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카풀 등장에 외면당한 택시…‘승차 거부·바가지’ 여전

입력 2018.11.02 (21:37) 수정 2018.11.0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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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비싼 요금 감수하고 택시를 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쾌했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최근에는 '카풀'앱 같은 이른바 '공유경제' 서비스가 생기면서, 택시업계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은 '카풀' 서비스를 찬성하고, 그 이유로 승차 거부나 불친절 등 일반 택시의 서비스 불만을 꼽았습니다.

국내에 한때 도입됐던 '우버'를 이용해 본 승객들은 택시보다 우버에 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습니다.

'공유 경제' 바람 속에서 택시업계의 서비스 경쟁력 확보는 생존을 위한 절대 과제가 되고 있는데요.

택시 서비스, 승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먼저 오대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월 마지막 날, 서울 이태원역 주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지금 시간이 밤 12시가 되기 조금 전인데요, 택시가 잘 잡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심야 기본요금 거리인 2km 이내의 목적지를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해봤습니다.

10번 호출했지만 모두 실패.

호출은 포기하고 빈차를 세우려고 해봤습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한남역 안 가세요? 한남역은 왜?) 가는 차 아니에요."]

대놓고 4배의 요금을 내라고도 말합니다.

["장거리 하나 받으려고. 여기 들어왔으면 한 3~4만 원 찍어야지. 만 오천 원 줘요, 내가 태워다 줄게."]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1시가 되자 승차 거부는 더 심해집니다.

도로 한 차선을 점거하고 아예 멈춰선 택시들.

기사들은 밖으로 나와 호객행위에 나섭니다.

["여기서는 카카오 백날 찍어도 안 잡히죠? 안 잡혀요."]

30분째 멈춰선 택시기사에게 가봤습니다.

["(기사님 왜 운행 안 하시는 거예요?) 예약됐으니까, 다 불 꺼져 있잖아요. (지금 30분째 예약하세요?)"]

["(기사님 예약손님도 안 받으시고 어디로 가세요?) 내 마음이다 왜!!"]

이 기사는 10분 후 돌아와 제자리인 듯 차를 세웠습니다.

단속을 피하려고 '예약'표시등을 켜놓고, 장거리 승객을 기다리는 건 다반사입니다.

["(어디 가는데요? 어디?) 서울 드래곤시티. 아, 용산 (투웬티) 투웬티? 투웬티 따우전?(2만 원)"]

외국인에게 4배의 바가지 요금을 물리고 나서야 예약등이 꺼집니다.

지난 2013년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이후 택시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보면 변한 게 없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내년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지현/서울 성북구 : "솔직히 기분 나쁘긴 하죠. 돈 더 내고 가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시면 저희도 눈치 보이고.."]

보름 전 '카풀' 반대 집회에서 택시업계는 반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강신표/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 : "시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도 당연히 우리가 해줘야 하고.."]

[구수영/전국민주택시노조위원장 : "이제 우리 승차거부 하지 맙시다, 동의하십니까! (네!!)"]

여전히 변한 건 없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 “사납금 때문에 노예 신세”

[리포트]

조명탑에 파이프를 덧대 세운 고공 농성장.

택시기사 김재주 씨를 만나려면 크레인을 동원해 25미터 상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밧줄 하나에 끼니와 용변을 주고받은 지 1년 2개월.

최장기 고공농성 중인 김씨의 오랜 바람은 사납금 폐지입니다.

[김재주/택시기사 : "4시간, 5시간 임금만 주면서 실질적으로 사납금은 10시간을 일해야만이 벌 수 있는 금액, 완전히 현대판 노예죠."]

사납금 제도는 법으로 금지된 지 오래지만, 회사들은 '운송기준금'이라는 명목으로 이름만 바꿔 법망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백대영 씨가 굳이 저녁 6시부터 12시간 야간 근무를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어서오세요"]

손님이 없어도, 몸이 아파도, 하루에 무조건 회사 몫으로 넘겨야 할 금액이 15만 원, 한 달이면 390만 원입니다.

[백대영/택시기사 : "그래서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거예요. 더 벌어야 하니까. 그날 사납금 못 채우지 않습니까. 집에 가져갈 돈이 없지 않습니까. 생활비가."]

택시기사들의 월 급여는 초과 수당을 다 합해도 월 2백만 원을 조금 넘습니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꼴입니다.

기본요금이 오른다 해도 그리 달갑진 않다는 게 법인택시 기사들의 심정입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기본요금 올라가면 사납금 또 올려요. 그러면 누구만 이득 보느냐. 사장만 이득 보고. 기사들은 이득 보는 게 하나도 없어요."]

2013년 택시 기본요금이 25% 인상되자, 회사몫인 납입기준금이 24% 인상됐습니다.

기사들의 처우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완전월급제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 중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공유차량 서비스에 맞서 택시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그에 맞는 서비스 향상이 필수 조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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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진단] 카풀 등장에 외면당한 택시…‘승차 거부·바가지’ 여전
    • 입력 2018-11-02 21:43:42
    • 수정2018-11-03 08:05:09
    뉴스 9
[기자]

비싼 요금 감수하고 택시를 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쾌했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최근에는 '카풀'앱 같은 이른바 '공유경제' 서비스가 생기면서, 택시업계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게 물었더니 10명 중 9명은 '카풀' 서비스를 찬성하고, 그 이유로 승차 거부나 불친절 등 일반 택시의 서비스 불만을 꼽았습니다.

국내에 한때 도입됐던 '우버'를 이용해 본 승객들은 택시보다 우버에 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습니다.

'공유 경제' 바람 속에서 택시업계의 서비스 경쟁력 확보는 생존을 위한 절대 과제가 되고 있는데요.

택시 서비스, 승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먼저 오대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월 마지막 날, 서울 이태원역 주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지금 시간이 밤 12시가 되기 조금 전인데요, 택시가 잘 잡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심야 기본요금 거리인 2km 이내의 목적지를 택시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해봤습니다.

10번 호출했지만 모두 실패.

호출은 포기하고 빈차를 세우려고 해봤습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한남역 안 가세요? 한남역은 왜?) 가는 차 아니에요."]

대놓고 4배의 요금을 내라고도 말합니다.

["장거리 하나 받으려고. 여기 들어왔으면 한 3~4만 원 찍어야지. 만 오천 원 줘요, 내가 태워다 줄게."]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1시가 되자 승차 거부는 더 심해집니다.

도로 한 차선을 점거하고 아예 멈춰선 택시들.

기사들은 밖으로 나와 호객행위에 나섭니다.

["여기서는 카카오 백날 찍어도 안 잡히죠? 안 잡혀요."]

30분째 멈춰선 택시기사에게 가봤습니다.

["(기사님 왜 운행 안 하시는 거예요?) 예약됐으니까, 다 불 꺼져 있잖아요. (지금 30분째 예약하세요?)"]

["(기사님 예약손님도 안 받으시고 어디로 가세요?) 내 마음이다 왜!!"]

이 기사는 10분 후 돌아와 제자리인 듯 차를 세웠습니다.

단속을 피하려고 '예약'표시등을 켜놓고, 장거리 승객을 기다리는 건 다반사입니다.

["(어디 가는데요? 어디?) 서울 드래곤시티. 아, 용산 (투웬티) 투웬티? 투웬티 따우전?(2만 원)"]

외국인에게 4배의 바가지 요금을 물리고 나서야 예약등이 꺼집니다.

지난 2013년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이후 택시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보면 변한 게 없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내년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지현/서울 성북구 : "솔직히 기분 나쁘긴 하죠. 돈 더 내고 가는데도 계속 그렇게 하시면 저희도 눈치 보이고.."]

보름 전 '카풀' 반대 집회에서 택시업계는 반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강신표/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 : "시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도 당연히 우리가 해줘야 하고.."]

[구수영/전국민주택시노조위원장 : "이제 우리 승차거부 하지 맙시다, 동의하십니까! (네!!)"]

여전히 변한 건 없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 “사납금 때문에 노예 신세”

[리포트]

조명탑에 파이프를 덧대 세운 고공 농성장.

택시기사 김재주 씨를 만나려면 크레인을 동원해 25미터 상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밧줄 하나에 끼니와 용변을 주고받은 지 1년 2개월.

최장기 고공농성 중인 김씨의 오랜 바람은 사납금 폐지입니다.

[김재주/택시기사 : "4시간, 5시간 임금만 주면서 실질적으로 사납금은 10시간을 일해야만이 벌 수 있는 금액, 완전히 현대판 노예죠."]

사납금 제도는 법으로 금지된 지 오래지만, 회사들은 '운송기준금'이라는 명목으로 이름만 바꿔 법망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20년째 택시 운전을 하는 백대영 씨가 굳이 저녁 6시부터 12시간 야간 근무를 고집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어서오세요"]

손님이 없어도, 몸이 아파도, 하루에 무조건 회사 몫으로 넘겨야 할 금액이 15만 원, 한 달이면 390만 원입니다.

[백대영/택시기사 : "그래서 승차거부가 일어나는 거예요. 더 벌어야 하니까. 그날 사납금 못 채우지 않습니까. 집에 가져갈 돈이 없지 않습니까. 생활비가."]

택시기사들의 월 급여는 초과 수당을 다 합해도 월 2백만 원을 조금 넘습니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꼴입니다.

기본요금이 오른다 해도 그리 달갑진 않다는 게 법인택시 기사들의 심정입니다.

[택시기사/음성변조 : "기본요금 올라가면 사납금 또 올려요. 그러면 누구만 이득 보느냐. 사장만 이득 보고. 기사들은 이득 보는 게 하나도 없어요."]

2013년 택시 기본요금이 25% 인상되자, 회사몫인 납입기준금이 24% 인상됐습니다.

기사들의 처우는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완전월급제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 중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공유차량 서비스에 맞서 택시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그에 맞는 서비스 향상이 필수 조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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