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땅 좀 알아봐라”…직원에 심부름시킨 경찰서장

입력 2018.11.05 (21:25) 수정 2018.11.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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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적 약자들에게 군림하려는 '갑질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배여 있습니다.

이번엔 경기도의 어느 경찰서에서 벌어진 경찰서장의 갑질을 고발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부하 직원을 머슴 부리듯 다뤄온 한 경찰서장의 행적을 최은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 하나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서장이 땅을 알아 보라고 한다."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전 경기도 양평경찰서 경위/음성변조 : "서장이 '나도 여기 갑부 대열에 끼고 싶다. 박 계장이 (양평에) 오래있었으니 땅 좀 한번 알아봐' 이렇게 2월 초부터 오더를 줬으니까."]

사실인지 서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양평경찰서 서장/음성변조 : "(업무 시간에 지시를 내리신거 아닌지.) 아, 그건 아니고, 업무시간에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 잠깐만 같이 갑시다. (업무 시간에 지시는 안 하셨다는 거예요?) 그렇죠. 업무 시간에 지시는 아니고 물어본 적은 있죠."]

누구 말이 사실일까?

제보자 박 씨의 SNS 메시지, 서장이 누군가에게서 받은 땅 주소를 보내자, 몇 시간 뒤 박 씨가 땅 사진을 찍어 보냅니다.

[박○○/전 경기도 양평경찰서 경위/음성변조 : "근무시간에도 뭘 물어보면 가야하고 내려가서 보면 거기에 대한 컨설팅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완전 부동산 업자가 돼 버린거죠, 저는."]

땅을 보러다닌 것만 10여 차례, 지난 3월엔 서장과 직접 관용차를 타고 땅을 보러갔다고 말합니다.

[직원/지난 3월 9일 : "다 왔습니다. 땅이 여기부터입니다."]

[서장/지난 3월 9일 : "여기 뭐 하수구 같은 건 없나? 저 전봇대 있는데까지 인가?"]

결국 서장은 지난 7월, 천여 제곱미터의 땅을 샀습니다.

박 씨는 서장의 증여세 문제까지 알아봐야 했는데 핀잔까지 들었습니다.

[서장/지난 8월 29일 : "얘길하면 답변도 없고... 얘길하면 답변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지... 반응이 없어 얘길하면 (얘길 해놨습니다.) 된다 안된다."]

서장이 휴가를 떠나도 수행은 계속됐습니다.

휴가 중에 유원지 티켓을 구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유원지 대표/음성변조 : "티켓을 3장인가 몇 장을 ○○과 직원이 달라고 그래서 주고, 그다음에 누가 왔는지 모르지만 서장님하고 차 한 잔 한 적은 있어요."]

제보내용을 듣고서도 서장은 여전히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양평경찰서 서장/음성변조 : "(경찰) 홍보하라고 지시 내려 올 때라 홍보하러 갔는데 그 단지 전체가 택지예요. 그때 마침 배○○씨를 잘 아는 지인이 와서 설명하는건 들었어요. 내가 땅을 보러 간 게 아니고."]

경기 경찰청은 서장의 갑질 여부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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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내 땅 좀 알아봐라”…직원에 심부름시킨 경찰서장
    • 입력 2018-11-05 21:30:47
    • 수정2018-11-05 22:22:48
    뉴스 9
[앵커]

사회적 약자들에게 군림하려는 '갑질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배여 있습니다.

이번엔 경기도의 어느 경찰서에서 벌어진 경찰서장의 갑질을 고발합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부하 직원을 머슴 부리듯 다뤄온 한 경찰서장의 행적을 최은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KBS에 제보 하나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서장이 땅을 알아 보라고 한다."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전 경기도 양평경찰서 경위/음성변조 : "서장이 '나도 여기 갑부 대열에 끼고 싶다. 박 계장이 (양평에) 오래있었으니 땅 좀 한번 알아봐' 이렇게 2월 초부터 오더를 줬으니까."]

사실인지 서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양평경찰서 서장/음성변조 : "(업무 시간에 지시를 내리신거 아닌지.) 아, 그건 아니고, 업무시간에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 잠깐만 같이 갑시다. (업무 시간에 지시는 안 하셨다는 거예요?) 그렇죠. 업무 시간에 지시는 아니고 물어본 적은 있죠."]

누구 말이 사실일까?

제보자 박 씨의 SNS 메시지, 서장이 누군가에게서 받은 땅 주소를 보내자, 몇 시간 뒤 박 씨가 땅 사진을 찍어 보냅니다.

[박○○/전 경기도 양평경찰서 경위/음성변조 : "근무시간에도 뭘 물어보면 가야하고 내려가서 보면 거기에 대한 컨설팅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완전 부동산 업자가 돼 버린거죠, 저는."]

땅을 보러다닌 것만 10여 차례, 지난 3월엔 서장과 직접 관용차를 타고 땅을 보러갔다고 말합니다.

[직원/지난 3월 9일 : "다 왔습니다. 땅이 여기부터입니다."]

[서장/지난 3월 9일 : "여기 뭐 하수구 같은 건 없나? 저 전봇대 있는데까지 인가?"]

결국 서장은 지난 7월, 천여 제곱미터의 땅을 샀습니다.

박 씨는 서장의 증여세 문제까지 알아봐야 했는데 핀잔까지 들었습니다.

[서장/지난 8월 29일 : "얘길하면 답변도 없고... 얘길하면 답변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지... 반응이 없어 얘길하면 (얘길 해놨습니다.) 된다 안된다."]

서장이 휴가를 떠나도 수행은 계속됐습니다.

휴가 중에 유원지 티켓을 구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유원지 대표/음성변조 : "티켓을 3장인가 몇 장을 ○○과 직원이 달라고 그래서 주고, 그다음에 누가 왔는지 모르지만 서장님하고 차 한 잔 한 적은 있어요."]

제보내용을 듣고서도 서장은 여전히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양평경찰서 서장/음성변조 : "(경찰) 홍보하라고 지시 내려 올 때라 홍보하러 갔는데 그 단지 전체가 택지예요. 그때 마침 배○○씨를 잘 아는 지인이 와서 설명하는건 들었어요. 내가 땅을 보러 간 게 아니고."]

경기 경찰청은 서장의 갑질 여부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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