.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사찰단이 북한에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가 언급한 '두 중요시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증과 사찰은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 "사찰 방식과 구성은 앞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침묵 깬 김정은 "적대세력, 제재 책동 광분"..제재 완화 카드 공식화

북미 대화가 임박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19일간의 잠행을 깨고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북미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오늘(1일) 김정은 위원장의 원산 갈마지구 건설 현장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강하게 비난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어렵고 긴장한 오늘과 같은 시기에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에서 연속적인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적대 세력들에게 들씌우는 명중포화"라고 말했다.

또 '나라 사정이 어렵다' '풍족하지 않다'는 등의 표현으로 대북 제재 상황에 대한 현실 인식을 솔직히 드러내면서 적대세력에 맞선 '우리식 발전 속도'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대내적으로는 연말을 앞두고 주요 건설 현장의 속도전을 독려하는 한편 향후 북미협상 국면에서 제재 해제 또는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4차 방북설이 나돌던 지난 8월에도 원산을 찾아 "강도적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는 표현으로 대북 제재를 맹비난한 바 있다.


'핵 사찰' VS '제재 완화' 담판..연내 종전선언-김정은 답방도 가닥 잡힐 듯

북미의 최근 움직임에 비춰볼 때, 다음 주 북미 고위급회담은 이른바 '핵 사찰'로 표현되는 비핵화 후속 조치와 북한의 '상응 조치' 요구가 본격 담판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사찰 문제를 어떻게 결론 낼지, 이에 상응해 종전선언-제재 완화 문제를 어느 선에서 절충할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서훈 국정원장은 어제(31일)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비핵화 선행조치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동창리 미사일 시설 일부를 철거한 가운데 외부 참관단의 방문을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미가 그동안 사전 접촉 과정에서 풍계리-동창리 시설의 사찰 문제 등에 대해 이미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풍계리-동창리 사찰의 첫 고비를 순조롭게 넘길 경우, 북미는 영변 핵시설 사찰과 비건-최선희 실무협상 채널 구축 문제로 협상 범위를 확대하고, 나아가 내년 초로 미뤄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논의 역시 탄력을 받게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갈수록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서울 답방 등의 일정표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뤄지는 만남이라 새롭게 조성된 정세·환경 속에서 알찬 결실을 기대한다"면서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여전히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와 '대북 제재 이행'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고, 북한 역시 이제는 비핵화 선행조치에 대한 화답, 즉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받아낼 때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북미 관계의 발목을 잡아온 미국 중간선거 일정이 6일 마무리되고, 곧바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게 됨에 따라 한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왔던 북미 대화는 다시 출발점에 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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