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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치매환자마을’에선 무슨 일이?…환자는 없고 이웃만 있다!
입력 2018.11.03 (17:02) 취재K
네덜란드 ‘치매환자마을’에선 무슨 일이?…환자는 없고 이웃만 있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역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세계 치매 인구는 4670만 명으로 집계됐고, 2030년 7470만 명, 2050년에는 1억 315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큰 유럽은 노령화의 그늘, '치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사진제공: 호그벡(Hogeweyk) 마을사진제공: 호그벡(Hogeweyk) 마을

'환자' 아닌 '거주자'...호그벡(Hogeweyk) 마을의 배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Weesp(베이스프) 마을 북쪽 외곽. 일명 '세계 유일의 치매 마을'로 불리는 호그벡(Hogeweyk) 마을이 나타난다. 1만 2천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에 여러 동의 건물이 모여있다. 거주 시설도 있지만, 미용실, 슈퍼마켓, 영화관, 공원, 카페, 심지어 근사한 바(bar)도 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다녔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소변줄을 꼽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산책했다. 거동이 가능한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서 꽃을 가꾸고, 담소를 나누고, 차를 마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8명의 취재기자단이 이 마을의 설립자인 이본 반 아메롱(Yvonne van Amerongen)씨를 만나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본 반 아메롱씨도 답변을 멈추고 일어서 그들의 손을 잡고 우리를 소개시켰다. 그냥 동네에서 만난 주민 사이로 보이지만, 사실 설립자는 간호사, 치매 노인은 환자이다. 이 마을에선 의사나 간호사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없고, 또한 환자복을 입은 노인도 없다.


왜 그런지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어느 집에서도 가운 입은 간호사가 돌아다니진 않지 않나요?". 호그벡 마을은 '요양원'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요양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상적인 집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최대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슈퍼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맥주 한 잔 하며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이런 일상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분명, 치매를 늦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마을에서 그것이 가능한 것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를 제외한 모든 종사자는 치매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심지어 카페의 종업원조차, 치매 환자가 깜빡하고 커피 값을 계산하지 않고 나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적어도 이 마을 안에서는 길을 잃거나, 면박을 당하거나,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일은 없다.


마지막 퍼즐은 '자원봉사자'

호그벡 마을의 한 달 이용료는 최소 500유로에서 최대 2500유로이다. 환자의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에서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한 달 약 850유로 정도인 걸 감안하면, 저소득계층도 이 마을에 거주할 수 있다. 이용료는 시설에 직접 내지 않는다. 환자가 정부에 이용료를 내면, 시설은 정부로부터 그 돈을 받아 운영한다. 시설이 환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환자가 시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169명의 거주자가 있는데, 정식 직원이 170명 정도이다. 사실상 1대 1 케어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14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들과 함께한다.

이 시설에서 3년 동안 근무했다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잉흐리드 드 흐로트(Ingrid de Groot)씨는 이벤트팀에서 남편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왜 치매 마을인가? 물음에 '집과 가까우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치매 환자'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거리낌은 없었다. 치매를 '병'의 하나로 인식하고, 치매 환자 또한 그저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거주자들이 울면 달래주고, 말하면 공감해주고, 본인이 기획한 이벤트에 기뻐할 때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환자와 그 가족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하는 병. 네덜란드에서 '치매'는 그런 의미였다.


왕비가 세운 치매지원센터 '실비아헴메트'

스웨덴 실비아 왕비의 엄마도 치매 환자였다. 그래서 실비아 왕비는 '치매'를 체계적으로 지원,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1996년 왕립치매지원센터인 '실비아헴메트'가 설립된 이유이다.

실비아헴메트는 치매 환자를 낮동안 돌보는 일종의 '데이 케어 센터'이다. 천정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서 채광이 밝았다. 파스텔톤 소파와 밝은 페인트벽,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비아헴메트는 단순히 시설 내 환자를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 전체와 어떻게 이 문제를 연대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경찰과 쇼핑몰, 식당 운영자 등을 위한 맞춤형 치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보, 교육하고 있다. 약 80개의 분야로 쪼개 구체적인 치매환자 대응 방법을 설명한다. 팝케스트와 같은 매체도 이용한다. 이런 교육 과정은 모두에게 무료로 공급된다. 치매 환자가 집이나 시설 안에서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어디를 가든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4명 중 1명은 '치매 전 단계'

치매는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72만 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수는 약 180만 명으로, 노인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경도 인지장애 환자 가운데 10~15%는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적으로 기능이 나빠지는 '진행성 만성질환'이다. 또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노인성 치매 중 70%가 '알츠하이머 치매'인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징은 증상이 심해질수록 치료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국내 치매환자의 53%는 가족구성원이 간병한다. 보호자의 75%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32%는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으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을 줄이기도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볼수록 가족의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노력해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요양시설로 보내진다. 내가 누군지도 잊은 상태에서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대부분 그렇게 마지막을 맞는다.

2050년 세계 치매인구는 1억 3천만 명...고령 사회 '모두의 숙제'

치매는 분명 전세계적인 관심사였지만 치매를 대하는 자세는 달랐다. 적어도 유럽에서 치매는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끌어 안는 '공통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름답게 늙길 바라는 건 모두의 희망이지만, 그 누구도 치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그 힘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지 1년이 더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취재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 네덜란드 ‘치매환자마을’에선 무슨 일이?…환자는 없고 이웃만 있다!
    • 입력 2018.11.03 (17:02)
    취재K
네덜란드 ‘치매환자마을’에선 무슨 일이?…환자는 없고 이웃만 있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 역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세계 치매 인구는 4670만 명으로 집계됐고, 2030년 7470만 명, 2050년에는 1억 315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큰 유럽은 노령화의 그늘, '치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사진제공: 호그벡(Hogeweyk) 마을사진제공: 호그벡(Hogeweyk) 마을

'환자' 아닌 '거주자'...호그벡(Hogeweyk) 마을의 배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Weesp(베이스프) 마을 북쪽 외곽. 일명 '세계 유일의 치매 마을'로 불리는 호그벡(Hogeweyk) 마을이 나타난다. 1만 2천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에 여러 동의 건물이 모여있다. 거주 시설도 있지만, 미용실, 슈퍼마켓, 영화관, 공원, 카페, 심지어 근사한 바(bar)도 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다녔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소변줄을 꼽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산책했다. 거동이 가능한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서 꽃을 가꾸고, 담소를 나누고, 차를 마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8명의 취재기자단이 이 마을의 설립자인 이본 반 아메롱(Yvonne van Amerongen)씨를 만나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본 반 아메롱씨도 답변을 멈추고 일어서 그들의 손을 잡고 우리를 소개시켰다. 그냥 동네에서 만난 주민 사이로 보이지만, 사실 설립자는 간호사, 치매 노인은 환자이다. 이 마을에선 의사나 간호사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없고, 또한 환자복을 입은 노인도 없다.


왜 그런지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어느 집에서도 가운 입은 간호사가 돌아다니진 않지 않나요?". 호그벡 마을은 '요양원'이다. 그러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요양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상적인 집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최대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슈퍼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맥주 한 잔 하며 수다를 떨 수도 있다. 이런 일상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분명, 치매를 늦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마을에서 그것이 가능한 것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를 제외한 모든 종사자는 치매 전문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다. 심지어 카페의 종업원조차, 치매 환자가 깜빡하고 커피 값을 계산하지 않고 나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적어도 이 마을 안에서는 길을 잃거나, 면박을 당하거나,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일은 없다.


마지막 퍼즐은 '자원봉사자'

호그벡 마을의 한 달 이용료는 최소 500유로에서 최대 2500유로이다. 환자의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에서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한 달 약 850유로 정도인 걸 감안하면, 저소득계층도 이 마을에 거주할 수 있다. 이용료는 시설에 직접 내지 않는다. 환자가 정부에 이용료를 내면, 시설은 정부로부터 그 돈을 받아 운영한다. 시설이 환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환자가 시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169명의 거주자가 있는데, 정식 직원이 170명 정도이다. 사실상 1대 1 케어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14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들과 함께한다.

이 시설에서 3년 동안 근무했다는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잉흐리드 드 흐로트(Ingrid de Groot)씨는 이벤트팀에서 남편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왜 치매 마을인가? 물음에 '집과 가까우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치매 환자'들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거리낌은 없었다. 치매를 '병'의 하나로 인식하고, 치매 환자 또한 그저 '돌봄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거주자들이 울면 달래주고, 말하면 공감해주고, 본인이 기획한 이벤트에 기뻐할 때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환자와 그 가족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하는 병. 네덜란드에서 '치매'는 그런 의미였다.


왕비가 세운 치매지원센터 '실비아헴메트'

스웨덴 실비아 왕비의 엄마도 치매 환자였다. 그래서 실비아 왕비는 '치매'를 체계적으로 지원,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1996년 왕립치매지원센터인 '실비아헴메트'가 설립된 이유이다.

실비아헴메트는 치매 환자를 낮동안 돌보는 일종의 '데이 케어 센터'이다. 천정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어서 채광이 밝았다. 파스텔톤 소파와 밝은 페인트벽,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비아헴메트는 단순히 시설 내 환자를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 전체와 어떻게 이 문제를 연대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경찰과 쇼핑몰, 식당 운영자 등을 위한 맞춤형 치매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보, 교육하고 있다. 약 80개의 분야로 쪼개 구체적인 치매환자 대응 방법을 설명한다. 팝케스트와 같은 매체도 이용한다. 이런 교육 과정은 모두에게 무료로 공급된다. 치매 환자가 집이나 시설 안에서 뿐 아니라, 지역 사회 어디를 가든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4명 중 1명은 '치매 전 단계'

치매는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치매 환자는 약 72만 명.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환자수는 약 180만 명으로, 노인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한다. 경도 인지장애 환자 가운데 10~15%는 치매로 진행된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적으로 기능이 나빠지는 '진행성 만성질환'이다. 또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노인성 치매 중 70%가 '알츠하이머 치매'인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징은 증상이 심해질수록 치료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국내 치매환자의 53%는 가족구성원이 간병한다. 보호자의 75%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32%는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으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을 줄이기도 한다. 치매 환자를 돌볼수록 가족의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노력해도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요양시설로 보내진다. 내가 누군지도 잊은 상태에서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대부분 그렇게 마지막을 맞는다.

2050년 세계 치매인구는 1억 3천만 명...고령 사회 '모두의 숙제'

치매는 분명 전세계적인 관심사였지만 치매를 대하는 자세는 달랐다. 적어도 유럽에서 치매는 '가족'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끌어 안는 '공통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름답게 늙길 바라는 건 모두의 희망이지만, 그 누구도 치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그 힘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지 1년이 더 지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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