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멸종 위기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와 ‘유기농 커피’

입력 2018.11.03 (13:47) 수정 2018.11.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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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과 방울새의 일종인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Red siskin)'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상징과도 같다. 화폐에도 등장하고 맥주병이나 초콜릿 포장지에도 나오며 아이들 교과서 표지를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부리가 짧은 이 작은 새는 그러나 현실에선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숲이 사라지며 서식지를 잃고 아름다운 붉은 깃털을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잡혀서 말이다.

멸종 위기의 이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구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학술협회가 나섰다. 베네수엘라 깊은 산 속에서 커피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얼핏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은 오로지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멸종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성립될 수 있었다. 해결책은 '친환경 유기농 커피'!


유기농 커피를 얻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커피나무를 있는 그대로 무성하게 놔두면서 기르게 되는데 이렇게 농민들을 설득해 결과적으로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의 서식지를 마련해주r고 보전하게 것이다.

아마존에서 안데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사는 지역에서, 한 때는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온 베네수엘라에 단 300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The Red Siskin Initiative)는 약 3년 전 만 달러도 되지 않는 빈약한 예산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가지가 무성한 유기농 커피 나무 숲을 가꾸기 위해, 더 많은 일조량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덤불을 쳐내지 않게 되면서, 또는 아예 다른 작물을 기르기 위해 숲을 밀어버리는 농민들이 줄어들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이 프로젝트의 엄격한 기준을 맞추는 농민들에게는 생산한 원두를 '친조류 마크(Bird Friendly label)'와 함께 보통 원두 값보다 5배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면서 가난했던 농민들에게도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주게 되었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 센터도 건립돼 200마리에 달하는 새끼들이 내년에 부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새들은 그 때쯤이면 더욱 무성해져 있을 커피나무 숲으로 보내지게 된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는 암시장에서 한 마리에 300 달러가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높은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밀렵과 밀수에 관여하고 있다. 그렇게해야 그나마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극심한 가난이 베네수엘라에 사는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야생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자들은 밀렵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식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AP 통신에게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허락했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야생에서 만난 사진 기자의 말:

"그들을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새벽도 되기 전에 도착해 미동도 없이 숨 죽인 채로 수풀 속에 숨어서 기다려야 했죠. 모기한테 엄청 물렸어요. 비도 엄청 쏟아졌고요.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자 동이 트기 시작했고 새들이 날아 들었어요. 열 마리? 열두 마리?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무성하게 얽힌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 앉더니 우아하게 깃털을 고르며 우렁차게 지저귀기 시작하더군요. 뿌듯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연관 기사]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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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돋보기] 멸종 위기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와 ‘유기농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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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11-03 13: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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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과 방울새의 일종인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Red siskin)'는 남미 베네수엘라의 상징과도 같다. 화폐에도 등장하고 맥주병이나 초콜릿 포장지에도 나오며 아이들 교과서 표지를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부리가 짧은 이 작은 새는 그러나 현실에선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숲이 사라지며 서식지를 잃고 아름다운 붉은 깃털을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잡혀서 말이다.

멸종 위기의 이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구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학술협회가 나섰다. 베네수엘라 깊은 산 속에서 커피농사를 짓는 가난한 농민들과 함께. 얼핏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은 오로지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멸종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성립될 수 있었다. 해결책은 '친환경 유기농 커피'!


유기농 커피를 얻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커피나무를 있는 그대로 무성하게 놔두면서 기르게 되는데 이렇게 농민들을 설득해 결과적으로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의 서식지를 마련해주r고 보전하게 것이다.

아마존에서 안데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사는 지역에서, 한 때는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온 베네수엘라에 단 300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The Red Siskin Initiative)는 약 3년 전 만 달러도 되지 않는 빈약한 예산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가지가 무성한 유기농 커피 나무 숲을 가꾸기 위해, 더 많은 일조량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덤불을 쳐내지 않게 되면서, 또는 아예 다른 작물을 기르기 위해 숲을 밀어버리는 농민들이 줄어들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이 프로젝트의 엄격한 기준을 맞추는 농민들에게는 생산한 원두를 '친조류 마크(Bird Friendly label)'와 함께 보통 원두 값보다 5배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면서 가난했던 농민들에게도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주게 되었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 센터도 건립돼 200마리에 달하는 새끼들이 내년에 부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새들은 그 때쯤이면 더욱 무성해져 있을 커피나무 숲으로 보내지게 된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는 암시장에서 한 마리에 300 달러가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높은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밀렵과 밀수에 관여하고 있다. 그렇게해야 그나마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극심한 가난이 베네수엘라에 사는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는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야생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자들은 밀렵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식지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AP 통신에게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어렵게 허락했다.

'붉은 검정머리 방울새'를 야생에서 만난 사진 기자의 말:

"그들을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새벽도 되기 전에 도착해 미동도 없이 숨 죽인 채로 수풀 속에 숨어서 기다려야 했죠. 모기한테 엄청 물렸어요. 비도 엄청 쏟아졌고요.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자 동이 트기 시작했고 새들이 날아 들었어요. 열 마리? 열두 마리?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무성하게 얽힌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 앉더니 우아하게 깃털을 고르며 우렁차게 지저귀기 시작하더군요. 뿌듯하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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