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보러 갔다 노예생활”…또 다른 강제징용, 근로정신대

입력 2018.11.03 (06:34) 수정 2018.11.0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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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아냈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춘식 할아버지 말고도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해야했던 어르신들이 적지 않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근로정신대였던 김정주 할머니를 만나뵙고 왔습니다.

[리포트]

13살 겨울이었습니다.

일본인 담임선생님 말에 속아 초등학교도 채 졸업 못하고 찾은 일본.

["가면 언니를 만난다. 일본 가면 공부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를."]

하지만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조금 있다 나오면 반장이란 놈이 쫓아와서 뺨을 때려. 일본말로 왜 이제 나오냐."]

강제노역이었습니다.

["하도 배가고파서 기숙사 풀을 다 뜯어먹어가지고. 우리가 그 말을 다 어디다 해..."]

백발 할머니가 되어 다시 일본을 찾았습니다.

시위도 하고 소송도 내고...

["(일본에서 사실 소송 진거잖아요.) 갈 때마다 가도 그렇게 당하고 나중에는 우리 말 한마디도 못하고 딱 법원에서 나오더니 그냥 '땅땅땅'."]

26년을 싸웠지만 한은 더 깊어만 갔습니다.

["나는 전부 다 응어리가 다 져버려서. 너무나 응어리가 많이 져버려서. 그것이 쉽게 가시지를 않아. 가시지를 않아."]

그새 하나 둘, 동료들은 세상을 등졌고.

["그 애가 죽어버리고...지금 나랑 친한 애도 치매걸려서 요양원에 가서 그 애는 죽었는가 살았는가 모르고..."]

올해 여든여덟, 할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 나이가 몇 살이여...응?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시간이 없어."]

한 장이라도 없어질까, 고이 간직해 온 재판 자료들...

죽기 전에 꼭 일본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바라는 건, 바로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끝까지 갖고 계실거예요?) 그럼, 나 죽어도...이거 역사로 남을 문젠디 이것이..."]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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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니 보러 갔다 노예생활”…또 다른 강제징용, 근로정신대
    • 입력 2018-11-03 06:36:15
    • 수정2018-11-03 07: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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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대법원에서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아냈죠.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춘식 할아버지 말고도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해야했던 어르신들이 적지 않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정의가 바로 세워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근로정신대였던 김정주 할머니를 만나뵙고 왔습니다.

[리포트]

13살 겨울이었습니다.

일본인 담임선생님 말에 속아 초등학교도 채 졸업 못하고 찾은 일본.

["가면 언니를 만난다. 일본 가면 공부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를."]

하지만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조금 있다 나오면 반장이란 놈이 쫓아와서 뺨을 때려. 일본말로 왜 이제 나오냐."]

강제노역이었습니다.

["하도 배가고파서 기숙사 풀을 다 뜯어먹어가지고. 우리가 그 말을 다 어디다 해..."]

백발 할머니가 되어 다시 일본을 찾았습니다.

시위도 하고 소송도 내고...

["(일본에서 사실 소송 진거잖아요.) 갈 때마다 가도 그렇게 당하고 나중에는 우리 말 한마디도 못하고 딱 법원에서 나오더니 그냥 '땅땅땅'."]

26년을 싸웠지만 한은 더 깊어만 갔습니다.

["나는 전부 다 응어리가 다 져버려서. 너무나 응어리가 많이 져버려서. 그것이 쉽게 가시지를 않아. 가시지를 않아."]

그새 하나 둘, 동료들은 세상을 등졌고.

["그 애가 죽어버리고...지금 나랑 친한 애도 치매걸려서 요양원에 가서 그 애는 죽었는가 살았는가 모르고..."]

올해 여든여덟, 할머니도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 나이가 몇 살이여...응?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시간이 없어."]

한 장이라도 없어질까, 고이 간직해 온 재판 자료들...

죽기 전에 꼭 일본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바라는 건, 바로 잊혀지지 않는 것입니다.

["(끝까지 갖고 계실거예요?) 그럼, 나 죽어도...이거 역사로 남을 문젠디 이것이..."]

KBS 뉴스 김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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