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탈출했더니 다시 돌아가라…잔인한 ‘송환’

입력 2018.11.01 (19:07) 수정 2018.11.0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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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로힝야족 난민 송환 개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는 올 6월부터 폭우가 몰아쳐 곳곳에 산사태와 홍수가 났다. 대나무와 비닐로 지은 집에 거주하고 있는 로힝야족에게는 그야말로 잔인한 시기였다. 난민촌에 살던 소년 한 명은 땔감을 구하러 나섰다 흙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은 72만 명. 우기가 끝난 이번 달부터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들을 송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간 미얀마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외무부는 오는 15일 1차 송환대상 로힝야족 난민 2천 260명의 신병을 방글라데시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다. 아웅 초 잔 미얀마 외무부 차관보는 "미얀마 거주 사실이 확인된 4천여 명 가운데 2천260명이 1차 송환대상"이라며 "이들은 응아 쿠 야 접수센터를 통해 돌아와 임시 캠프에 수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에 앞서 미얀마 관리들은 방글라데시의 난민촌을 방문해 로힝야족 설득 작업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을 찾아 60여 명의 로힝야족 대표들과 만난 미얀마 관리들은 이미 지난 1월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으며, 송환 후 일정 등을 설명했다.

"소수 민족으로 인정해달라"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로힝야족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계획은 사실 일 년 전에 예정된 일이다.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은 물론 국제사회는 이를 거부해왔다. 본국인 미얀마는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황은 마찬가지다.

로힝야족 지도자인 모히브 울라는 "그들(미얀마 관리들)은 우리가 임시 수용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얼마나 오래 임시 수용소에 있어야 하는지를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히브 울라를 비롯한 로힝야족 대표들은 미얀마 측이 시민권 보장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선 시민권을 보장하고 자신들을 정식 소수민족으로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난민 지도자들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에게 보낸 서한에서 군부가 자행한 학살과 잔혹 행위에 대한 보상도 요구했다.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미얀마 군부가 제정한 국적법은 8대 민족과 135개 소수민족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만, 로힝야족은 정식 소수민족 목록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를 뜻하는 '벵갈리'라고 부른다.

미얀마는 로힝야족 송환에는 합의했지만, 그들은 임시 수용소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로힝야족에게는 시민권도 주지 않고, 시민 인정 전 단계인 '국가확인증'을 발급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즉, 여전히 로힝야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풀이된다.

본국으로 돌아가도 신변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지정한 임시 수용소에 머물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감옥일 뿐이다. 미얀마에서 다른 민족과 교류할 수조차 없다. 미얀마 주 세력인 불교도인 라카인족 지도자 탄 툰은 "라카인족은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적인 압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돌아오는 난민은 통제된 지역에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난민촌을 형성한 로힝야족은 1년 동안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 등으로부터 구호품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배고픔과 질병 속에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로힝야족 아이들 또한 제대로 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며 빈번히 발생하는 성폭행과 인신매매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들에게 더 두려운 곳은 본국이다. 지난날의 반성도 하지 않을뿐더러, 신변 보장을 하지 않으면서 돌아오라는 말뿐이다. 폭력 가정을 피해 집을 떠났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라는 꼴이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일 년 전 미얀마군의 자행했던 '인종청소'를 잊지 않고 있다. 우기가 끝났지만 로힝야족 난민들에게는 더 잔인한 '송환'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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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1 19:07:24
    • 수정2018-11-01 23: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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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로힝야족 난민 송환 개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는 올 6월부터 폭우가 몰아쳐 곳곳에 산사태와 홍수가 났다. 대나무와 비닐로 지은 집에 거주하고 있는 로힝야족에게는 그야말로 잔인한 시기였다. 난민촌에 살던 소년 한 명은 땔감을 구하러 나섰다 흙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은 72만 명. 우기가 끝난 이번 달부터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들을 송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간 미얀마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외무부는 오는 15일 1차 송환대상 로힝야족 난민 2천 260명의 신병을 방글라데시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다. 아웅 초 잔 미얀마 외무부 차관보는 "미얀마 거주 사실이 확인된 4천여 명 가운데 2천260명이 1차 송환대상"이라며 "이들은 응아 쿠 야 접수센터를 통해 돌아와 임시 캠프에 수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에 앞서 미얀마 관리들은 방글라데시의 난민촌을 방문해 로힝야족 설득 작업에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을 찾아 60여 명의 로힝야족 대표들과 만난 미얀마 관리들은 이미 지난 1월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으며, 송환 후 일정 등을 설명했다.

"소수 민족으로 인정해달라"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로힝야족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계획은 사실 일 년 전에 예정된 일이다.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은 물론 국제사회는 이를 거부해왔다. 본국인 미얀마는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황은 마찬가지다.

로힝야족 지도자인 모히브 울라는 "그들(미얀마 관리들)은 우리가 임시 수용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얼마나 오래 임시 수용소에 있어야 하는지를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모히브 울라를 비롯한 로힝야족 대표들은 미얀마 측이 시민권 보장 약속도 하지 않았다면서 우선 시민권을 보장하고 자신들을 정식 소수민족으로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난민 지도자들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에게 보낸 서한에서 군부가 자행한 학살과 잔혹 행위에 대한 보상도 요구했다.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미얀마 군부가 제정한 국적법은 8대 민족과 135개 소수민족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만, 로힝야족은 정식 소수민족 목록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불법 이민자를 뜻하는 '벵갈리'라고 부른다.

미얀마는 로힝야족 송환에는 합의했지만, 그들은 임시 수용소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로힝야족에게는 시민권도 주지 않고, 시민 인정 전 단계인 '국가확인증'을 발급해주겠다고 홍보했다. 즉, 여전히 로힝야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풀이된다.

본국으로 돌아가도 신변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지정한 임시 수용소에 머물게 하는 것은 또 다른 감옥일 뿐이다. 미얀마에서 다른 민족과 교류할 수조차 없다. 미얀마 주 세력인 불교도인 라카인족 지도자 탄 툰은 "라카인족은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적인 압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돌아오는 난민은 통제된 지역에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난민촌을 형성한 로힝야족은 1년 동안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 등으로부터 구호품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배고픔과 질병 속에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로힝야족 아이들 또한 제대로 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며 빈번히 발생하는 성폭행과 인신매매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들에게 더 두려운 곳은 본국이다. 지난날의 반성도 하지 않을뿐더러, 신변 보장을 하지 않으면서 돌아오라는 말뿐이다. 폭력 가정을 피해 집을 떠났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라는 꼴이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일 년 전 미얀마군의 자행했던 '인종청소'를 잊지 않고 있다. 우기가 끝났지만 로힝야족 난민들에게는 더 잔인한 '송환'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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