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영화보다 더 생생한 명량해전의 그날

입력 2018.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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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해전은 우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투입니다. 임진왜란에 이어 왜가 다시 침공해온 정유재란 때인 1597년 7월 16일, 원균의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궤멸 당하다시피 했습니다. 불과 두 달 뒤인 9월 16일, 이순신은 명량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겨우 13척의 배로 133척과 맞서 싸워 크게 이겼습니다. 이 책은 명량해전의 전후 과정을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3 대 133, 기적 같은 승리

이순신 장군은 철저하게 유비무환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이순신이 선조에 의해 삭탈관직을 당해 옥에 갇힌 뒤 대신 통제사 자리를 차지한 원균은 통제영의 곳간을 점검했습니다. 창고는 군량 2만 가마, 화약 4천근, 예비 대포 3백 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쟁 중에 가뭄과 기근, 전염병을 견뎌내고 그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순신이 갑자기 커보였다’(55p)고 원균이 스스로 놀라워 할 정도였습니다.

준비 없이 이길 수는 없다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 뒤에도 이순신은 곧바로 통제영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14박 16일간 전라도 내륙과 연안을 돌며 민심 안정과 수군 재건에 나섭니다. 백성들을 만나 위로하고, 병사와 군량, 무기를 이삭 줍듯 준비합니다. 지척에서 일본군 6만 여명이 진격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싸울 준비를 갖추는데 힘썼습니다. 목숨을 건 유비무환의 정신이었습니다.

민심 안정과 수군 재건 길민심 안정과 수군 재건 길

이순신은 명과 일본의 강화 교섭 과정에서 자신이 제거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순신은 일본군에게 태산 같은 장애물이었다. 건널 수 없는 소용돌이 바다였다.......이순신을 제거하자’.(31p) 일본의 이중 첩자를 동원한 계략에 넘어간 선조와 조정은 이순신을 가둬버렸습니다. 이순신은 순교자처럼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내 목숨을 버리자. 차라리 한 목숨을 버리고 나의 장수들과 병사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길인 것이다.’(36p)

운명을 받아들여 운명을 이긴

다시 조선의 부름을 받고 ‘백의종군‘에 나섰을 때 이순신은 어머니를 여의게 됩니다. 감옥에 있던 아들을 보기위해 여수에서 배를 타고 올라오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겁니다. 이순신은 ’죄인의 몸‘이라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나라를 위해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가슴이 아득하고 목구멍이 먹먹해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중략) 그 슬픔으로 발길은 멀고,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애민 정신의 근원, 어머니 사랑

어쩌면 이순신의 효심이 백성을 제 살처럼 아끼는 애민 정신으로 승화되었는지 모릅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근원적인 마음의 뿌리는 어머니를 대하는 의식으로 시작되어 그것으로 끝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랑의 근원이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여러 장면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이 따뜻하고 애절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백의종군 길백의종군 길

작가는 영화 ‘명량’의 일부 오류를 굳이 적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순신의 투옥은 원균의 모함이 아니었다. 조선수군의 배는 12척이 아니라 13척이다. 조류를 이용한 것은 일본군이었다. 수중철쇄는 없었다.’고 직설적 표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책의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습니다. 마지막 명량해전 당일의 전투상황은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이 났습니다. 전투의 전개 과정 전체를 이해하기가 쉬었습니다.

명량대첩 상황도명량대첩 상황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그 승리의 비결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추천의 글을 썼습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일이 너무 힘겨워 보이는 요즘입니다. 명량에서 기적의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애민 정신이 힘이 되지 않을까요?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는데....

150여 쪽 간결한 문체로 책 넘김이 쉬워 어린이가 읽기에도 편해 보입니다.

『명량, 죽을힘을 다해 싸우다』 서강석 지음, 상상의집, 201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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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책방] 영화보다 더 생생한 명량해전의 그날
    • 입력 2018-11-04 09:00:37
    여의도책방
명량해전은 우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투입니다. 임진왜란에 이어 왜가 다시 침공해온 정유재란 때인 1597년 7월 16일, 원균의 조선 수군은 칠천량에서 궤멸 당하다시피 했습니다. 불과 두 달 뒤인 9월 16일, 이순신은 명량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겨우 13척의 배로 133척과 맞서 싸워 크게 이겼습니다. 이 책은 명량해전의 전후 과정을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3 대 133, 기적 같은 승리

이순신 장군은 철저하게 유비무환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이순신이 선조에 의해 삭탈관직을 당해 옥에 갇힌 뒤 대신 통제사 자리를 차지한 원균은 통제영의 곳간을 점검했습니다. 창고는 군량 2만 가마, 화약 4천근, 예비 대포 3백 개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전쟁 중에 가뭄과 기근, 전염병을 견뎌내고 그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순신이 갑자기 커보였다’(55p)고 원균이 스스로 놀라워 할 정도였습니다.

준비 없이 이길 수는 없다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 뒤에도 이순신은 곧바로 통제영을 접수하지 않았습니다. 14박 16일간 전라도 내륙과 연안을 돌며 민심 안정과 수군 재건에 나섭니다. 백성들을 만나 위로하고, 병사와 군량, 무기를 이삭 줍듯 준비합니다. 지척에서 일본군 6만 여명이 진격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싸울 준비를 갖추는데 힘썼습니다. 목숨을 건 유비무환의 정신이었습니다.

민심 안정과 수군 재건 길
이순신은 명과 일본의 강화 교섭 과정에서 자신이 제거될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순신은 일본군에게 태산 같은 장애물이었다. 건널 수 없는 소용돌이 바다였다.......이순신을 제거하자’.(31p) 일본의 이중 첩자를 동원한 계략에 넘어간 선조와 조정은 이순신을 가둬버렸습니다. 이순신은 순교자처럼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내 목숨을 버리자. 차라리 한 목숨을 버리고 나의 장수들과 병사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길인 것이다.’(36p)

운명을 받아들여 운명을 이긴

다시 조선의 부름을 받고 ‘백의종군‘에 나섰을 때 이순신은 어머니를 여의게 됩니다. 감옥에 있던 아들을 보기위해 여수에서 배를 타고 올라오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겁니다. 이순신은 ’죄인의 몸‘이라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나라를 위해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가슴이 아득하고 목구멍이 먹먹해졌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중략) 그 슬픔으로 발길은 멀고,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애민 정신의 근원, 어머니 사랑

어쩌면 이순신의 효심이 백성을 제 살처럼 아끼는 애민 정신으로 승화되었는지 모릅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근원적인 마음의 뿌리는 어머니를 대하는 의식으로 시작되어 그것으로 끝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랑의 근원이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여러 장면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이 따뜻하고 애절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백의종군 길
작가는 영화 ‘명량’의 일부 오류를 굳이 적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순신의 투옥은 원균의 모함이 아니었다. 조선수군의 배는 12척이 아니라 13척이다. 조류를 이용한 것은 일본군이었다. 수중철쇄는 없었다.’고 직설적 표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책의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습니다. 마지막 명량해전 당일의 전투상황은 단편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이 났습니다. 전투의 전개 과정 전체를 이해하기가 쉬었습니다.

명량대첩 상황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그 승리의 비결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추천의 글을 썼습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일이 너무 힘겨워 보이는 요즘입니다. 명량에서 기적의 승리를 거둔 이순신의 애민 정신이 힘이 되지 않을까요?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는데....

150여 쪽 간결한 문체로 책 넘김이 쉬워 어린이가 읽기에도 편해 보입니다.

『명량, 죽을힘을 다해 싸우다』 서강석 지음, 상상의집, 201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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